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은 한국車” 교황의 선택은

등록 2014.07.19.
“가장 작은 한국산 차를 타고 싶다.”

다음 달 14∼18일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바티칸 교황청을 통해 ‘한국 천주교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에 이 같은 의견을 전했다. 허례허식을 버리자는 취지다. 준비위원회 측은 “교황은 ‘행사를 소박하게 진행하자’고 했다”며 “국산차를 타겠다는 것도 평소 이탈리아에서 타던 차를 갖고 오면 물류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이 방한해 어떤 차를 탈지는 자동차 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교황이 탔던 차’라는 명예에서 나오는 마케팅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교황, 한국에서 무슨 차 탈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차량 선택 기준은 ‘겸손함’이다. 최근 그는 공식석상에서 “신부나 수녀들이 최신차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선 차가 필요하지만 겸손한 차를 골랐으면 한다. 화려한 차가 타고 싶다면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가 배고픔으로 죽어 가는지 떠올려 보라”고 말하며 스스로 중소형차를 주로 이용해왔다.

이에 지난해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 거주하는 렌초 초카 신부는 교황에게 30만 km 이상을 달린 1984년식 중고차 ‘르노 4’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차는 초카 신부가 극빈층 거주지역을 방문할 때 쓰던 차였다. 이 모델은 1961년 선보여 100여 개국에서 800만 대가 넘게 팔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탈 차는 두 종류로 퍼레이드용 차량과 평소 이동할 때 타는 일반 승용차다. 교황이 언급한 ‘가장 작은 차’는 이동용 차량을 뜻한다. 교황은 두 차량 모두 한국산을 탈 가능성이 높다.

퍼레이드용 차량은 흔히 ‘포프모빌(popemobile)’이라고 부른다. ‘교황(pope)’과 ‘차(mobile)’의 합성어다. 사람들이 교황을 쉽게 볼 수 있도록 뒷좌석을 높인 뒤 이를 유리창으로 덮은 모양이라 언뜻 골프장에 돌아다니는 카트같이 보인다.

한국 행사장에서 쓰일 포프모빌은 차체 크기와 모양 특성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픽업트럭을 기반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외교부는 차량의 종류가 결정되면 바로 해당 업체에 의뢰해 퍼레이드용 차량을 제작할 방침이다.

포프모빌의 번호판은 ‘SCV1’이다. SCV는 ‘바티칸 시국(Stato della Citta del Vaticano)’의 약자로 ‘교황은 바티칸 시국의 수장’이라는 의미로 SCV에 ‘1’을 붙인다. 일반 차량의 번호판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숫자를 적어 넣지만 교황의 번호판에만 붉은색 글씨를 쓴다.

다만, 이번 방한에서는 교황이 국산차를 타는 만큼 한국 번호판을 달게 된다. 외교부 측은 “교황을 위한 번호판을 별도로 제작할지, 기존에 등록돼 있는 번호판을 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동용으로 작은 차를 언급했지만 경차보다는 현대자동차 ‘아반떼’나 기아자동차 ‘K3’ 등과 같은 준중형 차량을 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그가 여름휴가를 보내러 교황 별장이 있는 카스텔 간돌포에 갔을 때 준중형 차량인 포드 ‘포커스’를 탔던 데다 같은 해 브라질 방문 때도 피아트의 1600cc급 다목적 차량(MPV) ‘아이디어’를 탔기 때문이다.

현재 차량 선정 작업은 외교부와 한국 천주교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별로 가능한 선택사항들을 교황청에 제시한 뒤 교황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황이 최근 “내 나이엔 잃을 게 많지 않다”며 암살 위험에도 불구하고 “방탄차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따라 포프모빌이나 이동용 차량에 방탄 기능은 최소화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작은 차는 방탄차로 만들기가 어렵다. 완벽하게 방탄 처리를 하면 무게가 2.5∼3배 증가해 중소형차 엔진은 차량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에쿠스’ 엔진(3800cc, 5000cc)은 돼야 방탄차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1984년과 1989년 방한한 요한 바오로 2세는 포프모빌은 교황청에서 직접 가져온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개조차를, 이동용 차량으로는 청와대에서 제공한 제너럴모터스(GM) 캐딜락 리무진 방탄차를 탔다.



