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사무이 섬 여행-타마린드 스프링스 스파
등록 2011.04.09.태국의 사무이 섬이 그런 곳이다. 보통 ‘코 사무이’라고 알려졌다. 태국어로 ‘코’(Koh)가 ‘섬’을 뜻하니 정확히는 ‘사무이 섬’이다. 이 섬이 지구촌에 여행지로 소개된 것은 1970년대. 배낭 하나 달랑 매고 아시아 곳곳을 주유하던 유럽의 젊은이들이 주역이다. 그 때만해도 사무이는 연중 내내 코코넛 따고 고기 잡던 평범한 열대 섬이었다. 500년 전까지는 무인도였고.
그 사무이가 최근 20년 간 상전벽해를 일으켰다. 관광대국 태국의 리조트 비즈니스에서 푸껫을 제치고 1위에 올랐을 정도다. 리조트호텔만 260개(09년 말 현재), 침대 수가 6만을 헤아린다. 포시즌즈, 반얀트리, 식스센시즈 등 리조트의 최고급 브랜드가 모두 다 들어왔다. 뒤늦게 관광산업을 개시한 만큼 개발도 친환경적이다. 우거진 숲으로 온통 녹색을 띠는 섬은 새하얀 분말 형의 고운모래 해변과 에메랄드 빛 바닷물에 둘러싸여 보석처럼 빛난다.
사무이는 푸껫과 곧잘 비교된다. 크기는 사무이가 작다. 푸껫은 태국의 섬 중 최대다. 사무이는 창 섬에 이어 세 번째. 위치는 정반대다. 푸껫은 반도 서편 안다만 해, 사무이는 동편 태국만이다. 기후도 다르다. 푸껫은 5~11월이 우기지만 사무이는 11, 12월 단 두 달뿐이다.
푸껫은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연륙도다. 사무이는 80여개 섬으로 이뤄진 군도다. 육지로부터 무려 80km나 떨어졌다. 푸껫은 전체적으로 난개발 됐다. 그래서 분위기도 육지처럼 어수선하다. 연륙도인만큼 당연한 결과다. 사무이는 다르다. 친환경 개발로 소박하고 호젓한 분위기가 그대로다. ‘지속가능’개념의 생태관광 덕분이다. 섬에서는 어촌과 농촌, 어민과 농민이 리조트와 해변, 시장과 골목에서 외국 관광객과 두루 어울린다. 고층건물도 없고 차량연료도 바이오디젤이다.
공통점도 많다. 아름다운 바다와 멋진 해변, 주변의 수많은 섬. 푸케트에 팡아 만과 피피 섬이 있다면 사무이에는 태국만과 앙텅국립해양공원, 타오 섬이 있다. 지상 최고의 휴양지라 할 만한 자연이다. 사무이 섬에는 산악(636m)이 발달했다. 서울근교 수락산(638m)만한 산이 있다. 그 숲에선 사륜구동지프 투어와 코끼리트레킹을 한다. 폭포도 있다. 나무앙 2폭포는 낙차가 80m다. 스파도 숲 속에 있다. 라마이 비치의 ‘타마린드 스프링즈 포레스트’ 스파는 4시간 동안 정적이 감도는 열대우림의 숲 속과 바위 곁에서 심신을 쉬게 하는 ‘숲 속의 옹달샘’이다. 푸껫 외에 태국의 다른 섬을 찾는 이들. 이번엔 당연히 사무이로 갈 일이다.
섬의 첫인상은 공항에서 좌우된다. 그런 점에서 최고는 남태평양의 섬 타히티(공식명칭은 프렌치 폴리네시아)다. 열대 섬 정취가 물씬 풍기는 트로피컬샬레(열대 섬의 전통건축)풍 청사. 트랩을 내려서자 폴 고갱 그림 속의 다갈색 피부 폴리네시안 처녀가 미소 지으며 다가온다. 티아레(하얀 치자꽃) 한 송이를 건네고 미소 지으며. 그 뒤에선 폴리네시안 남자 셋이 기타에 맞춰 노래를 불러준다.
●식음료를 공짜로 주는 친절한 사무이 국제공항
그 정도엔 못 미쳐도 인상적이었다. 사무이 공항도 전통스타일이었다. 예쁜 처녀나 환영음악은 없어도. 대신 놀이공원의 ‘코끼리열차’가 나를 맞았다. 터미널까지 300m는 이 차로 간다. 그런데 터미널이 색달랐다. 아울렛처럼 단층건물 몇 채가 골목양편으로 줄지었다. 실제로 아울렛을 개조한 것이었다.
