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칭찬해줄 수 없는 예산확보

한나라당이 8일 국회에서 총 309조 원에 이르는 내년 예산안과 관련법안들을 날림으로 처리해 나라 살림이 제대로 될지 의문입니다.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 예산 400억 원이 전액 삭감됐고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은 전혀 책정되지 않았습니다. 저출산으로 비상이고 저소득층 지원을 늘리겠다는 나라의 예산이 이렇게 된 것입니다.

반면에 여야의 힘 센 의원들은 어김없이 지역구 예산을 챙겼습니다.

국회에서 불어난 포항 울릉 관련 예산은 총 1369억원에 이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덕분이라는 분석입니다. 그중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예산으로 내년분 200억원이 증액돼 포항공대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4년 내에 국비 4000억 원이 투자되는 4세대 가속기를 어디에 구축할지 결정되지 않았는데 포항에 돈부터 들어가게 돼 다른 지역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결위원장인 이주영 의원은 마산 관련 예산 360억 원을 늘렸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목포 관련 예산 65억 원을 늘렸는데 F1코리아 그랑프리 지원 예산 등을 합해 265억 원을 증액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대전 충남지역 예산을 1170억 원 증액시키는데 성공했다＂고 자화자찬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안을 마련하면 국회가 상임위 예결위에서 국가 전체의 필요성과 우선순위를 면밀히 따져가며 결정하는 것이 정부 예산입니다. 거기 맞춰 국민 세금을 쓰는 것이죠. 그런데 해마다 심의는 제대로 못하고 날림으로 의결하면서 여야간에 나눠먹기를 한다면 나머지 지역에 사는 국민은 세금만 내는 봉이 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역구 예산 챙기기는 더는 미풍양속이 아닙니다. 지역구민은 ＂우리 의원이 돈을 많이 따왔다＂고 칭찬할 일이 아닙니다.

이번에 한국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비 이자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익사업에 따른 손실을 최종적으로 정부가 보전해주는 내용의 법안도 통과됐습니다. 정부가 공기업에 어디까지 지원할지 기준이 필요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