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복서-6> 올림픽 탈락 뒤 칼 맞고 자살하려다가...
등록 2012.05.11.전 WBC 밴텀급 챔피언 변정일
“챔피언 벨트로 올림픽 한 풀었죠”
변정일은 한동안 링바닥에 앉아 판정에 항의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가 생각했던 올림픽은 이런 게 아니었다. 불가리아의 채체프 심판위원장은 잘못을 일부 시인했다. 그러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모두가 기대하던 메달 기대주 변정일은 불가리아의 흐리스토프에게 판정패하며 2회전에서 탈락하고 만다. 1988년 9월 22일. 변정일의 나이 23세였다.
“서울올림픽 공식 주제곡 ‘손에손잡고’ 라는 노래가 온나라에 울려 퍼지는데 그게 그렇게 듣기 싫었어요. 어디든 도망가고 싶었죠.”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반으로 갈렸다. 홈링에서 편파판정으로 패배한 변정일을 위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영광스런 서울 올림픽에 오점을 남겼다’며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국내외 언론과 복싱계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언론들은 67분간 링을 점거한 변정일과 코칭스태프에게 ‘추태를 부렸다’ 며 비꼬았고 AIBA(세계복싱연맹)는 변정일과 복싱팀 관계자들에게 2년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서울 올림픽을 넘어 바르셀로나 올림픽까지 바라보고 운동했던 기대주 변정일은 일찌감치 금메달의 꿈을 접고 프로로 전향을 선언했다.
싸움말리려다 흉기에 난도질...7시간 대수술프로로 전향했지만 국내에서는 시합이 잡히질 않았다. 서울올림픽에서의 안 좋은 이미지가 남아있어 방송사들이 중계를 거부한 것. 변정일의 방황은 길어졌다. 그러던 중 설상가상으로 또 하나의 시련이 닥쳤다. 싸움에 휘말린 친구를 말리려다 상대방 일행이 휘두른 흉기에 찔리고 만 것.
“7시간에 걸쳐 70바늘을 꿰매는 대수술이었어요. 팔과 등에 인대가 다 끊어져서 일일이 다 봉합했는데 의사가 그러더군요. ‘운동은 이제 못하겠다’ 고. 잘 재활해서 일상생활이나 불편하지 않게 하라는데...선수로서 사형선고를 받은거죠.”
죽고 싶었다. 8층 난간에서 떨어지려고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그때마다 4남 1녀를 홀로 키우신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어머니가 마흔이 넘어 저를 가지셨어요. 아버지는 제가 중학생이 됐을 때 작고하셨고. 저때문에 마지막까지 고생하신 어머니 생각하면서 마음 다 잡았죠”
올림픽 설움 날려버린 챔피언 벨트1990년 2월 18일. 변정일은 이 날을 잊지 못한다.
“너무 기뻤죠. 링에 설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했죠. 중계날짜, 방송사가 잡혔다는 소식만으로도 벌써 세계 챔피언이 된 듯한 기분이었어요.”
기적적인 재활이 이뤄지고 경기가 일사천리로 성사되자 변정일에게 장애물은 없었다. 변정일은 프로데뷔 8전만에 WBC 밴텀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변정일은 챔피언이 된 후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올림픽 사건, 사고, 피나는 재활 그런 것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그는 호텔로비를 뛰어올라가 공중전화로 아마추어 시절 은사 고 김성은 대표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고 김성은 감독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변정일에게 “그래 수고했다”고 칭찬을 했다. 변정일은 요즘도 은사의 무덤을 찾을 때마다 그 한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인생 가르쳐 준 복싱챔피언의 기쁨도 잠시, 그 해 변정일은 일본의 야수에이와 가진 2차방어전에서 판정패를 당하며 챔피언 벨트를 빼앗기고 말았다. 이번에도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편파판정이었다. 이듬해 7월 복수전을 가졌지만 11회 TKO패했다. 당시 군입대로 인해 훈련을 제대로 못한 상태였지만 프로모터가 시합을 강행해 준비없이 나갔다가 패했다. 이 경기를 끝으로 그는 글러브를 벗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했던가. 현역에서는 은퇴했지만 그는 복싱 관련 사업을 해 승승장구했다. 복싱과 에어로빅을 접목시킨 복싱다이어트클럽을 만들어 여성들이 복싱 체육관을 찾아오게 만들었고, 김주희, 이인영 같은 선수를 발굴해 세계챔피언으로 만들었다.
변정일은 복싱이 인생을 가르쳐 주었노라고 말한다. 복싱에서 겪었던 굴곡 덕분에 그가 더욱 단단하게 다져질 수 있었다는 것.
“복싱은 인생 그 자체입니다. 변정일을 축소시켜놓은 게 바로 복싱이거든요.”