국제선 출발장의 음료와 스낵 무료서비스도 특별하다. 대기 중 주스와 커피, 핫초콜릿 등 음료와 머핀, 샌드위치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와이파이로 신정아씨의 책 ‘4001’이 막 일으킨 파문을 추적하면서. 세계 어디서고 본적 없는 이런 서비스.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신지. 공항은 태국정부 것이 아니었다. 방콕에어웨이즈(태국항공사) 소유다. 왜 항공사가 공항을 운영할까. 투자전략이다. 섬 개발초기, 항공사는 사무이 섬의 잠재가치를 제대로 짚었다. 그래서 자기자본으로 공항을 건설하고 항공로를 개척했다. 공항이 생기자 리조트개발이 활발해졌다. 엄청난 투자에 수많은 관광객이 뒤따랐다. 성공적이었다. 방콕~사무이에만 방콕에어웨이즈가 하루 23편 운항하는 것이 그걸 증명한다. 타이항공 등 타 항공사도 취항 중이다. 별도 운항료를 방콕에어웨이즈에 내면서.
●순수와 고요의 섬, 사무이에서 맞는 아침의 정경
섬에서 첫 아침. 사무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아침잠에서 깨는 것이었다. 순수의 섬에서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같다. ‘새소리와 더불어 시작하는 청명한 아침’이다. 아침 새소리에 내 오감은 한순간 화들짝 열린다. 잠들었던 원시성도 후다닥 되살아난다. 이제부터다. 섬의 순수를 온몸으로, 오감으로 느끼는 것은. 빛과 소리, 맛과 향기, 촉감으로. 섬에서 휴식은 이렇게 즐겨야 제격이다. 원시성의 회복이야말로 섬 휴가로 얻는 최고의 수확이니까.
내가 묵은 곳은 섬 북쪽 매남비치. 해변의 ‘페어하우스’였다. 매남비치는 조용하다. 일찍 개발돼 방문객이 몰리는 차웽, 라마이비치와 다르다. 리조트도 띄엄띄엄 있고 워킹스트리트(골목시장)도 없다. 페어하우스의 바닷가 야외레스토랑은 ‘더 브리-이즈’(The Bre-eze)다. 미풍을 뜻하는 ‘breeze`의 어감을 극대화한 감성적 조어다. 이런 섬에서 아침엔 레몬 즙 뿌린 파파야가 제격이다. 작은 태국 산 레몬은 칼로 반쪽을 낸다. 그걸 손가락으로 짜 시디신 즙을 농익어 도발적인 주황빛 파파야에 뿌리는데 그 새콤 달콤 쌉살 짭짤한 맛이 글쎄, 꼭 첫사랑 맛이다.
●섬들의 세상 앙텅국립해양공원
사람의 욕심이란 게 그렇다. 한도 끝도 없다. 사무이만 해도 천국 닮은 섬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무이를 등진다. 앙텅국립해양공원의 섬과 바다로, 타오 섬의 낭위안 리조트로. 이유는 자명하다. 거긴 ‘천국에서도 특실’이니까. 나도 그 천국특실 행 보트에 올랐다.
첫날 찾은 곳은 20km 거리의 앙텅국립해양공원. 쾌속보트로도 근 한 시간 거리다. 푸케트의 팡아 만처럼 42개의 크고 작은 섬이 바다를 수놓고 있었다. 모두 석회암 카르스트지형인데 용식작용으로 특이한 모습이다. 섬의 바위산은 높이도 다양(높이 10~400m)하다. 스노크링은 그중 한 섬에서 한다. 들여다 본 물속. 산호수중에 열대어가 무수했다. 점심에는 전망대가 있는 매(Mae)섬에 들렀다. 거기선 주변 바다와 섬이 한눈에 들어왔다. 백미는 바로 밑, 매섬의 홍(Hong·비에 용식돼 석회암 섬 한가운데 수직으로 뚫린 구멍)에 담긴 초록물빛 바다호수 ‘나이’(폭 200~250m)다. 섬 주변에서는 한 무리의 패들러(paddler·노 젓는 사람)가 시카약으로 해안을 섭렵 중이었다. 간조로 내려간 수면 위로 천정처럼 드러난 해안바위는 시카약을 노저어 다니기에 기막힌 코스였다.
