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최대 도서관 화재로 古문서 잿더미… 희귀본 등 200만점 훼손

러시아에서 가장 큰 도서관에 불이 나 출간된 지 수백 년이 지난 장서와 고문서 약 200만 점이 불탔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모스크바 남부 사회과학정보연구소(INION) 도서관 3층에서 불이 나 2000m²에 이르는 면적이 전소됐다고 전했다. 1000m²의 지붕도 무너졌다.

사회주의 혁명 직후인 1918년 1만2000m² 규모로 세워진 이 도서관은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한 데다 1700년대부터 영국, 이탈리아, 미국에서 건너온 법학 관련 문서도 보관하고 있다. 출간된 지 400년이 지난 유럽, 아시아 지역의 도서나 중세 슬라브어로 된 희귀 문서, 국제연맹·유엔·유네스코 문서, 미국·영국·이탈리아 의회 보고서 등 이 도서관에 보관된 저작은 모두 1420만 권에 이른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사료만 100만 건이 넘는다.

소방차 60여 대와 소방관 200여 명이 동원됐지만 불은 25시간이 지나서야 꺼졌다. 이 과정에서 약 200만 점의 책과 문서가 불에 타거나 화재 진압을 위해 뿌린 물에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수사 당국은 당초 방화 가능성을 염두에 뒀지만 초기 조사 결과 방화 흔적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도서관 내부 전기 공급 시설의 누전으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블라디미르 포르토프 소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저작들이 불타 없어진 이번 사건은 ‘체르노빌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해 이번 일을 ‘러시아 문화계의 체르노빌’로 빗댔다. 체르노빌 참사는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된 사고로 7000여 명이 죽고 43만 명이 여전히 후유증을 앓고 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