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약산, 中 정보기관과 각각 손잡고 抗日 첩보전 벌였다
등록 2015.09.03.단국대와 중국 푸단(復旦)대는 동아일보 후원으로 지난달 29일 상하이 푸단대 한국연구센터 회의실에서 ‘일제 침략과 한중 공동항전’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한국과 중국 학계가 항일 공동투쟁에 대한 재조명에 나선 것이다. 학술회의에서는 한시준 단국대 교수와 한반도 전문가인 스위안화(石源華) 푸단대 교수 등 한중 학자 7명이 주제발표에 나섰다.
양지선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는 ‘7·7 사변과 한중 공동항전의 양상’ 논문에서 백범과 약산이 국민당 비밀 정보기관인 CC단, 역행사(力行社)와 벌인 첩보전을 자세히 다뤘다. CC단은 국민당 실세 천궈푸(陳果夫)와 천리푸(陳立夫) 형제가 세운 정보기관, 역행사는 1932년 장제스가 세운 비밀 정보기관으로 구성원들이 푸른 제복을 입었다고 해서 남의사(藍衣社)로 불렸다.
논문에 따르면 국민당이 한중 합작에 나선 결정적인 계기는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훙커우 공원(현 루쉰공원)에서 일어난 윤봉길 의거였다. 당시 윤 의사가 처단한 일본군 대장 시라카와 요시노리는 시베리아 파견군 사령관을 거쳐 상하이 파견군 사령관에 오른 일본 육군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시라카와의 죽음으로 일본의 중국 침략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이에 장제스는 곧바로 한국인들을 위한 군관학교를 세우고, 국민당 정보기관인 CC단을 통해 백범에게 기밀활동비를 지원했다.
특히 중국 국민당 정부는 일본어에 능통한 한국인들이 일본군 정보 수집에 적합하다고 보고 백범에게 이를 제안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백범 계열의 한국국민당 청년단 부단장을 맡았던 조상연이다. 그는 중국의 중앙육군군관학교를 졸업하고 톈진에서 일본군과 교전을 벌인 경험이 있었다. 그는 백범의 지시로 1938년 2월 5일 홍콩을 거쳐 톈진으로 잠입했다.
조상연은 10여 개의 가명을 사용하면서 톈진 내 프랑스 조계지에서 첩보활동을 벌였다. 그는 일본군 동향과 일본 경찰 조직, 친일파 동향, 주민 상황 등의 각종 정보를 단파무전기를 통해 암호로 전송했다. 또 부하들을 일본군 점령하의 만주에 파견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 정보원과 만나기 위해 영국 조계지로 이동하던 중 런던교 부근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돼 순국했다.
중국 국민당은 또 다른 정보기관인 역행사를 통해 약산을 지원했다. 역행사는 약산에게 항일투쟁 활동비로 매달 3000원을 지원하고 약산 계열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역행사의 핵심 요원들이 약산이 졸업한 황푸(黃포) 군관학교 출신이었던 점도 자금 지원에 영향을 끼쳤다. 약산은 역행사 요원들과 함께 일본군 동향을 파악하고 일본군 내 한국인 탈출 선동, 심리전, 유격전 등 다양한 항일투쟁을 전개했다.
양 교수는 “윤봉길 의거 이후 중국 측 지원은 일방적 시혜가 아니었다”며 “당시 중국군 가운데 일본군에 대한 정보 수집이 가능한 인력이 드문 상황에서 한국인 독립투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상하이=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백범 김구와 약산 김원봉이 중국 국민당 정보기관과 각각 손잡고 대일 첩보전을 벌인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일제강점기 중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지원은 아무 대가 없이 이뤄진 게 아니라 한국인들의 목숨을 건 대일 항쟁에서 비롯됐음이 밝혀진 것이다. 약산은 최근 개봉한 영화 ‘암살’로 재조명받고 있는 독립투사다.
단국대와 중국 푸단(復旦)대는 동아일보 후원으로 지난달 29일 상하이 푸단대 한국연구센터 회의실에서 ‘일제 침략과 한중 공동항전’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한국과 중국 학계가 항일 공동투쟁에 대한 재조명에 나선 것이다. 학술회의에서는 한시준 단국대 교수와 한반도 전문가인 스위안화(石源華) 푸단대 교수 등 한중 학자 7명이 주제발표에 나섰다.
양지선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는 ‘7·7 사변과 한중 공동항전의 양상’ 논문에서 백범과 약산이 국민당 비밀 정보기관인 CC단, 역행사(力行社)와 벌인 첩보전을 자세히 다뤘다. CC단은 국민당 실세 천궈푸(陳果夫)와 천리푸(陳立夫) 형제가 세운 정보기관, 역행사는 1932년 장제스가 세운 비밀 정보기관으로 구성원들이 푸른 제복을 입었다고 해서 남의사(藍衣社)로 불렸다.
논문에 따르면 국민당이 한중 합작에 나선 결정적인 계기는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훙커우 공원(현 루쉰공원)에서 일어난 윤봉길 의거였다. 당시 윤 의사가 처단한 일본군 대장 시라카와 요시노리는 시베리아 파견군 사령관을 거쳐 상하이 파견군 사령관에 오른 일본 육군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시라카와의 죽음으로 일본의 중국 침략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이에 장제스는 곧바로 한국인들을 위한 군관학교를 세우고, 국민당 정보기관인 CC단을 통해 백범에게 기밀활동비를 지원했다.
특히 중국 국민당 정부는 일본어에 능통한 한국인들이 일본군 정보 수집에 적합하다고 보고 백범에게 이를 제안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백범 계열의 한국국민당 청년단 부단장을 맡았던 조상연이다. 그는 중국의 중앙육군군관학교를 졸업하고 톈진에서 일본군과 교전을 벌인 경험이 있었다. 그는 백범의 지시로 1938년 2월 5일 홍콩을 거쳐 톈진으로 잠입했다.
조상연은 10여 개의 가명을 사용하면서 톈진 내 프랑스 조계지에서 첩보활동을 벌였다. 그는 일본군 동향과 일본 경찰 조직, 친일파 동향, 주민 상황 등의 각종 정보를 단파무전기를 통해 암호로 전송했다. 또 부하들을 일본군 점령하의 만주에 파견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 정보원과 만나기 위해 영국 조계지로 이동하던 중 런던교 부근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돼 순국했다.
중국 국민당은 또 다른 정보기관인 역행사를 통해 약산을 지원했다. 역행사는 약산에게 항일투쟁 활동비로 매달 3000원을 지원하고 약산 계열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역행사의 핵심 요원들이 약산이 졸업한 황푸(黃포) 군관학교 출신이었던 점도 자금 지원에 영향을 끼쳤다. 약산은 역행사 요원들과 함께 일본군 동향을 파악하고 일본군 내 한국인 탈출 선동, 심리전, 유격전 등 다양한 항일투쟁을 전개했다.
양 교수는 “윤봉길 의거 이후 중국 측 지원은 일방적 시혜가 아니었다”며 “당시 중국군 가운데 일본군에 대한 정보 수집이 가능한 인력이 드문 상황에서 한국인 독립투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상하이=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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