●천국의 섬, 타오와 낭위안
이튿날은 찾은 곳은 타오 섬. 사무이 북쪽으로 85km해상이다. 카타마란(동체 두개의 쌍동선)형의 고속페리가 운행 중인데 승객 250명 중 한국인 신혼부부만 스무 쌍이 넘었다. 출항 20분. 태국비치문화의 랜드마크인 ‘풀문파티’(Full Moon Party)의 발상지, 팡안 섬에 섰다. 비치마다 매달 한번, 보름밤에 해변서 펼치는 댄스파티다. 그 밤 해변은 ‘해방구’로 변한다. 팡안은 그때마다 ‘파티 애니멀’(Party Animal·파티중독자)로 넘쳐난다.
출발한지 한시간반. 타오 섬 바로 옆 섬 낭위안에 접안했다. 선상에서 바라다보이던 낭위안 섬의 비치풍경. 기막혔다. 세 섬을 잇는 두 개의 흰 모래 사주(沙柱)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뒤로 펼쳐지는 파란 바다와 하늘, 수평선도 인상적이었고. 그 비치를 일렬로 장식한 파라솔은 마치 설치미술의 오브제처럼 돋보였다.
페리에서 내린 나는 작은 배로 갈아탔다. 타오 섬의 스노크링 포인트로 떠나는 배였다. 타오 섬의 바위해안에서 즐겼던 한 시간 반 동안의 수중여행. 또다른 멋진 세상이었다. 배는 정오경 낭위안으로 되돌아갔다. 오후 세시(사무이 행 페리 출항시각)까지는 자유시간이다. 낭위안에서도 즐길 거리는 많았다. 사주로 형성된 두 개의 라군(潟湖·모래와 바위, 산호초에 갇혀 생겨난 바다호수)에서는 스노크링을 한다. 비치에서는 반라로 선탠하는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서 책을 읽기도 한다. 나는 산꼭대기 전망 포인트로 올랐다. 세 섬을 잇는 사주 2개가 라군을 형성한 그 특별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올라보니 선상에서 봤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절경이 펼쳐졌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버킷리스트’(Bucket List·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목록)에 또 하나가 추가됐다. ‘낭위안 섬에서 지치도록 놀기’다.
●사무이 섬의 산과 바다, 그리고 코코넛
섬에도 볼거리 즐길 거리가 산적했다. 그중에서도 ‘힌타힌야이’는 놓치지 말아야 할 ‘머스트 시’(must-see) 목록 1번이다. 해석하면 ‘할아버지 할머니’지만 실상은 남근석과 여궁석이다. 라마이비치 남단의 바위해안에 있는데 조물주의 솜씨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워킹스트리트’도 강추다. ‘골목시장’인데 즉석조리의 다양한 거리음식이 호기심과 입맛을 동시에 끌었다. 세상에서 코코넛 종류가 가장 많은 ‘코코넛 섬’인 만큼 거리행상의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꼭 맛보자. 코코넛 껍데기에 막 긁어낸 하얀 코코넛속살과 견과류를 아이스크림에 담아내는데 맛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여행정보
◇찾아가기 ▽항공로 △국제선:인천~사무이 직항 편은 없다. 방콕, 싱가포르, 홍콩을 경유한다. 가장 편리한 스케줄은 방콕 경유로 하루25편이나 된다. 인천~방콕 5시간, 방콕~사무이(700km) 1시간소요. ▽기후:사무이는 11, 12월을 제외한 열 달이 대체로 건기. 기온(평균)은 3월 25~33도, 4~7월 25~31도. 여행최적기는 비와 바람이 없는 3, 4월. 우기(11, 12월)는 바람이 세고 파도도 높으니 피한다. ▽교통:오토바이가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 △도로:제주도처럼 일주도로다. △버스:‘송테우’(픽업트럭 화물칸에 일렬의자 설치한 개조버스). 