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항 참사 현장 르포…폭발지점 5km 밖부터 접근차단

등록 2015.08.21.
중국 톈진(天津) 항 대규모 폭발사고 8일째인 20일 오전 10시 톈진 항으로 이어지는 베이하이(北海)로. 베이징 남역(南驛)에서 고속철도로 톈진에 도착해 시외버스로 갈아타는 등 총 1시간 반가량 걸려 도착한 곳이었다.

폭발 지점까지는 5km 이상 떨어진 곳인데도 경찰이 왕복 4차로를 모두 막고 차를 우회시키고 있었다. 사고(12일)가 난 지 일주일 이상 지났지만 시민들의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톈진 시 빈하이(濱海) 탕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기자를 태우고 가던 택시운전사 중국인 장(張)모 씨(56)는 “사고 당일 20km가량 떨어진 시내에 있었는데도 검은 밤하늘에 두 번이나 버섯구름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무슨 핵폭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도로를 막고 있는 경찰에게 “현장 부근을 둘러보러 왔는데 왜 막느냐”고 묻자 “아직까지 위험하다. 정부가 (진입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무엇이 위험하냐”고 묻자 “공기 질(質)이 어떤지 아직 정확히 모르고 폭발 위험에 대해서 누구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고 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무장경찰들이 막고 있어 마치 무슨 계엄 지역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그들 모두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어 공기 오염에 대한 불안을 읽을 수 있었다.



○ 톈진은 아직 계엄 상태

하는 수 없이 폭발이 일어난 물류창고 주변 지역을 빙글빙글 돌며 살필 수밖에 없었다.

중국 언론과 외신은 18일과 19일 비가 내려 시안화나트륨 등 유독 화학물질이 빗물과 반응해 도로에 흰 거품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20일에는 날씨가 맑아서인지 이런 현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사고 지점 3km가량 외곽을 돌다가 공기오염도를 측정하던 톈진 시 환경국 공무원 10여 명을 만났다. 한 직원에게 다가가 “상태가 어떠냐”고 묻자 “문제가 된 시안화나트륨은 공기 중에서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다른 물질들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고 지점 부근의 공기는 다른 팀에서 조사하고 있어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다”며 말을 흐렸다.

물류창고 쪽으로 가까워 오자 군데군데 건물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양철판 벽이 우그러져 있어 당시 폭발이 얼마나 컸는지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사고 지점에서 불과 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공장 밀집 지역에 도착하자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은 물론이고 행인들도 상당수 마스크를 끼고 있어 유독 가스에 대한 불안이 계속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사고 여파로 4층 건물 중 2, 3층 유리창이 모두 부서진 한 전자 부품업체의 내부를 둘러봤다. 3층 사무실 직원들 일부가 마스크를 끼고 근무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2층 조립라인 근로자를 포함해 270여 명 중 19일 출근한 직원은 70여 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아직 공기 오염이 걱정돼 출근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나오게 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회사는 24시간 작업장이 운영돼 사고 당시 야간 근무자 중 3명은 중상을 입어 톈진 시 중심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받고 있고 12명은 경상을 입었다. 사무실 벽에는 충격으로 깨진 유리창이 반대편 벽까지 날아가 박힌 자국이 선명했다.

창 쪽 근무자들의 책상에는 유리창의 알루미늄 새시가 뜯겨 튕겨나와 박혀 파인 자국도 커다랗게 나 있었다. 만약 낮 시간에 자리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폭발이 일어났다면 충분히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처럼 느껴졌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만난 40대 중(中)모 씨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이유를 물으니 “기존에 나와 있는 마스크는 먼지를 막는 것이어서 화학물질이나 독가스에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토, 두통은 물론이고 안경을 쓰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좋고 눈에는 자신 있었는데 눈이 따끔거린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한 업체 관계자는 “12일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다가 15일에야 폭발 현장에 유독물질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3km 이내 주민이나 공장 근로자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근무했던 한 직원은 토할 때 하얀 거품이 나와 기겁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거품에 어떤 화학약품이 포함돼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며 “급히 귀가해서 쉬도록 했다”고 말했다.



○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불안

사고 현장 인근의 업체들은 19일부터 정상 조업에 들어갔지만 상당수 직원이 출근하지 않는 등 긴장감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사고 현장 부근의 독가스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허수산(何樹山) 톈진 시 부시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폭발 지점에서 반경 3km 이내에 대한 화학물질 수색작업을 벌여 100kg 정도의 화학물질을 발견해 유출 방지 조치 등을 취했다”고 말하면서도 “위험물질 제거작업이 언제쯤 끝날지는 이제 제1단계 조사가 시작된 수준”이라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는 뒤늦게 방비책을 발표하느라 부산하다. 황싱궈(黃興國) 톈진 시장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빈하이에 있는 화학공장들을 25km 떨어진 난강(南港)공업구로 옮길 것”이라며 “위험 화학품을 생산하고 보관하는 기업들을 모두 조사해 규정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폐쇄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사고로 부상한 한국인 4명 중 20일까지도 대학병원에 입원한 박모 씨(60)는 하루 이틀 내로 퇴원이 가능하며 한 달가량 통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한편 중국 관영 중앙(CC)TV는 20일 중국 폭발사고 현장 핵심 지역 오염수의 시안화나트륨 농도가 평균 기준치의 40배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오염수 내 산성(PH) 농도도 기준치를 초과했다. 또 중국신원왕(新聞網)은 톈진 시내를 흐르는 하이허(海河) 부근에 대량의 죽은 물고기가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하이허는 폭발 현장에서 6km 떨어진 곳이다. 톈진 시 환경감측센터 관계자는 “물고기 떼죽음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톈진(天津) 항 대규모 폭발사고 8일째인 20일 오전 10시 톈진 항으로 이어지는 베이하이(北海)로. 베이징 남역(南驛)에서 고속철도로 톈진에 도착해 시외버스로 갈아타는 등 총 1시간 반가량 걸려 도착한 곳이었다.