동아닷컴 동영상뉴스팀 I 백완종 기자 100pd@donga.com영광의 복서-1. 홍수환편 보러가기
영광의 복서-2. 장정구편 보러가기
영광의 복서-3. 박종팔편 보러가기 영광의 복서-4. 백인철편 보러가기 영광의 복서-5. 유명우편 보러가기
전 WBC 밴텀급 챔피언 변정일
“챔피언 벨트로 올림픽 한 풀었죠”
변정일은 한동안 링바닥에 앉아 판정에 항의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가 생각했던 올림픽은 이런 게 아니었다. 불가리아의 채체프 심판위원장은 잘못을 일부 시인했다. 그러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모두가 기대하던 메달 기대주 변정일은 불가리아의 흐리스토프에게 판정패하며 2회전에서 탈락하고 만다. 1988년 9월 22일. 변정일의 나이 23세였다.
“서울올림픽 공식 주제곡 ‘손에손잡고’ 라는 노래가 온나라에 울려 퍼지는데 그게 그렇게 듣기 싫었어요. 어디든 도망가고 싶었죠.”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반으로 갈렸다. 홈링에서 편파판정으로 패배한 변정일을 위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영광스런 서울 올림픽에 오점을 남겼다’며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국내외 언론과 복싱계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언론들은 67분간 링을 점거한 변정일과 코칭스태프에게 ‘추태를 부렸다’ 며 비꼬았고 AIBA(세계복싱연맹)는 변정일과 복싱팀 관계자들에게 2년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서울 올림픽을 넘어 바르셀로나 올림픽까지 바라보고 운동했던 기대주 변정일은 일찌감치 금메달의 꿈을 접고 프로로 전향을 선언했다.
싸움말리려다 흉기에 난도질...7시간 대수술프로로 전향했지만 국내에서는 시합이 잡히질 않았다. 서울올림픽에서의 안 좋은 이미지가 남아있어 방송사들이 중계를 거부한 것. 변정일의 방황은 길어졌다. 그러던 중 설상가상으로 또 하나의 시련이 닥쳤다. 싸움에 휘말린 친구를 말리려다 상대방 일행이 휘두른 흉기에 찔리고 만 것.
“7시간에 걸쳐 70바늘을 꿰매는 대수술이었어요. 팔과 등에 인대가 다 끊어져서 일일이 다 봉합했는데 의사가 그러더군요. ‘운동은 이제 못하겠다’ 고. 잘 재활해서 일상생활이나 불편하지 않게 하라는데...선수로서 사형선고를 받은거죠.”
죽고 싶었다. 8층 난간에서 떨어지려고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그때마다 4남 1녀를 홀로 키우신 어머니가 생각이 났다.
“어머니가 마흔이 넘어 저를 가지셨어요. 아버지는 제가 중학생이 됐을 때 작고하셨고. 저때문에 마지막까지 고생하신 어머니 생각하면서 마음 다 잡았죠”
올림픽 설움 날려버린 챔피언 벨트1990년 2월 18일. 변정일은 이 날을 잊지 못한다.
“너무 기뻤죠. 링에 설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행복했죠. 중계날짜, 방송사가 잡혔다는 소식만으로도 벌써 세계 챔피언이 된 듯한 기분이었어요.”
기적적인 재활이 이뤄지고 경기가 일사천리로 성사되자 변정일에게 장애물은 없었다. 변정일은 프로데뷔 8전만에 WBC 밴텀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변정일은 챔피언이 된 후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올림픽 사건, 사고, 피나는 재활 그런 것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그는 호텔로비를 뛰어올라가 공중전화로 아마추어 시절 은사 고 김성은 대표팀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고 김성은 감독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변정일에게 “그래 수고했다”고 칭찬을 했다. 변정일은 요즘도 은사의 무덤을 찾을 때마다 그 한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인생 가르쳐 준 복싱챔피언의 기쁨도 잠시, 그 해 변정일은 일본의 야수에이와 가진 2차방어전에서 판정패를 당하며 챔피언 벨트를 빼앗기고 말았다. 이번에도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편파판정이었다. 이듬해 7월 복수전을 가졌지만 11회 TKO패했다. 당시 군입대로 인해 훈련을 제대로 못한 상태였지만 프로모터가 시합을 강행해 준비없이 나갔다가 패했다. 이 경기를 끝으로 그는 글러브를 벗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했던가. 현역에서는 은퇴했지만 그는 복싱 관련 사업을 해 승승장구했다. 복싱과 에어로빅을 접목시킨 복싱다이어트클럽을 만들어 여성들이 복싱 체육관을 찾아오게 만들었고, 김주희, 이인영 같은 선수를 발굴해 세계챔피언으로 만들었다.
변정일은 복싱이 인생을 가르쳐 주었노라고 말한다. 복싱에서 겪었던 굴곡 덕분에 그가 더욱 단단하게 다져질 수 있었다는 것.
“복싱은 인생 그 자체입니다. 변정일을 축소시켜놓은 게 바로 복싱이거든요.”
동아닷컴 동영상뉴스팀 I 백완종 기자 100pd@donga.com영광의 복서-1. 홍수환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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