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테러에 맞서 하나된 프랑스… “두려움에 질 수 없다”
등록 2015.01.09.‘흘러 넘쳐야 할 것은 잉크지, 피가 아니다.’ ‘샤를리 당신들은 죽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지켜주세요. 극단주의와 증오로부터.’
8일 오전 1시경 프랑스 파리11구에 위치한 시사비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본사 건물 앞 도로는 삼엄한 통제 속에 긴장감이 흘렀다. 깨진 유리창 파편과 백미러, 범퍼 조각 등 전날의 끔찍한 테러 흔적이 도로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도주하던 테러범이 부상으로 넘어진 경찰관 아흐메드 메라베트(42)가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데도 머리를 조준해 총을 쏴 잔인하게 살해한 지점에는 여전히 붉은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사건현장인 건물에는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 밤늦은 시간까지 주변으로 몰려든 수많은 시민들은 도로 한편에 프랑스를 상징하는 삼색기와 함께 추모의 꽃다발과 촛불을 수북이 쌓아 놓았다. 외신기자들이 ‘연대’의 뜻으로 두고 간 명함과 기자증도 보였다. 영국 스카이TV 기자 장피에르 씨는 테러로 희생된 스테판 샤르보니에 편집장이 남긴 ‘무릎 꿇고 사느니, 선 채로 죽겠다’는 메모를 촛불 옆에 놓고 있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표현의 자유의 심장인 언론사 편집국에서 벌어진 야만적 테러라는 점에서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치를 떨었다.
‘표현의 자유’를 생명처럼 여겨 온 프랑스인들에게 이번 사건은 충격과 분노, 공포 그 자체이다. 프랑스가 종교적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지켜 온 ‘톨레랑스(관용)’의 전통을 뿌리째 뒤흔드는 참사였기 때문이다. 특히 범인들이 보인 냉혹하고 무자비한 ‘야만성’은 프랑스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시민들은 ‘두려움에 질 수 없다’며 샤를리 에브도 건물 인근의 레퓌블리크(공화국) 광장에 모여들었다.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을 상징하는 유서 깊은 광장인 이곳은 1968년 ‘나는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5월 혁명’의 정신이 불타오른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는 8일 10만여 명이 거리로 나와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오전 11시를 기해 전국에서 일제히 1분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이날 오전 2시가 넘은 시간까지 레퓌블리크 광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 한 사람 큰 소리를 내거나 싸우는 사람은 없었다. 40대 백인 여성이 “프랑스 공화국은 기독교든 무슬림이든 불교든 어떤 증오나 차별도 없이 공화국의 가치로 살아가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녀의 이야기에 옆에 있던 북아프리카 출신 아랍인 무함마드 씨(35)는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 역시도 오늘 밤 울고 있을 것”이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전날 밤에 열린 집회에서도 광장은 묘한 긴장감과 분노가 지배했고, “증오를 버리고 하나가 돼야 한다”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가득 찼다.
광장에서 만난 베로니크 씨(52·여)는 “풍자만화는 TV 뉴스의 ‘기뇰(인형극)’처럼 프랑스인들이 오랫동안 즐겨 온 표현의 무기”라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런 자유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의 상징인 ‘마리안’ 동상 아래에는 볼펜 수천 자루가 수북하게 쌓였다.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응원하는 뜻으로 놓고 간 것이다. 그 옆에는 ‘언론의 자유는 돈으로 살 수 없다’ ‘이슬람의 이름으로 이제 그만!’ 등 영어 아랍어 중국어 등 세계 각국 언어로 된 메시지와 추모 만평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수많은 메시지 속에 ‘나는 샤를리입니다’라는 한국어로 쓴 메시지도 보였다.
한편 프랑스판 구글은 애도의 의미로 검은 리본을 첫 화면에 내걸었다.
프랑스 AFP통신도 편집국 기자들이 단체로 ‘내가 샤를리다’ 슬로건을 들고 있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에 결코 굴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겁먹지 마(Pas Peur/Not Afraid)’라는 슬로건도 퍼지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정부부터 시민들까지 힘을 합쳐 “테러에 결코 질 수 없다”고 나섰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8일 엘리제궁에서 보수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 대표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전격 회동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비상각의에서 테러에 맞서기 위해 국민적 통합 방안을 논의하고, 정적까지 포함해 정치계, 종교계, 사회지도층 인사와 광범위하게 만나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나자트 발로벨카셈 교육부 장관은 이번 테러사건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공문을 전국의 교사들에게 보냈다. 특정 종교에 대한 증오보다는 ‘표현의 자유’ ‘관용’ 등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화국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교육해 달라는 당부였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8일 레퓌블리크 광장을 찾아 “두려워하지 말자”며 시민들을 격려했다. 마린 상송 씨(58)는 “종교와 피부색을 떠나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모인 이 광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테러는 단합된 사람들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전승훈 특파원 파리 현지 르포
‘흘러 넘쳐야 할 것은 잉크지, 피가 아니다.’ ‘샤를리 당신들은 죽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지켜주세요. 극단주의와 증오로부터.’
