IS, 리비아 한국대사관 피격… 2명 사망

등록 2015.04.13.
12일(현지 시간) 리비아 트리폴리 주재 한국대사관에 가해진 무장괴한들의 공격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추정된다. 전방위로 펼쳐지는 IS의 테러에서 한국 해외 공관들도 안전하지 못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낳고 있다.

5년째 내전 중인 리비아의 혼란스러운 정세를 고려할 때 다른 무장조직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IS가 리비아에서 최근 벌어진 주요 외국 공관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격도 일단 IS가 벌였을 공산이 가장 크다.

범인들은 현재까지 ‘IS 리비아 지부’ 소속으로 추정된다. 리비아는 올 들어 IS가 본거지인 이라크와 시리아를 벗어나 본격적인 세력 확산을 처음 시도한 곳이다. 12일 미국 언론들은 ‘IS 리비아 지부’가 처음 등장한 것이 지난해 10월경이라고 보도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무려 1700여 무장 조직들이 난립하는 장기 내전상태로 빠져든 혼란을 틈타 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리비아 내 무장조직 몇 곳이 세력을 규합해 지난해 10월 5일 동부 데르나 시내를 행진하면서 자신들을 ‘IS 리비아 지부’라고 주장한 것이 시초라는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IS 대원들은 1000∼3000명에 달한다. 이들이 IS를 추종하게 된 것은 지난해 초 시리아의 IS 핵심 인사가 리비아를 방문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포섭한 뒤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IS 리비아 지부는 동부(바르까 지역) 남부(페잔 지역) 남서부(트리폴리 지역) 지부 등 크게 3개로 나뉜다. 초기에는 동부 지부가 우세했지만 최근엔 트리폴리 지부가 부쩍 세력을 넓히고 있다.

실제 IS 트리폴리 지부는 지난해 11월 트리폴리 주재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을 잇달아 공격했다. 1월에는 트리폴리 5성급 호텔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벌여 외국인 10명을 죽이기도 했다. 미군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동부 IS 훈련소에서 200여 명이 군사훈련을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대사관을 공격한 주체는 트리폴리 지부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의문점은 왜 이들이 한국대사관을 공격했느냐 하는 점이다. 우선 이번 공격은 기존 외국 공관 공격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지난해 11월 이집트와 UAE 대사관이나 2월 말 이란대사관 테러는 차량 폭탄 공격 또는 급조폭발물(IED)을 공관 옆에 심어 폭발시키는 방식이었다. 건물 자체를 붕괴시켜 대형 인명 피해를 노린 셈이다.

그러나 이번 한국대사관에 대한 공격은 무장 괴한들이 차를 타고 가면서 40여 발의 총알을 난사하는 방식이었다. 건물보다는 사람을 겨냥해 조준 사격하는 방식에 가까워 외벽을 제외한 대사관 내부 피해가 없었다. 우리 외교관 2명과 행정원 1명도 별채에 머물고 있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격을 가한 시점이 현지 시간으로 오전 1시 20분경으로 한밤중이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이는 한국 외교관들을 겨냥했다기보다 대사관 경비 담당 경찰관들을 표적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IS는 그동안 경찰이나 군인 등 공권력을 공격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공격이 한국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리비아 경찰을 대상으로 공격한 것일 수도 있다. 트위터 글에서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 “총격 시점에 길거리에 나와 있는 경비들이 한국대사관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대사관 공격을 주장한 트위터 글과 이번 한국대사관 공격을 주장한 글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IS는 UAE, 이란 대사관을 폭탄테러 한 뒤에는 트위터에 “칼리파(이슬람 최고지도자를 일컫는 호칭)의 전사가 대사관을 공격했다”고 해 공격 목표가 한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관임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엔 “칼리파의 병사가 한국대사관의 경비대원 2명을 제거했다”라고 밝혀 이들의 목표가 한국대사관이었는지 경비 담당 경찰관들이었는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한국은 UAE 이집트 이란과 달리 IS 격퇴작전에 참가한 나라는 아니지만 1월 시리아에서 벌어진 일본인 고토 겐지 씨 참수 사건 때처럼 중동에서 보기 드문 동양권 국가나 국민을 공격함으로써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키겠다는 IS의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12일(현지 시간) 리비아 트리폴리 주재 한국대사관에 가해진 무장괴한들의 공격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행으로 추정된다. 전방위로 펼쳐지는 IS의 테러에서 한국 해외 공관들도 안전하지 못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낳고 있다.