교황 이동수단의 변천

1978년까지 교황은 공식행사에서 이탈리아어로 ‘가마’라는 뜻인 ‘세디아 게스타토리아(sedia gestatoria)’를 탔다. 두 개의 긴 막대기 위에 의자가 달려 있는 모양으로, 교황이 의자에 앉으면 아래에서 남성들이 가마를 메고 가는 형태였다. 1978년 요한 바오로 1세가 가마를 타지 않겠다고 했지만 ‘가마에 앉지 않으면 대중이 교황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결국 그는 가마에 올랐다.

포프모빌에서 교황이 손을 흔들며 대중과 만나는 모습이 본격화한 것은 1979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해 요한 바오로 2세가 고향인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폴란드 트럭회사 ‘FCS 스타’의 차를 개조해서 타고 다녔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요한 바오로 2세는 무개차를 타고 다녔다.

현재 통용되는 포프모빌의 형태가 나온 것은 1980년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요한 바오로 2세를 위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230’을 개조해 뒷좌석을 높이고 유리로 좌석을 둘러싼 차를 제작했다.

1982년엔 방탄차가 등장했다. 1981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시국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한 터키인에게 피격을 당하면서다. 다행히 교황은 수술을 받고 회복했지만 피격을 당한 이듬해 영국을 방문할 땐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차량에 방탄유리 덮개를 씌워 이용했다.

교황의 이동용 차량은 포프모빌보다 훨씬 역사가 길다. 바티칸 박물관에 따르면 교황의 첫 차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2년 비오 11세가 교황에 즉위한 직후 밀라노 대교구 여성 가톨릭 평신도회에서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인 오토비앙키의 1692cc 차량 ‘비앙키 타입 15’를 교황청에 기증했다. 1920년대만 ‘비앙키 타입 20’과 피아트 ‘525’, 미국 그레이엄 페이지의 ‘837’, 시트로엥의 ‘C6 릭토리아 섹스’ 등이 교황청에 기증됐다.

교황의 차에 관한 일화는 많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930년 비오 11세를 위해 ‘뉘르부르크 460 풀만(리무진)’을 개조해 교황청에 기증했다. 4622cc 8기통 엔진을 장착했고 바닥엔 실크 양탄자가 깔려 있었으며 천장은 비둘기 그림으로 장식된 차였다. 당시 비오 11세는 교황청 정원에서 한 시간 동안이나 이 차를 시승하며 “기술이 훌륭하다”고 칭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4년 인도를 방문한 바오로 6세는 테레사 수녀의 극진한 대접에 감동받아 그녀에게 자신이 탔던 링컨 ‘콘티넨털’ 리무진을 선물했다. 테레사 수녀는 이 차를 팔아 나병 환자들을 위한 재활기관인 ‘평화의 마을’을 설립했다.



전임 교황은 고급차, 방탄차 선호

직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고급차와 방탄차를 선호했다. 그는 2011년 미국을 방문했을 땐 금색 테두리가 있는 하얀색 메르세데스벤츠 SUV ‘ML430’ 개조차를 탔다. 4.3L V형 8기통 엔진을 장착했고 최고 출력이 272마력인 차였다. 2011년 독일을 방문했을 땐 아우디 대형 세단 ‘A8 L 시큐리티’를 탔다.

2006년엔 볼보자동차가 교황청에 헌정한 ‘XC90 V8’을 타기도 했다. 이는 4400cc급 SUV 모델로 최고 출력이 315마력,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이르는 데 7.3초밖에 걸리지 않는 4륜구동 모델이었다. 전복 방지 및 미끄럼 방지 시스템도 갖춘 차였다. 이 밖에 바티칸은 BMW ‘X5’도 소유하고 있었다.