타기 전 요금흥정 필수. △택시:‘미터택시’라고 쓰여 있어도 고정요금으로 운행. 탑승 전 요금흥정 필수. 나통(페리부두)~차웽, 라마이 비치(거리 25km) 400바트(약 1만6000원)이하면 적당. 보통은 600~800바트 요구. △렌털:자동차, 오토바이 모두 가능. 유명업체 이용이 관건. 작은 업소는 피한다. 도난 오토바이나 무보험 차량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 ▽고급 리조트 △반얀트리 사무이:라마이 비치의 바위해안에 자리 잡은 최고급의 태국 스타일 건축의 풀 빌라. www.banyantree.com △파빌리온 사무이 부티크 리조트:라마이 비치에서 유일하게 전용해변 갖춘 리조트. 그 비치에서 풀문파티를 벌인다. 풀 빌라도 갖췄다. www.pavillionsamui.com △페어하우스 빌라&스파:비교적 한적한 매남비치의 바닷가지만 해변은 없고 모두 가든 빌라(72채)다. www.fairhousesamui.com ▽어트랙션 △섬:롬프라야 고속페리의 하루일정 투어(스노크링 카약타기)로 다녀올 수 있다. 예약하면 이른 아침 호텔로 차를 보내준다. 선착장은 매남비치. www.lomprayah.com ①앙텅국립해양공원:2000바트(약7만8000원) ②타오·난위안 섬:국립공원 입장료 포함해 1700바트(약6만6000원) △섬 일주:힌타힌야이, 나무앙 폭포 등 섬 관광지는 일주도로(60km) 반나절투어로 볼 수 있다. ③나무앙사파리공원: 폭포가 있는 산속의 숲에서 동물 쇼(원숭이, 악어, 코끼리)는 물론 코끼리트레킹과 사륜구동투어를 즐긴다. www.samuinamuangsafari.net △스파:타마린드 스프링스 포레스트 스파(라마이 비치)는 이제껏 볼 수없었던 자연(숲과 바위, 샘)속 스파. www.tamarindsprings.com
조성하 동아일보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여행을 ‘등급’매긴다면, 글쎄. ‘허니문’이 가장 고급스럽지 않을까. 특급호텔(혹은 리조트)에 전용차량과 개별가이드, 다양한 옵션투어를 거침없이 즐겨서다. 이게 가능한 데는 이유가 있다. ‘내 돈 안들이고 가는 마지막 여행’이라는. 씀씀이에 별로 저항감이 없다. 우리나라 관광여행의 트랜드는 그런 허니문이 주도해왔다. 해외로, 리조트로, 섬으로, 풀 빌라로…. 허니문으로 시작된 지 3, 4년이면 인기여행지로 부각된다. 그러니 특별한 곳을 찾는다면 주저 말고 요즘 뜨는 허니문여행지부터 살필 일이다.
태국의 사무이 섬이 그런 곳이다. 보통 ‘코 사무이’라고 알려졌다. 태국어로 ‘코’(Koh)가 ‘섬’을 뜻하니 정확히는 ‘사무이 섬’이다. 이 섬이 지구촌에 여행지로 소개된 것은 1970년대. 배낭 하나 달랑 매고 아시아 곳곳을 주유하던 유럽의 젊은이들이 주역이다. 그 때만해도 사무이는 연중 내내 코코넛 따고 고기 잡던 평범한 열대 섬이었다. 500년 전까지는 무인도였고.
그 사무이가 최근 20년 간 상전벽해를 일으켰다. 관광대국 태국의 리조트 비즈니스에서 푸껫을 제치고 1위에 올랐을 정도다. 리조트호텔만 260개(09년 말 현재), 침대 수가 6만을 헤아린다. 포시즌즈, 반얀트리, 식스센시즈 등 리조트의 최고급 브랜드가 모두 다 들어왔다. 뒤늦게 관광산업을 개시한 만큼 개발도 친환경적이다. 우거진 숲으로 온통 녹색을 띠는 섬은 새하얀 분말 형의 고운모래 해변과 에메랄드 빛 바닷물에 둘러싸여 보석처럼 빛난다.
사무이는 푸껫과 곧잘 비교된다. 크기는 사무이가 작다. 푸껫은 태국의 섬 중 최대다. 사무이는 창 섬에 이어 세 번째. 위치는 정반대다. 푸껫은 반도 서편 안다만 해, 사무이는 동편 태국만이다. 기후도 다르다. 푸껫은 5~11월이 우기지만 사무이는 11, 12월 단 두 달뿐이다.