5년째 내전 중인 리비아의 혼란스러운 정세를 고려할 때 다른 무장조직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IS가 리비아에서 최근 벌어진 주요 외국 공관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격도 일단 IS가 벌였을 공산이 가장 크다.

범인들은 현재까지 ‘IS 리비아 지부’ 소속으로 추정된다. 리비아는 올 들어 IS가 본거지인 이라크와 시리아를 벗어나 본격적인 세력 확산을 처음 시도한 곳이다. 12일 미국 언론들은 ‘IS 리비아 지부’가 처음 등장한 것이 지난해 10월경이라고 보도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무려 1700여 무장 조직들이 난립하는 장기 내전상태로 빠져든 혼란을 틈타 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리비아 내 무장조직 몇 곳이 세력을 규합해 지난해 10월 5일 동부 데르나 시내를 행진하면서 자신들을 ‘IS 리비아 지부’라고 주장한 것이 시초라는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IS 대원들은 1000∼3000명에 달한다. 이들이 IS를 추종하게 된 것은 지난해 초 시리아의 IS 핵심 인사가 리비아를 방문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포섭한 뒤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IS 리비아 지부는 동부(바르까 지역) 남부(페잔 지역) 남서부(트리폴리 지역) 지부 등 크게 3개로 나뉜다. 초기에는 동부 지부가 우세했지만 최근엔 트리폴리 지부가 부쩍 세력을 넓히고 있다.

실제 IS 트리폴리 지부는 지난해 11월 트리폴리 주재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을 잇달아 공격했다. 1월에는 트리폴리 5성급 호텔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벌여 외국인 10명을 죽이기도 했다. 미군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동부 IS 훈련소에서 200여 명이 군사훈련을 받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대사관을 공격한 주체는 트리폴리 지부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의문점은 왜 이들이 한국대사관을 공격했느냐 하는 점이다. 우선 이번 공격은 기존 외국 공관 공격과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지난해 11월 이집트와 UAE 대사관이나 2월 말 이란대사관 테러는 차량 폭탄 공격 또는 급조폭발물(IED)을 공관 옆에 심어 폭발시키는 방식이었다. 건물 자체를 붕괴시켜 대형 인명 피해를 노린 셈이다.

그러나 이번 한국대사관에 대한 공격은 무장 괴한들이 차를 타고 가면서 40여 발의 총알을 난사하는 방식이었다. 건물보다는 사람을 겨냥해 조준 사격하는 방식에 가까워 외벽을 제외한 대사관 내부 피해가 없었다. 우리 외교관 2명과 행정원 1명도 별채에 머물고 있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격을 가한 시점이 현지 시간으로 오전 1시 20분경으로 한밤중이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이는 한국 외교관들을 겨냥했다기보다 대사관 경비 담당 경찰관들을 표적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IS는 그동안 경찰이나 군인 등 공권력을 공격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공격이 한국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리비아 경찰을 대상으로 공격한 것일 수도 있다. 트위터 글에서 한국에 대한 적개심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 “총격 시점에 길거리에 나와 있는 경비들이 한국대사관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대사관 공격을 주장한 트위터 글과 이번 한국대사관 공격을 주장한 글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IS는 UAE, 이란 대사관을 폭탄테러 한 뒤에는 트위터에 “칼리파(이슬람 최고지도자를 일컫는 호칭)의 전사가 대사관을 공격했다”고 해 공격 목표가 한 국가를 대표하는 대사관임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엔 “칼리파의 병사가 한국대사관의 경비대원 2명을 제거했다”라고 밝혀 이들의 목표가 한국대사관이었는지 경비 담당 경찰관들이었는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한국은 UAE 이집트 이란과 달리 IS 격퇴작전에 참가한 나라는 아니지만 1월 시리아에서 벌어진 일본인 고토 겐지 씨 참수 사건 때처럼 중동에서 보기 드문 동양권 국가나 국민을 공격함으로써 홍보 효과를 극대화시키겠다는 IS의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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