‘그린 포프’라고도 불렸던 베네딕토 16세는 “2020년까지 바티칸 시국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을 만큼 환경 문제에 적극적이었다. 이에 르노는 2012년 교황청에 SUV ‘캉구’의 전기차 모델 ‘캉구 Z.E.’를 선물하겠다고 제안했고 교황청은 수락했다. 이에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연합 회장이 교황청을 방문해 차량을 전달했다. 이 차는 44kW 전기모터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한 번의 충전으로 170km를 갈 수 있는 차였다. 당시 86세 고령이었던 교황의 승차를 돕기 위해 문을 열면 계단이 자동으로 내려오도록 만들었다. 당시 교황청은 “르노가 강조하는 환경을 위한 기술 개발 방향이 교회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신앙과 일치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2011년 독일 주간지 비르츠샤프츠보케에는 교황청이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매체는 M클래스를 개조한 차에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기모터, V형 8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최고 시속이 257km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방탄 기능까지 합쳐져 가격은 6억1702만 원에 달한다고 했다.



‘교황의 차’를 꿈꾸는 자동차 메이커들.

교황이 타는 차로 선택되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들에는 큰 영광이다. 여담이지만 현대차는 이런 꿈을 담아 몇 년 전 만우절 이벤트 소재로 삼기도 했다.

현대차유럽법인(HME)은 2009년 4월 1일 교황을 위한 차를 제조했다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현대차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자사 소형차인) ‘i10’ 새 모델을 종교 지도자들을 겨냥해 선보였다. 첫 고객은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독일 고객(베네딕토 16세를 의미한 것으로 추정)이 될 예정이다. 세계 금융위기 상황에서 정치인과 종교 지도자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작은 차를 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차를 구매하면 5년간 보증해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물론 이 발표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캐딜락은 포프모빌을 제작하긴 했지만 실제 교황이 이용해주는 영광은 누리지 못했다. 1999년 요한 바오로 2세가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 그는 캐딜락 대형 세단 ‘드빌’을 탈 계획이었다. 캐딜락은 일부러 차량을 기존 모델보다 길이를 30인치 늘린 컨버터블(지붕개폐형)로 개조했다. 뒷좌석은 최대 12인치까지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붕을 열면 교황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결국 사용되지 못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가장 작은 한국산 차를 타고 싶다.”

다음 달 14∼18일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바티칸 교황청을 통해 ‘한국 천주교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에 이 같은 의견을 전했다. 허례허식을 버리자는 취지다. 준비위원회 측은 “교황은 ‘행사를 소박하게 진행하자’고 했다”며 “국산차를 타겠다는 것도 평소 이탈리아에서 타던 차를 갖고 오면 물류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이 방한해 어떤 차를 탈지는 자동차 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교황이 탔던 차’라는 명예에서 나오는 마케팅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교황, 한국에서 무슨 차 탈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차량 선택 기준은 ‘겸손함’이다. 최근 그는 공식석상에서 “신부나 수녀들이 최신차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선 차가 필요하지만 겸손한 차를 골랐으면 한다. 화려한 차가 타고 싶다면 세상에서 얼마나 많은 아이가 배고픔으로 죽어 가는지 떠올려 보라”고 말하며 스스로 중소형차를 주로 이용해왔다.

이에 지난해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 거주하는 렌초 초카 신부는 교황에게 30만 km 이상을 달린 1984년식 중고차 ‘르노 4’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차는 초카 신부가 극빈층 거주지역을 방문할 때 쓰던 차였다. 이 모델은 1961년 선보여 100여 개국에서 800만 대가 넘게 팔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탈 차는 두 종류로 퍼레이드용 차량과 평소 이동할 때 타는 일반 승용차다. 교황이 언급한 ‘가장 작은 차’는 이동용 차량을 뜻한다. 교황은 두 차량 모두 한국산을 탈 가능성이 높다.

퍼레이드용 차량은 흔히 ‘포프모빌(popemobile)’이라고 부른다. ‘교황(pope)’과 ‘차(mobile)’의 합성어다. 사람들이 교황을 쉽게 볼 수 있도록 뒷좌석을 높인 뒤 이를 유리창으로 덮은 모양이라 언뜻 골프장에 돌아다니는 카트같이 보인다.