8일 오전 1시경 프랑스 파리11구에 위치한 시사비평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본사 건물 앞 도로는 삼엄한 통제 속에 긴장감이 흘렀다. 깨진 유리창 파편과 백미러, 범퍼 조각 등 전날의 끔찍한 테러 흔적이 도로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다. 도주하던 테러범이 부상으로 넘어진 경찰관 아흐메드 메라베트(42)가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데도 머리를 조준해 총을 쏴 잔인하게 살해한 지점에는 여전히 붉은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사건현장인 건물에는 가까이 접근할 수 없었다. 밤늦은 시간까지 주변으로 몰려든 수많은 시민들은 도로 한편에 프랑스를 상징하는 삼색기와 함께 추모의 꽃다발과 촛불을 수북이 쌓아 놓았다. 외신기자들이 ‘연대’의 뜻으로 두고 간 명함과 기자증도 보였다. 영국 스카이TV 기자 장피에르 씨는 테러로 희생된 스테판 샤르보니에 편집장이 남긴 ‘무릎 꿇고 사느니, 선 채로 죽겠다’는 메모를 촛불 옆에 놓고 있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표현의 자유의 심장인 언론사 편집국에서 벌어진 야만적 테러라는 점에서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치를 떨었다.
‘표현의 자유’를 생명처럼 여겨 온 프랑스인들에게 이번 사건은 충격과 분노, 공포 그 자체이다. 프랑스가 종교적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지켜 온 ‘톨레랑스(관용)’의 전통을 뿌리째 뒤흔드는 참사였기 때문이다. 특히 범인들이 보인 냉혹하고 무자비한 ‘야만성’은 프랑스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시민들은 ‘두려움에 질 수 없다’며 샤를리 에브도 건물 인근의 레퓌블리크(공화국) 광장에 모여들었다.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을 상징하는 유서 깊은 광장인 이곳은 1968년 ‘나는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5월 혁명’의 정신이 불타오른 곳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는 8일 10만여 명이 거리로 나와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오전 11시를 기해 전국에서 일제히 1분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했다.
이날 오전 2시가 넘은 시간까지 레퓌블리크 광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 한 사람 큰 소리를 내거나 싸우는 사람은 없었다. 40대 백인 여성이 “프랑스 공화국은 기독교든 무슬림이든 불교든 어떤 증오나 차별도 없이 공화국의 가치로 살아가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녀의 이야기에 옆에 있던 북아프리카 출신 아랍인 무함마드 씨(35)는 “예언자 무함마드(마호메트) 역시도 오늘 밤 울고 있을 것”이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전날 밤에 열린 집회에서도 광장은 묘한 긴장감과 분노가 지배했고, “증오를 버리고 하나가 돼야 한다”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가득 찼다.
광장에서 만난 베로니크 씨(52·여)는 “풍자만화는 TV 뉴스의 ‘기뇰(인형극)’처럼 프랑스인들이 오랫동안 즐겨 온 표현의 무기”라며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런 자유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광장의 상징인 ‘마리안’ 동상 아래에는 볼펜 수천 자루가 수북하게 쌓였다. 사람들이 ‘표현의 자유’를 응원하는 뜻으로 놓고 간 것이다. 그 옆에는 ‘언론의 자유는 돈으로 살 수 없다’ ‘이슬람의 이름으로 이제 그만!’ 등 영어 아랍어 중국어 등 세계 각국 언어로 된 메시지와 추모 만평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수많은 메시지 속에 ‘나는 샤를리입니다’라는 한국어로 쓴 메시지도 보였다.
한편 프랑스판 구글은 애도의 의미로 검은 리본을 첫 화면에 내걸었다.
프랑스 AFP통신도 편집국 기자들이 단체로 ‘내가 샤를리다’ 슬로건을 들고 있는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에 결코 굴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겁먹지 마(Pas Peur/Not Afraid)’라는 슬로건도 퍼지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정부부터 시민들까지 힘을 합쳐 “테러에 결코 질 수 없다”고 나섰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8일 엘리제궁에서 보수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 대표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전격 회동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날 비상각의에서 테러에 맞서기 위해 국민적 통합 방안을 논의하고, 정적까지 포함해 정치계, 종교계, 사회지도층 인사와 광범위하게 만나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나자트 발로벨카셈 교육부 장관은 이번 테러사건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공문을 전국의 교사들에게 보냈다. 특정 종교에 대한 증오보다는 ‘표현의 자유’ ‘관용’ 등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화국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교육해 달라는 당부였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8일 레퓌블리크 광장을 찾아 “두려워하지 말자”며 시민들을 격려했다. 마린 상송 씨(58)는 “종교와 피부색을 떠나 모든 사람이 자발적으로 모인 이 광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테러는 단합된 사람들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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