푸껫은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연륙도다. 사무이는 80여개 섬으로 이뤄진 군도다. 육지로부터 무려 80km나 떨어졌다. 푸껫은 전체적으로 난개발 됐다. 그래서 분위기도 육지처럼 어수선하다. 연륙도인만큼 당연한 결과다. 사무이는 다르다. 친환경 개발로 소박하고 호젓한 분위기가 그대로다. ‘지속가능’개념의 생태관광 덕분이다. 섬에서는 어촌과 농촌, 어민과 농민이 리조트와 해변, 시장과 골목에서 외국 관광객과 두루 어울린다. 고층건물도 없고 차량연료도 바이오디젤이다.
공통점도 많다. 아름다운 바다와 멋진 해변, 주변의 수많은 섬. 푸케트에 팡아 만과 피피 섬이 있다면 사무이에는 태국만과 앙텅국립해양공원, 타오 섬이 있다. 지상 최고의 휴양지라 할 만한 자연이다. 사무이 섬에는 산악(636m)이 발달했다. 서울근교 수락산(638m)만한 산이 있다. 그 숲에선 사륜구동지프 투어와 코끼리트레킹을 한다. 폭포도 있다. 나무앙 2폭포는 낙차가 80m다. 스파도 숲 속에 있다. 라마이 비치의 ‘타마린드 스프링즈 포레스트’ 스파는 4시간 동안 정적이 감도는 열대우림의 숲 속과 바위 곁에서 심신을 쉬게 하는 ‘숲 속의 옹달샘’이다. 푸껫 외에 태국의 다른 섬을 찾는 이들. 이번엔 당연히 사무이로 갈 일이다.
섬의 첫인상은 공항에서 좌우된다. 그런 점에서 최고는 남태평양의 섬 타히티(공식명칭은 프렌치 폴리네시아)다. 열대 섬 정취가 물씬 풍기는 트로피컬샬레(열대 섬의 전통건축)풍 청사. 트랩을 내려서자 폴 고갱 그림 속의 다갈색 피부 폴리네시안 처녀가 미소 지으며 다가온다. 티아레(하얀 치자꽃) 한 송이를 건네고 미소 지으며. 그 뒤에선 폴리네시안 남자 셋이 기타에 맞춰 노래를 불러준다.
●식음료를 공짜로 주는 친절한 사무이 국제공항
그 정도엔 못 미쳐도 인상적이었다. 사무이 공항도 전통스타일이었다. 예쁜 처녀나 환영음악은 없어도. 대신 놀이공원의 ‘코끼리열차’가 나를 맞았다. 터미널까지 300m는 이 차로 간다. 그런데 터미널이 색달랐다. 아울렛처럼 단층건물 몇 채가 골목양편으로 줄지었다. 실제로 아울렛을 개조한 것이었다.
국제선 출발장의 음료와 스낵 무료서비스도 특별하다. 대기 중 주스와 커피, 핫초콜릿 등 음료와 머핀, 샌드위치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와이파이로 신정아씨의 책 ‘4001’이 막 일으킨 파문을 추적하면서. 세계 어디서고 본적 없는 이런 서비스.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신지. 공항은 태국정부 것이 아니었다. 방콕에어웨이즈(태국항공사) 소유다. 왜 항공사가 공항을 운영할까. 투자전략이다. 섬 개발초기, 항공사는 사무이 섬의 잠재가치를 제대로 짚었다. 그래서 자기자본으로 공항을 건설하고 항공로를 개척했다. 공항이 생기자 리조트개발이 활발해졌다. 엄청난 투자에 수많은 관광객이 뒤따랐다. 성공적이었다. 방콕~사무이에만 방콕에어웨이즈가 하루 23편 운항하는 것이 그걸 증명한다. 타이항공 등 타 항공사도 취항 중이다. 별도 운항료를 방콕에어웨이즈에 내면서.
●순수와 고요의 섬, 사무이에서 맞는 아침의 정경
섬에서 첫 아침. 사무이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아침잠에서 깨는 것이었다. 순수의 섬에서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같다. ‘새소리와 더불어 시작하는 청명한 아침’이다. 아침 새소리에 내 오감은 한순간 화들짝 열린다. 잠들었던 원시성도 후다닥 되살아난다. 이제부터다. 섬의 순수를 온몸으로, 오감으로 느끼는 것은. 빛과 소리, 맛과 향기, 촉감으로. 섬에서 휴식은 이렇게 즐겨야 제격이다. 원시성의 회복이야말로 섬 휴가로 얻는 최고의 수확이니까.
