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그리스 디폴트… 아테네 거리 고달픈 일상
등록 2015.07.03.집세 330유로와 전화요금 39유로를 지급하기 위해 현금인출기 앞에 줄을 서 있던 앙겔리키 안드레아키 씨(83)는 “현금을 찾기 위해 이렇게 줄을 서야 하다니 지금 그리스 상황은 현금을 ‘배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우리나라를 북한으로 만들어 놨다”고 분노했다. 그는 “임차료를 내야 하는데 한꺼번에 현찰을 마련할 수 없어 앞으로 닷새 동안 매일 현금인출기 앞으로 ‘출근’해야 한다. 그나마 상당수 현금인출기는 현금이 없어 작동도 하지 않는다”고 애를 태웠다.
또 주유소 상점 호텔 공항 등 어디에서도 신용카드 거래를 할 수 없다 보니 비행기도 현금을 내야 탈 수 있다.
외국에서 상품을 들여오기 힘들어져 스파게티와 올리브, 설탕 등 주요 생필품은 재고가 바닥이 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 같은 고통은 특히 노인이나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연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한 노인들이 은행 문을 쾅쾅 두드리는 안타까운 장면들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멀쩡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을 피해 한밤중에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아테네 현지에서는 하루 60유로인 인출 제한 금액이 20유로로 낮춰질 수 있다는 흉흉한 얘기까지 나돈다.
1일(현지 시간) 기준으로 은행 영업 중단과 현금인출 제한 조치는 72시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문을 닫는 상점과 가동을 멈추는 공장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소비가 70%나 급감하는 등 그리스 국민의 삶이 휘청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 급감으로 특히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1일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크리스토스 게오르기오풀로스 씨는 “지난 이틀 동안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 결국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언제 다시 열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며 “돈이 없어서 임금 대신 가게에서 팔던 게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고 말했다. 아테네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기오르고스 쿠라시스 씨도 “대를 이어 80년간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며칠 동안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은 적은 처음”이라며 괴로워했다.
신문사들은 발행부수까지 줄이고 있다. 유력 일간지인 타네아는 발행 지면을 줄이면서 사설을 통해 “남은 종이가 며칠분밖에 없고, 은행이 문을 닫아 종이를 사올 수도 없다”고 밝혔다.
여름 휴가철을 맞았지만 그리스행 항공편과 여행 예약은 40% 줄었고, 최근 미국 여행사들이 입금을 대거 취소했다는 소식까지 나와 호텔 등 관광업계도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은행의 영업 중단으로 해외 송금이 불가능해져 무역 거래는 멈췄다. 식품 수입업을 하고 있는 미할로스 씨는 “이번 주 들어 더이상 식품을 외국에서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 계좌에 식품 수입을 위한 충분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지만 송금 제한 조치 때문에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광고에 의존해 아동 의류를 팔았던 마리에 팔란디얀락세브스키 씨는 “그리스 신용카드 회사가 갑자기 신용공여를 할 수 없다는 e메일을 보내왔다”며 “구글에 광고비를 지불하지 못하게 돼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기업들 중에는 국민투표가 시행되는 5일까지 강제 휴가를 실시하는 곳이 많다. 대중교통도 연료 절감을 위해 운행 횟수를 줄였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에 따른 그리스 국민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은행영업 중단으로 신용거래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져 모든 거래는 현금으로만 가능한 데다 은행 통장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하루에 빼낼 수 있는 현금이 우리 돈으로 7만5000원(60유로)으로 묶여 있다 보니 소비가 70%가량 떨어졌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 외신들은 디폴트로 경제활동이 함께 무너져 내린 그리스 시민들의 일상을 전했다.
집세 330유로와 전화요금 39유로를 지급하기 위해 현금인출기 앞에 줄을 서 있던 앙겔리키 안드레아키 씨(83)는 “현금을 찾기 위해 이렇게 줄을 서야 하다니 지금 그리스 상황은 현금을 ‘배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우리나라를 북한으로 만들어 놨다”고 분노했다. 그는 “임차료를 내야 하는데 한꺼번에 현찰을 마련할 수 없어 앞으로 닷새 동안 매일 현금인출기 앞으로 ‘출근’해야 한다. 그나마 상당수 현금인출기는 현금이 없어 작동도 하지 않는다”고 애를 태웠다.
또 주유소 상점 호텔 공항 등 어디에서도 신용카드 거래를 할 수 없다 보니 비행기도 현금을 내야 탈 수 있다.
외국에서 상품을 들여오기 힘들어져 스파게티와 올리브, 설탕 등 주요 생필품은 재고가 바닥이 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 같은 고통은 특히 노인이나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연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한 노인들이 은행 문을 쾅쾅 두드리는 안타까운 장면들도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멀쩡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을 피해 한밤중에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아테네 현지에서는 하루 60유로인 인출 제한 금액이 20유로로 낮춰질 수 있다는 흉흉한 얘기까지 나돈다.
1일(현지 시간) 기준으로 은행 영업 중단과 현금인출 제한 조치는 72시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문을 닫는 상점과 가동을 멈추는 공장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소비가 70%나 급감하는 등 그리스 국민의 삶이 휘청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 급감으로 특히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1일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크리스토스 게오르기오풀로스 씨는 “지난 이틀 동안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 결국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언제 다시 열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며 “돈이 없어서 임금 대신 가게에서 팔던 게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고 말했다. 아테네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기오르고스 쿠라시스 씨도 “대를 이어 80년간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며칠 동안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은 적은 처음”이라며 괴로워했다.
신문사들은 발행부수까지 줄이고 있다. 유력 일간지인 타네아는 발행 지면을 줄이면서 사설을 통해 “남은 종이가 며칠분밖에 없고, 은행이 문을 닫아 종이를 사올 수도 없다”고 밝혔다.
여름 휴가철을 맞았지만 그리스행 항공편과 여행 예약은 40% 줄었고, 최근 미국 여행사들이 입금을 대거 취소했다는 소식까지 나와 호텔 등 관광업계도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은행의 영업 중단으로 해외 송금이 불가능해져 무역 거래는 멈췄다. 식품 수입업을 하고 있는 미할로스 씨는 “이번 주 들어 더이상 식품을 외국에서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 계좌에 식품 수입을 위한 충분한 현금을 쌓아두고 있지만 송금 제한 조치 때문에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구글의 광고에 의존해 아동 의류를 팔았던 마리에 팔란디얀락세브스키 씨는 “그리스 신용카드 회사가 갑자기 신용공여를 할 수 없다는 e메일을 보내왔다”며 “구글에 광고비를 지불하지 못하게 돼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기업들 중에는 국민투표가 시행되는 5일까지 강제 휴가를 실시하는 곳이 많다. 대중교통도 연료 절감을 위해 운행 횟수를 줄였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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