한국 행사장에서 쓰일 포프모빌은 차체 크기와 모양 특성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픽업트럭을 기반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외교부는 차량의 종류가 결정되면 바로 해당 업체에 의뢰해 퍼레이드용 차량을 제작할 방침이다.

포프모빌의 번호판은 ‘SCV1’이다. SCV는 ‘바티칸 시국(Stato della Citta del Vaticano)’의 약자로 ‘교황은 바티칸 시국의 수장’이라는 의미로 SCV에 ‘1’을 붙인다. 일반 차량의 번호판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숫자를 적어 넣지만 교황의 번호판에만 붉은색 글씨를 쓴다.

다만, 이번 방한에서는 교황이 국산차를 타는 만큼 한국 번호판을 달게 된다. 외교부 측은 “교황을 위한 번호판을 별도로 제작할지, 기존에 등록돼 있는 번호판을 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동용으로 작은 차를 언급했지만 경차보다는 현대자동차 ‘아반떼’나 기아자동차 ‘K3’ 등과 같은 준중형 차량을 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그가 여름휴가를 보내러 교황 별장이 있는 카스텔 간돌포에 갔을 때 준중형 차량인 포드 ‘포커스’를 탔던 데다 같은 해 브라질 방문 때도 피아트의 1600cc급 다목적 차량(MPV) ‘아이디어’를 탔기 때문이다.

현재 차량 선정 작업은 외교부와 한국 천주교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별로 가능한 선택사항들을 교황청에 제시한 뒤 교황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황이 최근 “내 나이엔 잃을 게 많지 않다”며 암살 위험에도 불구하고 “방탄차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따라 포프모빌이나 이동용 차량에 방탄 기능은 최소화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작은 차는 방탄차로 만들기가 어렵다. 완벽하게 방탄 처리를 하면 무게가 2.5∼3배 증가해 중소형차 엔진은 차량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에쿠스’ 엔진(3800cc, 5000cc)은 돼야 방탄차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1984년과 1989년 방한한 요한 바오로 2세는 포프모빌은 교황청에서 직접 가져온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개조차를, 이동용 차량으로는 청와대에서 제공한 제너럴모터스(GM) 캐딜락 리무진 방탄차를 탔다.



교황 이동수단의 변천

1978년까지 교황은 공식행사에서 이탈리아어로 ‘가마’라는 뜻인 ‘세디아 게스타토리아(sedia gestatoria)’를 탔다. 두 개의 긴 막대기 위에 의자가 달려 있는 모양으로, 교황이 의자에 앉으면 아래에서 남성들이 가마를 메고 가는 형태였다. 1978년 요한 바오로 1세가 가마를 타지 않겠다고 했지만 ‘가마에 앉지 않으면 대중이 교황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결국 그는 가마에 올랐다.

포프모빌에서 교황이 손을 흔들며 대중과 만나는 모습이 본격화한 것은 1979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해 요한 바오로 2세가 고향인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폴란드 트럭회사 ‘FCS 스타’의 차를 개조해서 타고 다녔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요한 바오로 2세는 무개차를 타고 다녔다.

현재 통용되는 포프모빌의 형태가 나온 것은 1980년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요한 바오로 2세를 위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230’을 개조해 뒷좌석을 높이고 유리로 좌석을 둘러싼 차를 제작했다.

1982년엔 방탄차가 등장했다. 1981년 요한 바오로 2세가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시국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한 터키인에게 피격을 당하면서다. 다행히 교황은 수술을 받고 회복했지만 피격을 당한 이듬해 영국을 방문할 땐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차량에 방탄유리 덮개를 씌워 이용했다.

교황의 이동용 차량은 포프모빌보다 훨씬 역사가 길다. 바티칸 박물관에 따르면 교황의 첫 차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2년 비오 11세가 교황에 즉위한 직후 밀라노 대교구 여성 가톨릭 평신도회에서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인 오토비앙키의 1692cc 차량 ‘비앙키 타입 15’를 교황청에 기증했다. 1920년대만 ‘비앙키 타입 20’과 피아트 ‘525’, 미국 그레이엄 페이지의 ‘837’, 시트로엥의 ‘C6 릭토리아 섹스’ 등이 교황청에 기증됐다.