내가 묵은 곳은 섬 북쪽 매남비치. 해변의 ‘페어하우스’였다. 매남비치는 조용하다. 일찍 개발돼 방문객이 몰리는 차웽, 라마이비치와 다르다. 리조트도 띄엄띄엄 있고 워킹스트리트(골목시장)도 없다. 페어하우스의 바닷가 야외레스토랑은 ‘더 브리-이즈’(The Bre-eze)다. 미풍을 뜻하는 ‘breeze`의 어감을 극대화한 감성적 조어다. 이런 섬에서 아침엔 레몬 즙 뿌린 파파야가 제격이다. 작은 태국 산 레몬은 칼로 반쪽을 낸다. 그걸 손가락으로 짜 시디신 즙을 농익어 도발적인 주황빛 파파야에 뿌리는데 그 새콤 달콤 쌉살 짭짤한 맛이 글쎄, 꼭 첫사랑 맛이다.
●섬들의 세상 앙텅국립해양공원
사람의 욕심이란 게 그렇다. 한도 끝도 없다. 사무이만 해도 천국 닮은 섬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사무이를 등진다. 앙텅국립해양공원의 섬과 바다로, 타오 섬의 낭위안 리조트로. 이유는 자명하다. 거긴 ‘천국에서도 특실’이니까. 나도 그 천국특실 행 보트에 올랐다.
첫날 찾은 곳은 20km 거리의 앙텅국립해양공원. 쾌속보트로도 근 한 시간 거리다. 푸케트의 팡아 만처럼 42개의 크고 작은 섬이 바다를 수놓고 있었다. 모두 석회암 카르스트지형인데 용식작용으로 특이한 모습이다. 섬의 바위산은 높이도 다양(높이 10~400m)하다. 스노크링은 그중 한 섬에서 한다. 들여다 본 물속. 산호수중에 열대어가 무수했다. 점심에는 전망대가 있는 매(Mae)섬에 들렀다. 거기선 주변 바다와 섬이 한눈에 들어왔다. 백미는 바로 밑, 매섬의 홍(Hong·비에 용식돼 석회암 섬 한가운데 수직으로 뚫린 구멍)에 담긴 초록물빛 바다호수 ‘나이’(폭 200~250m)다. 섬 주변에서는 한 무리의 패들러(paddler·노 젓는 사람)가 시카약으로 해안을 섭렵 중이었다. 간조로 내려간 수면 위로 천정처럼 드러난 해안바위는 시카약을 노저어 다니기에 기막힌 코스였다.
●천국의 섬, 타오와 낭위안
이튿날은 찾은 곳은 타오 섬. 사무이 북쪽으로 85km해상이다. 카타마란(동체 두개의 쌍동선)형의 고속페리가 운행 중인데 승객 250명 중 한국인 신혼부부만 스무 쌍이 넘었다. 출항 20분. 태국비치문화의 랜드마크인 ‘풀문파티’(Full Moon Party)의 발상지, 팡안 섬에 섰다. 비치마다 매달 한번, 보름밤에 해변서 펼치는 댄스파티다. 그 밤 해변은 ‘해방구’로 변한다. 팡안은 그때마다 ‘파티 애니멀’(Party Animal·파티중독자)로 넘쳐난다.
출발한지 한시간반. 타오 섬 바로 옆 섬 낭위안에 접안했다. 선상에서 바라다보이던 낭위안 섬의 비치풍경. 기막혔다. 세 섬을 잇는 두 개의 흰 모래 사주(沙柱)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 뒤로 펼쳐지는 파란 바다와 하늘, 수평선도 인상적이었고. 그 비치를 일렬로 장식한 파라솔은 마치 설치미술의 오브제처럼 돋보였다.