폭발 지점까지는 5km 이상 떨어진 곳인데도 경찰이 왕복 4차로를 모두 막고 차를 우회시키고 있었다. 사고(12일)가 난 지 일주일 이상 지났지만 시민들의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톈진 시 빈하이(濱海) 탕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기자를 태우고 가던 택시운전사 중국인 장(張)모 씨(56)는 “사고 당일 20km가량 떨어진 시내에 있었는데도 검은 밤하늘에 두 번이나 버섯구름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무슨 핵폭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도로를 막고 있는 경찰에게 “현장 부근을 둘러보러 왔는데 왜 막느냐”고 묻자 “아직까지 위험하다. 정부가 (진입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무엇이 위험하냐”고 묻자 “공기 질(質)이 어떤지 아직 정확히 모르고 폭발 위험에 대해서 누구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고 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무장경찰들이 막고 있어 마치 무슨 계엄 지역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그들 모두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어 공기 오염에 대한 불안을 읽을 수 있었다.



○ 톈진은 아직 계엄 상태

하는 수 없이 폭발이 일어난 물류창고 주변 지역을 빙글빙글 돌며 살필 수밖에 없었다.

중국 언론과 외신은 18일과 19일 비가 내려 시안화나트륨 등 유독 화학물질이 빗물과 반응해 도로에 흰 거품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20일에는 날씨가 맑아서인지 이런 현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사고 지점 3km가량 외곽을 돌다가 공기오염도를 측정하던 톈진 시 환경국 공무원 10여 명을 만났다. 한 직원에게 다가가 “상태가 어떠냐”고 묻자 “문제가 된 시안화나트륨은 공기 중에서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다른 물질들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고 지점 부근의 공기는 다른 팀에서 조사하고 있어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다”며 말을 흐렸다.

물류창고 쪽으로 가까워 오자 군데군데 건물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양철판 벽이 우그러져 있어 당시 폭발이 얼마나 컸는지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사고 지점에서 불과 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공장 밀집 지역에 도착하자 교통을 통제하는 경찰은 물론이고 행인들도 상당수 마스크를 끼고 있어 유독 가스에 대한 불안이 계속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사고 여파로 4층 건물 중 2, 3층 유리창이 모두 부서진 한 전자 부품업체의 내부를 둘러봤다. 3층 사무실 직원들 일부가 마스크를 끼고 근무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2층 조립라인 근로자를 포함해 270여 명 중 19일 출근한 직원은 70여 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아직 공기 오염이 걱정돼 출근하지 못하는 근로자들을 나오게 할 순 없는 상황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회사는 24시간 작업장이 운영돼 사고 당시 야간 근무자 중 3명은 중상을 입어 톈진 시 중심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받고 있고 12명은 경상을 입었다. 사무실 벽에는 충격으로 깨진 유리창이 반대편 벽까지 날아가 박힌 자국이 선명했다.

창 쪽 근무자들의 책상에는 유리창의 알루미늄 새시가 뜯겨 튕겨나와 박혀 파인 자국도 커다랗게 나 있었다. 만약 낮 시간에 자리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폭발이 일어났다면 충분히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처럼 느껴졌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만난 40대 중(中)모 씨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이유를 물으니 “기존에 나와 있는 마스크는 먼지를 막는 것이어서 화학물질이나 독가스에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토, 두통은 물론이고 안경을 쓰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좋고 눈에는 자신 있었는데 눈이 따끔거린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한 업체 관계자는 “12일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다가 15일에야 폭발 현장에 유독물질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3km 이내 주민이나 공장 근로자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지기 전까지 근무했던 한 직원은 토할 때 하얀 거품이 나와 기겁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거품에 어떤 화학약품이 포함돼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며 “급히 귀가해서 쉬도록 했다”고 말했다.



○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불안

사고 현장 인근의 업체들은 19일부터 정상 조업에 들어갔지만 상당수 직원이 출근하지 않는 등 긴장감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사고 현장 부근의 독가스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허수산(何樹山) 톈진 시 부시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폭발 지점에서 반경 3km 이내에 대한 화학물질 수색작업을 벌여 100kg 정도의 화학물질을 발견해 유출 방지 조치 등을 취했다”고 말하면서도 “위험물질 제거작업이 언제쯤 끝날지는 이제 제1단계 조사가 시작된 수준”이라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정부는 뒤늦게 방비책을 발표하느라 부산하다. 황싱궈(黃興國) 톈진 시장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빈하이에 있는 화학공장들을 25km 떨어진 난강(南港)공업구로 옮길 것”이라며 “위험 화학품을 생산하고 보관하는 기업들을 모두 조사해 규정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폐쇄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사고로 부상한 한국인 4명 중 20일까지도 대학병원에 입원한 박모 씨(60)는 하루 이틀 내로 퇴원이 가능하며 한 달가량 통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한편 중국 관영 중앙(CC)TV는 20일 중국 폭발사고 현장 핵심 지역 오염수의 시안화나트륨 농도가 평균 기준치의 40배를 넘었다고 보도했다. 오염수 내 산성(PH) 농도도 기준치를 초과했다. 또 중국신원왕(新聞網)은 톈진 시내를 흐르는 하이허(海河) 부근에 대량의 죽은 물고기가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하이허는 폭발 현장에서 6km 떨어진 곳이다. 톈진 시 환경감측센터 관계자는 “물고기 떼죽음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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