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0km로 5개월 만에 화성까지… ‘꿈의 엔진’ 나왔다
등록 2014.08.22.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돈 프로젝트 책임자 마크 레이먼 박사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돈의 근황을 전하며 “돈의 장기 우주여행의 일등공신은 첨단 이온엔진”이라고 밝혔다. 돈은 태양에서 3억∼5억 km 떨어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대를 탐사하기 위해 2007년 9월 지구를 떠나 지금까지 장장 7년째 우주공간을 여행하고 있다.
○ 스피드에 수명까지 골고루 갖춘 이온엔진
이온엔진은 영화 ‘스타워즈’에도 등장한다. 제국군이 운용하는 에이치(H) 모양의 우주전투기 ‘타이 파이터(TIE Fighter)’에서 타이는 ‘쌍둥이 이온엔진(Twin Ion Engine)’의 알파벳 첫 자를 땄다.
이온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스피드. 이온엔진은 이온을 발사해 얻는 추진력으로 우주선을 움직이는데, 주로 제논 가스를 연료로 사용한다. 제논 가스에 전압이나 자기장을 걸어 전자와 양이온으로 분리한 뒤 무거운 양이온을 빠른 속도로 가속시켜 내뿜는다. 한조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온엔진은 양이온을 광속에 가깝게 내뿜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작용-반작용 법칙에 따라 탐사선을 광속 가까이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료소비효율이 뛰어나 수명이 긴 점도 이온엔진의 특징이다.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는 2000년 발사돼 2006년 소행성 이토카와에 도착한 뒤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고, 2010년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하야부사의 이온엔진은 10년간 수시로 엔진을 껐다 켰다 하며 1000시간 넘게 버텼다. 지상 250km를 돌다가 지난해 11월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친 유럽우주국(ESA)의 지구중력장 탐사위성(GOCE)에도 최신 이온엔진이 탑재됐다.
그 대신 우리나라의 ‘나로호’나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등 화학연료를 사용하는 로켓 엔진보다 순간적인 추력이 약해 지구 중력을 탈출하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 때문에 이온엔진은 중력이나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 비행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받는다.
NASA는 차세대 이온엔진 ‘바시미르(VASIMR)’를 개발해 내년 국제우주정거장(ISS)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바시미르는 플라스마를 분출해서 얻는 힘으로 우주선을 움직이며, 최고 초속 50km로 화성까지 5개월 만에 주파할 수 있어 ‘꿈의 엔진’으로 불린다.
우주 탐사선 외에 초저고도 정찰위성 개발에도 이온엔진이 각광받고 있다. 일본은 탐사선 하야부사에서 얻은 노하우를 토대로 고도 180km급 정찰위성을 개발 중이다. 180km 상공은 공기의 저항이 심해 통상적으로는 정찰위성이 머물 수 없는 높이지만 이온엔진을 달아 주기적으로 가속해주면 장기간 위성을 운용할 수 있다. 미국의 정찰위성은 유사시에만 180km 고도까지 내려와 촬영을 하는데, 이때 해상도가 15cm급이다. 위성에 이온엔진을 달면 언제든지 15cm급 해상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셈이다.
○ 전자기파 충돌시켜 추력 얻는다?
최근 이온엔진의 경쟁자가 등장했다. 전자기파를 충돌시키는 것만으로도 추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전자기파(EM)엔진이다. NASA의 한 연구팀은 전자기파엔진인 ‘카나에’로 30∼50μN(마이크로뉴턴)의 추진력을 얻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정도 힘으로는 작은 깃털 하나를 겨우 들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자기파엔진의 성공 여부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전자기파를 바깥으로 배출하는 대신에 특수한 형태로 만든 엔진 내부에서 충돌시키는 것만으로 추력을 얻는다는 원리가 물리학적 상식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외부에서 엔진에 힘을 가하지 않았는데 내부에서 일어나는 힘만으로 움직인다는 건 뉴턴의 운동법칙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NASA 연구진조차 “실험은 성공했지만 원리는 알 수 없다”면서 “양자진공으로 설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양자진공이란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아주 짧은 순간 에너지가 생기는 현상이다.