페리에서 내린 나는 작은 배로 갈아탔다. 타오 섬의 스노크링 포인트로 떠나는 배였다. 타오 섬의 바위해안에서 즐겼던 한 시간 반 동안의 수중여행. 또다른 멋진 세상이었다. 배는 정오경 낭위안으로 되돌아갔다. 오후 세시(사무이 행 페리 출항시각)까지는 자유시간이다. 낭위안에서도 즐길 거리는 많았다. 사주로 형성된 두 개의 라군(潟湖·모래와 바위, 산호초에 갇혀 생겨난 바다호수)에서는 스노크링을 한다. 비치에서는 반라로 선탠하는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서 책을 읽기도 한다. 나는 산꼭대기 전망 포인트로 올랐다. 세 섬을 잇는 사주 2개가 라군을 형성한 그 특별한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올라보니 선상에서 봤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절경이 펼쳐졌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버킷리스트’(Bucket List·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목록)에 또 하나가 추가됐다. ‘낭위안 섬에서 지치도록 놀기’다.
●사무이 섬의 산과 바다, 그리고 코코넛
섬에도 볼거리 즐길 거리가 산적했다. 그중에서도 ‘힌타힌야이’는 놓치지 말아야 할 ‘머스트 시’(must-see) 목록 1번이다. 해석하면 ‘할아버지 할머니’지만 실상은 남근석과 여궁석이다. 라마이비치 남단의 바위해안에 있는데 조물주의 솜씨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워킹스트리트’도 강추다. ‘골목시장’인데 즉석조리의 다양한 거리음식이 호기심과 입맛을 동시에 끌었다. 세상에서 코코넛 종류가 가장 많은 ‘코코넛 섬’인 만큼 거리행상의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꼭 맛보자. 코코넛 껍데기에 막 긁어낸 하얀 코코넛속살과 견과류를 아이스크림에 담아내는데 맛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여행정보
◇찾아가기 ▽항공로 △국제선:인천~사무이 직항 편은 없다. 방콕, 싱가포르, 홍콩을 경유한다. 가장 편리한 스케줄은 방콕 경유로 하루25편이나 된다. 인천~방콕 5시간, 방콕~사무이(700km) 1시간소요. ▽기후:사무이는 11, 12월을 제외한 열 달이 대체로 건기. 기온(평균)은 3월 25~33도, 4~7월 25~31도. 여행최적기는 비와 바람이 없는 3, 4월. 우기(11, 12월)는 바람이 세고 파도도 높으니 피한다. ▽교통:오토바이가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 △도로:제주도처럼 일주도로다. △버스:‘송테우’(픽업트럭 화물칸에 일렬의자 설치한 개조버스). 타기 전 요금흥정 필수. △택시:‘미터택시’라고 쓰여 있어도 고정요금으로 운행. 탑승 전 요금흥정 필수. 나통(페리부두)~차웽, 라마이 비치(거리 25km) 400바트(약 1만6000원)이하면 적당. 보통은 600~800바트 요구. △렌털:자동차, 오토바이 모두 가능. 유명업체 이용이 관건. 작은 업소는 피한다. 도난 오토바이나 무보험 차량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 ▽고급 리조트 △반얀트리 사무이:라마이 비치의 바위해안에 자리 잡은 최고급의 태국 스타일 건축의 풀 빌라. www.banyantree.com △파빌리온 사무이 부티크 리조트:라마이 비치에서 유일하게 전용해변 갖춘 리조트. 그 비치에서 풀문파티를 벌인다. 풀 빌라도 갖췄다. www.pavillionsamui.com △페어하우스 빌라&스파:비교적 한적한 매남비치의 바닷가지만 해변은 없고 모두 가든 빌라(72채)다. www.fairhousesamui.com ▽어트랙션 △섬:롬프라야 고속페리의 하루일정 투어(스노크링 카약타기)로 다녀올 수 있다. 예약하면 이른 아침 호텔로 차를 보내준다. 선착장은 매남비치. www.lomprayah.com ①앙텅국립해양공원:2000바트(약7만8000원) ②타오·난위안 섬:국립공원 입장료 포함해 1700바트(약6만6000원) △섬 일주:힌타힌야이, 나무앙 폭포 등 섬 관광지는 일주도로(60km) 반나절투어로 볼 수 있다. ③나무앙사파리공원: 폭포가 있는 산속의 숲에서 동물 쇼(원숭이, 악어, 코끼리)는 물론 코끼리트레킹과 사륜구동투어를 즐긴다. www.samuinamuangsafari.net △스파:타마린드 스프링스 포레스트 스파(라마이 비치)는 이제껏 볼 수없었던 자연(숲과 바위, 샘)속 스파. www.tamarindsprings.com
조성하 동아일보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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