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빗나간 민족주의를 경계한다

등록 2008.04.30.
진징(金晶)은 아홉 살 때 골수암으로 다리를 절단하고 휠체어 신세를 지는 중국의 장애인 펜싱선수입니다. 그는 4월 7일 파리의 성화 봉송 과정에서 친티베트 시위대로부터 성화를 지켜내 일약 중국의 영웅이 됩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인의 까르푸 불매운동에 대해 “그런 식으로 의사를 표현해선 안 된다. 까르푸의 수입이 떨어지면 결국 우리 동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라고 말했다가 하루아침에 매국노로 지탄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중국 유학생 왕첸위안(王千源)은 티베트 인권을 옹호하다가 배신자로 낙인 찍혔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학에 다니는 그가 친중·반중 시위대의 충돌을 우려해 중개자로 나선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는 부모이름, 신분증번호, 고향주소, 출신학교 등이 인터넷에 공개돼 귀국하지도 못할 처지가 됐습니다. 왕 씨는 “티베트 독립에 반대한다. 다만 티베트의 인권에 관심을 갖자”고 말했다고 합니다.



국제사회가 티베트 사태에 대한 중국 당국의 책임을 거론하고, 각국 인권단체들이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며 성화 봉송 저지에 나서자 중국인이 결집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을 잘 치러 개혁·개방의 성과를 만방에 과시하고 선진국 진입의 발판을 마련하고 싶은 그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 아닙니다. 하지만 그 양상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일요일 서울에서의 성화 봉송은 한국에 사는 중국인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한바탕 축제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성화 봉송주자에 대해 특급경호를 펼쳤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인 유학생들은 탈북자 강제북송이나 티베트 유혈진압에 항의하는 일부 탈북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먼저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애당초 양측의 숫자는 비교도 안 되는 상태였는데도 그랬습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세계 4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인의 정서가 빗나간 민족주의 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미국 CNN이 라싸 시위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일부 잘못된 사실이 포함되자 중국 네티즌은 조직적인 반CNN 시위를 벌였습니다.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가 달라이 라마를 지원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까르푸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런 민족주의를 조장 또는 방조한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공산주의 국가에서 민족주의란 가당치도 않은 개념입니다. 공산당선언만 해도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라고 외치고 있지 않습니까? 더욱이 역사적으로도 중국은 한족 정권이 몇 번 없을 정도로 이민족 침입을 많이 받았고, 여러 민족이 섞여 살았던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중국이 21세기에 민족주의에 빠져드는 것은 서구열강의 침입을 받았던 뼈아픈 근대사의 경험 탓일 것입니다. 심한 언론통제 환경에서 인터넷을 통한 집단적 의사표현이 가능해진 것이 민족의식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이고 인종 이념 민족간에 경계에 사라지는 시대에 편협한 민족주의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중국이 정말로 베이징올림픽을 잘 치러 국제무대에서 도약하고 싶다면 설익은 민족감정 표출보다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함양에 더 애써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3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진징(金晶)은 아홉 살 때 골수암으로 다리를 절단하고 휠체어 신세를 지는 중국의 장애인 펜싱선수입니다. 그는 4월 7일 파리의 성화 봉송 과정에서 친티베트 시위대로부터 성화를 지켜내 일약 중국의 영웅이 됩니다. 그러나 그는 중국인의 까르푸 불매운동에 대해 “그런 식으로 의사를 표현해선 안 된다. 까르푸의 수입이 떨어지면 결국 우리 동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라고 말했다가 하루아침에 매국노로 지탄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중국 유학생 왕첸위안(王千源)은 티베트 인권을 옹호하다가 배신자로 낙인 찍혔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듀크대학에 다니는 그가 친중·반중 시위대의 충돌을 우려해 중개자로 나선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는 부모이름, 신분증번호, 고향주소, 출신학교 등이 인터넷에 공개돼 귀국하지도 못할 처지가 됐습니다. 왕 씨는 “티베트 독립에 반대한다. 다만 티베트의 인권에 관심을 갖자”고 말했다고 합니다.



국제사회가 티베트 사태에 대한 중국 당국의 책임을 거론하고, 각국 인권단체들이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며 성화 봉송 저지에 나서자 중국인이 결집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을 잘 치러 개혁·개방의 성과를 만방에 과시하고 선진국 진입의 발판을 마련하고 싶은 그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 아닙니다. 하지만 그 양상이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일요일 서울에서의 성화 봉송은 한국에 사는 중국인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한바탕 축제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성화 봉송주자에 대해 특급경호를 펼쳤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인 유학생들은 탈북자 강제북송이나 티베트 유혈진압에 항의하는 일부 탈북자와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먼저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애당초 양측의 숫자는 비교도 안 되는 상태였는데도 그랬습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세계 4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인의 정서가 빗나간 민족주의 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미국 CNN이 라싸 시위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일부 잘못된 사실이 포함되자 중국 네티즌은 조직적인 반CNN 시위를 벌였습니다.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가 달라이 라마를 지원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까르푸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이런 민족주의를 조장 또는 방조한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공산주의 국가에서 민족주의란 가당치도 않은 개념입니다. 공산당선언만 해도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라고 외치고 있지 않습니까? 더욱이 역사적으로도 중국은 한족 정권이 몇 번 없을 정도로 이민족 침입을 많이 받았고, 여러 민족이 섞여 살았던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중국이 21세기에 민족주의에 빠져드는 것은 서구열강의 침입을 받았던 뼈아픈 근대사의 경험 탓일 것입니다. 심한 언론통제 환경에서 인터넷을 통한 집단적 의사표현이 가능해진 것이 민족의식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엮이고 인종 이념 민족간에 경계에 사라지는 시대에 편협한 민족주의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중국이 정말로 베이징올림픽을 잘 치러 국제무대에서 도약하고 싶다면 설익은 민족감정 표출보다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함양에 더 애써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3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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