교황의 차에 관한 일화는 많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930년 비오 11세를 위해 ‘뉘르부르크 460 풀만(리무진)’을 개조해 교황청에 기증했다. 4622cc 8기통 엔진을 장착했고 바닥엔 실크 양탄자가 깔려 있었으며 천장은 비둘기 그림으로 장식된 차였다. 당시 비오 11세는 교황청 정원에서 한 시간 동안이나 이 차를 시승하며 “기술이 훌륭하다”고 칭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64년 인도를 방문한 바오로 6세는 테레사 수녀의 극진한 대접에 감동받아 그녀에게 자신이 탔던 링컨 ‘콘티넨털’ 리무진을 선물했다. 테레사 수녀는 이 차를 팔아 나병 환자들을 위한 재활기관인 ‘평화의 마을’을 설립했다.



전임 교황은 고급차, 방탄차 선호

직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고급차와 방탄차를 선호했다. 그는 2011년 미국을 방문했을 땐 금색 테두리가 있는 하얀색 메르세데스벤츠 SUV ‘ML430’ 개조차를 탔다. 4.3L V형 8기통 엔진을 장착했고 최고 출력이 272마력인 차였다. 2011년 독일을 방문했을 땐 아우디 대형 세단 ‘A8 L 시큐리티’를 탔다.

2006년엔 볼보자동차가 교황청에 헌정한 ‘XC90 V8’을 타기도 했다. 이는 4400cc급 SUV 모델로 최고 출력이 315마력,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이르는 데 7.3초밖에 걸리지 않는 4륜구동 모델이었다. 전복 방지 및 미끄럼 방지 시스템도 갖춘 차였다. 이 밖에 바티칸은 BMW ‘X5’도 소유하고 있었다.

‘그린 포프’라고도 불렸던 베네딕토 16세는 “2020년까지 바티칸 시국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을 만큼 환경 문제에 적극적이었다. 이에 르노는 2012년 교황청에 SUV ‘캉구’의 전기차 모델 ‘캉구 Z.E.’를 선물하겠다고 제안했고 교황청은 수락했다. 이에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연합 회장이 교황청을 방문해 차량을 전달했다. 이 차는 44kW 전기모터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한 번의 충전으로 170km를 갈 수 있는 차였다. 당시 86세 고령이었던 교황의 승차를 돕기 위해 문을 열면 계단이 자동으로 내려오도록 만들었다. 당시 교황청은 “르노가 강조하는 환경을 위한 기술 개발 방향이 교회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신앙과 일치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2011년 독일 주간지 비르츠샤프츠보케에는 교황청이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매체는 M클래스를 개조한 차에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기모터, V형 8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해 최고 시속이 257km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방탄 기능까지 합쳐져 가격은 6억1702만 원에 달한다고 했다.



‘교황의 차’를 꿈꾸는 자동차 메이커들.

교황이 타는 차로 선택되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들에는 큰 영광이다. 여담이지만 현대차는 이런 꿈을 담아 몇 년 전 만우절 이벤트 소재로 삼기도 했다.

현대차유럽법인(HME)은 2009년 4월 1일 교황을 위한 차를 제조했다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현대차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자사 소형차인) ‘i10’ 새 모델을 종교 지도자들을 겨냥해 선보였다. 첫 고객은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독일 고객(베네딕토 16세를 의미한 것으로 추정)이 될 예정이다. 세계 금융위기 상황에서 정치인과 종교 지도자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작은 차를 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차를 구매하면 5년간 보증해준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물론 이 발표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캐딜락은 포프모빌을 제작하긴 했지만 실제 교황이 이용해주는 영광은 누리지 못했다. 1999년 요한 바오로 2세가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 그는 캐딜락 대형 세단 ‘드빌’을 탈 계획이었다. 캐딜락은 일부러 차량을 기존 모델보다 길이를 30인치 늘린 컨버터블(지붕개폐형)로 개조했다. 뒷좌석은 최대 12인치까지 높이를 조절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붕을 열면 교황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결국 사용되지 못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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