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첫 ‘마담 르 메르’ 안 이달고… ‘스페인출신 서민의 딸’

등록 2014.04.01.
13년 市政보좌 이달고 부시장 당선… 자전거대여 등 친서민정책 인기

대권 징검다리 건너 큰 꿈 꿀수도… 집권 사회당은 지방선거 참패

“빛의 도시(la ville lumi`ere)에서 늘 그림자로 일해 왔던 그녀가 파리의 첫 마담 르 메르(Madame le maire·여성 시장)에 오르다.”(유럽1)

프랑스 파리시에서 첫 여성 시장이 탄생했다. 2001년부터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을 13년간 보좌해온 사회당(PS)의 안 이달고 부시장이 주인공이다. 파리 코뮌 붕괴로 폐지됐던 파리시장직이 1977년 부활한 이후 여성이 시장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30일 결선투표가 치러진 파리시장 선거는 좌우파 양당이 내세운 여성 후보 간 맞대결이었다. 집권여당 후보인 이달고는 제1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나탈리 코시위스코모리제 전 교통환경장관(40)을 여유 있게 물리쳤다. 개표 결과 이달고 부시장의 득표율은 54.5%, 코시위스코모리제 후보는 45.5%였다.

파리는 전통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하고 외국인 거주비율이 높다. 이달고의 당선에도 이민자 출신, 여성, 친서민 정책이 좌파 유권자들을 결집시켰다는 평이다. 스페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세 때 프랑스 리옹으로 이주했으며 14세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이달고 가족은 리옹의 작은 공공 임대주택에서 가난하게 살아 온 반면 상대 후보인 코시위스코모리제는 프랑스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난 엘리트다. 일간 르피가로는 “파리는 프랑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고 평했다.

이달고가 보좌해온 들라노에 현 시장은 무인 자전거 대여 시스템인 벨리브(Velib)를 도입했고 파리 센 강변에 인공 백사장 등을 조성해 바캉스를 즐기게 하는 등 친서민 정책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달고도 이번 선거에서 전기 오토바이를 대여하는 스쿠트리브(Scootlib)를 비롯해 공공주택·유치원 건설 등 서민을 겨냥한 공약을 내놓고 표를 끌어모았다.

임기 6년의 파리시장은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지는 자리다. 18년간 파리시장을 지낸 자크 시라크도 1995년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프랑스에는 1944년에야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는 등 남성 중심적 정치 문화가 뿌리 깊다. 여시장의 등극에 따라 앞으로 치러질 대선에서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달고는 이날 당선 연설에서 “파리의 첫 여성 시장이 뜻하는 도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고의 파리시장 당선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체면을 살려줬다. 파리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집권 사회당이 참패했다. 전국적으로 40%의 표를 얻은 사회당 연합은 46%를 득표한 중도우파 UMP에 제1당 자리를 내주게 됐다. 또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도 7%를 득표해 1972년 창당 뒤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FN은 베지에와 프레쥐스 등 12곳에서 시장을 당선시켰고 지방의원도 1200명 이상을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집권 사회당의 이번 선거 참패가 최악의 경기침체, 높은 실업률, 아마추어적인 정책운용 때문이라는 지적에 따라 올랑드 대통령은 대대적인 개각과 감세, 친기업 정책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장마르크 에로 총리는 이날 TV 인터뷰에서 “진실을 마주할 순간이다. 이번 선거는 정부와 여당의 참패이며 내 책임도 크다”고 인정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13년 市政보좌 이달고 부시장 당선… 자전거대여 등 친서민정책 인기

대권 징검다리 건너 큰 꿈 꿀수도… 집권 사회당은 지방선거 참패

“빛의 도시(la ville lumi`ere)에서 늘 그림자로 일해 왔던 그녀가 파리의 첫 마담 르 메르(Madame le maire·여성 시장)에 오르다.”(유럽1)

프랑스 파리시에서 첫 여성 시장이 탄생했다. 2001년부터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을 13년간 보좌해온 사회당(PS)의 안 이달고 부시장이 주인공이다. 파리 코뮌 붕괴로 폐지됐던 파리시장직이 1977년 부활한 이후 여성이 시장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30일 결선투표가 치러진 파리시장 선거는 좌우파 양당이 내세운 여성 후보 간 맞대결이었다. 집권여당 후보인 이달고는 제1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나탈리 코시위스코모리제 전 교통환경장관(40)을 여유 있게 물리쳤다. 개표 결과 이달고 부시장의 득표율은 54.5%, 코시위스코모리제 후보는 45.5%였다.

파리는 전통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강하고 외국인 거주비율이 높다. 이달고의 당선에도 이민자 출신, 여성, 친서민 정책이 좌파 유권자들을 결집시켰다는 평이다. 스페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세 때 프랑스 리옹으로 이주했으며 14세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이달고 가족은 리옹의 작은 공공 임대주택에서 가난하게 살아 온 반면 상대 후보인 코시위스코모리제는 프랑스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난 엘리트다. 일간 르피가로는 “파리는 프랑스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고 평했다.

이달고가 보좌해온 들라노에 현 시장은 무인 자전거 대여 시스템인 벨리브(Velib)를 도입했고 파리 센 강변에 인공 백사장 등을 조성해 바캉스를 즐기게 하는 등 친서민 정책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달고도 이번 선거에서 전기 오토바이를 대여하는 스쿠트리브(Scootlib)를 비롯해 공공주택·유치원 건설 등 서민을 겨냥한 공약을 내놓고 표를 끌어모았다.

임기 6년의 파리시장은 대권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지는 자리다. 18년간 파리시장을 지낸 자크 시라크도 1995년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프랑스에는 1944년에야 여성 참정권이 인정되는 등 남성 중심적 정치 문화가 뿌리 깊다. 여시장의 등극에 따라 앞으로 치러질 대선에서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달고는 이날 당선 연설에서 “파리의 첫 여성 시장이 뜻하는 도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고의 파리시장 당선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체면을 살려줬다. 파리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집권 사회당이 참패했다. 전국적으로 40%의 표를 얻은 사회당 연합은 46%를 득표한 중도우파 UMP에 제1당 자리를 내주게 됐다. 또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도 7%를 득표해 1972년 창당 뒤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FN은 베지에와 프레쥐스 등 12곳에서 시장을 당선시켰고 지방의원도 1200명 이상을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집권 사회당의 이번 선거 참패가 최악의 경기침체, 높은 실업률, 아마추어적인 정책운용 때문이라는 지적에 따라 올랑드 대통령은 대대적인 개각과 감세, 친기업 정책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장마르크 에로 총리는 이날 TV 인터뷰에서 “진실을 마주할 순간이다. 이번 선거는 정부와 여당의 참패이며 내 책임도 크다”고 인정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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