김 교수는 “양자진공 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 에너지보존 법칙이 깨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법칙은 깨지지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추력이 약한 만큼 실험값의 오차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2012년 소행성 ‘베스타’를 떠난 탐사선 ‘돈(DAWN)’은 현재 소행성 ‘세레스’를 향해 순항 중입니다. 내년 3, 4월에는 세레스에 도착할 겁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돈 프로젝트 책임자 마크 레이먼 박사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돈의 근황을 전하며 “돈의 장기 우주여행의 일등공신은 첨단 이온엔진”이라고 밝혔다. 돈은 태양에서 3억∼5억 km 떨어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대를 탐사하기 위해 2007년 9월 지구를 떠나 지금까지 장장 7년째 우주공간을 여행하고 있다.
○ 스피드에 수명까지 골고루 갖춘 이온엔진
이온엔진은 영화 ‘스타워즈’에도 등장한다. 제국군이 운용하는 에이치(H) 모양의 우주전투기 ‘타이 파이터(TIE Fighter)’에서 타이는 ‘쌍둥이 이온엔진(Twin Ion Engine)’의 알파벳 첫 자를 땄다.
이온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스피드. 이온엔진은 이온을 발사해 얻는 추진력으로 우주선을 움직이는데, 주로 제논 가스를 연료로 사용한다. 제논 가스에 전압이나 자기장을 걸어 전자와 양이온으로 분리한 뒤 무거운 양이온을 빠른 속도로 가속시켜 내뿜는다. 한조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온엔진은 양이온을 광속에 가깝게 내뿜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작용-반작용 법칙에 따라 탐사선을 광속 가까이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료소비효율이 뛰어나 수명이 긴 점도 이온엔진의 특징이다.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는 2000년 발사돼 2006년 소행성 이토카와에 도착한 뒤 시료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고, 2010년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하야부사의 이온엔진은 10년간 수시로 엔진을 껐다 켰다 하며 1000시간 넘게 버텼다. 지상 250km를 돌다가 지난해 11월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친 유럽우주국(ESA)의 지구중력장 탐사위성(GOCE)에도 최신 이온엔진이 탑재됐다.
그 대신 우리나라의 ‘나로호’나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등 화학연료를 사용하는 로켓 엔진보다 순간적인 추력이 약해 지구 중력을 탈출하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이 때문에 이온엔진은 중력이나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 비행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받는다.
NASA는 차세대 이온엔진 ‘바시미르(VASIMR)’를 개발해 내년 국제우주정거장(ISS)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바시미르는 플라스마를 분출해서 얻는 힘으로 우주선을 움직이며, 최고 초속 50km로 화성까지 5개월 만에 주파할 수 있어 ‘꿈의 엔진’으로 불린다.
우주 탐사선 외에 초저고도 정찰위성 개발에도 이온엔진이 각광받고 있다. 일본은 탐사선 하야부사에서 얻은 노하우를 토대로 고도 180km급 정찰위성을 개발 중이다. 180km 상공은 공기의 저항이 심해 통상적으로는 정찰위성이 머물 수 없는 높이지만 이온엔진을 달아 주기적으로 가속해주면 장기간 위성을 운용할 수 있다. 미국의 정찰위성은 유사시에만 180km 고도까지 내려와 촬영을 하는데, 이때 해상도가 15cm급이다. 위성에 이온엔진을 달면 언제든지 15cm급 해상도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셈이다.
○ 전자기파 충돌시켜 추력 얻는다?
최근 이온엔진의 경쟁자가 등장했다. 전자기파를 충돌시키는 것만으로도 추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전자기파(EM)엔진이다. NASA의 한 연구팀은 전자기파엔진인 ‘카나에’로 30∼50μN(마이크로뉴턴)의 추진력을 얻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정도 힘으로는 작은 깃털 하나를 겨우 들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자기파엔진의 성공 여부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전자기파를 바깥으로 배출하는 대신에 특수한 형태로 만든 엔진 내부에서 충돌시키는 것만으로 추력을 얻는다는 원리가 물리학적 상식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외부에서 엔진에 힘을 가하지 않았는데 내부에서 일어나는 힘만으로 움직인다는 건 뉴턴의 운동법칙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NASA 연구진조차 “실험은 성공했지만 원리는 알 수 없다”면서 “양자진공으로 설명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양자진공이란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서 아주 짧은 순간 에너지가 생기는 현상이다.
김 교수는 “양자진공 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 에너지보존 법칙이 깨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법칙은 깨지지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추력이 약한 만큼 실험값의 오차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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