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악수…43시간만의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
등록 2015.08.25.남북이 고위급 접촉의 ‘공동보도문’ 작성에 합의해놓고 북측은 ‘사과 문구’를 두고 막판에 세세한 표현까지 문제를 삼았지만 결국 사과를 표명했다.
그동안 북한이 수많은 도발을 했음에도 사과를 표명한 것은 네 차례에 불과하다. 1968년 청와대 앞까지 침투한 1·21사태를 비롯해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1996년 동해안 잠수함 침투, 2002년 2차 연평해전 등이다. 이번 협상에서 사과 표명 여부가 민감한 쟁점이 된 이유다.
남북이 25일 새벽에 합의한 공동보도문의 핵심 내용은 △남북 당국회담의 서울 또는 평양 개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이다. 이외에 북측이 준전시상태를 즉각 해제하는 것을 비롯해 △9월 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남북 간 다양한 분야 민간교류 활성화 등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분명히 하느냐를 놓고 3일간 회담 내내 진통을 겪었다.
북한은 ‘사과’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유감’이나 정도가 덜한 다른 단어를 고집했다. 또 사과하는 주체를 모호하게 하려 했다. 주체가 명기되지 않으면 북측은 이를 활용해 자신들의 협상 승리로 선전할 수 있다. 나중에 남북한이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뒤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으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박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은 통했다. 박 대통령은 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이 도발하고 위협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다”라면서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다면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매번 반복되어 왔던 이런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을 향한 마지막 메시지”라면서 “우리 정부의 변하지 않는 최종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북한은 ‘사과 표명’을 선택했다.
박 대통령의 원칙에 대한 국내 여론도 나쁘지 않다. 일부 병사들은 전역 시기를 늦추기도 했다. 박 대통령도 “그런 (전역을 연기한) 애국심이 나라를 지킬 수 있고, 젊은이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원칙’과 김정은의 ‘오기’가 부딪치는 가운데 66세 동갑내기인 김관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43시간 동안 사활을 건 ‘끝장 협상’을 했다. 특히 황병서와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김정은이 모니터를 통해 회담 장면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죽기 살기 식’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한다. 공동보도문은 남과 북이 번갈아 가면서 상대가 제시한 문구를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해 만들어진다. 공동보도문 문구 수정에 북한이 시간이 걸린 것도 김정은의 재가가 일일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북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두고 줄곧 신경전을 벌였다.
등 뒤에 칼을 쥐고 손을 내민 남북 협상은 평행선과 접점 찾기, 난항으로 이어지는 롤러코스터였다.
사과 대 심리전 방송 중지라는 쟁점을 두고 1시간여 동안 기조발언을 주고받은 이후부터 남북은 짧게는 10분, 길게는 40분간 협상을 벌이다가 박 대통령과 김정은의 훈령을 받기 위해 정회하기를 반복했다. 훈령 대기시간은 10여 분으로 끝날 때도 있었지만 24일 오전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 사과 등 핵심 쟁점에 우리 정부가 내놓은 문안에 대해 황병서가 김정은의 훈령을 받기 위해 3시간 이상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김양건은 지뢰 도발 책임 유무를 떠나 우리 측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면 박 대통령이 관심 큰 대표적 남북 협력 현안에 협조할 뜻이 있다는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요 현안은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이산가족 전면 생사 확인을 위한 명단 교환, 경원선 남북철도 연결 등이었다. 하지만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우선해야 한다며 맞섰다.
박민혁 mhpark@donga.com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
남북이 고위급 접촉의 ‘공동보도문’ 작성에 합의해놓고 북측은 ‘사과 문구’를 두고 막판에 세세한 표현까지 문제를 삼았지만 결국 사과를 표명했다.
그동안 북한이 수많은 도발을 했음에도 사과를 표명한 것은 네 차례에 불과하다. 1968년 청와대 앞까지 침투한 1·21사태를 비롯해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1996년 동해안 잠수함 침투, 2002년 2차 연평해전 등이다. 이번 협상에서 사과 표명 여부가 민감한 쟁점이 된 이유다.
남북이 25일 새벽에 합의한 공동보도문의 핵심 내용은 △남북 당국회담의 서울 또는 평양 개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이다. 이외에 북측이 준전시상태를 즉각 해제하는 것을 비롯해 △9월 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남북 간 다양한 분야 민간교류 활성화 등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분명히 하느냐를 놓고 3일간 회담 내내 진통을 겪었다.
북한은 ‘사과’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유감’이나 정도가 덜한 다른 단어를 고집했다. 또 사과하는 주체를 모호하게 하려 했다. 주체가 명기되지 않으면 북측은 이를 활용해 자신들의 협상 승리로 선전할 수 있다. 나중에 남북한이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뒤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으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박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은 통했다. 박 대통령은 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이 도발하고 위협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다”라면서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다면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매번 반복되어 왔던 이런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을 향한 마지막 메시지”라면서 “우리 정부의 변하지 않는 최종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북한은 ‘사과 표명’을 선택했다.
박 대통령의 원칙에 대한 국내 여론도 나쁘지 않다. 일부 병사들은 전역 시기를 늦추기도 했다. 박 대통령도 “그런 (전역을 연기한) 애국심이 나라를 지킬 수 있고, 젊은이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원칙’과 김정은의 ‘오기’가 부딪치는 가운데 66세 동갑내기인 김관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43시간 동안 사활을 건 ‘끝장 협상’을 했다. 특히 황병서와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김정은이 모니터를 통해 회담 장면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죽기 살기 식’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한다. 공동보도문은 남과 북이 번갈아 가면서 상대가 제시한 문구를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해 만들어진다. 공동보도문 문구 수정에 북한이 시간이 걸린 것도 김정은의 재가가 일일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북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두고 줄곧 신경전을 벌였다.
등 뒤에 칼을 쥐고 손을 내민 남북 협상은 평행선과 접점 찾기, 난항으로 이어지는 롤러코스터였다.
사과 대 심리전 방송 중지라는 쟁점을 두고 1시간여 동안 기조발언을 주고받은 이후부터 남북은 짧게는 10분, 길게는 40분간 협상을 벌이다가 박 대통령과 김정은의 훈령을 받기 위해 정회하기를 반복했다. 훈령 대기시간은 10여 분으로 끝날 때도 있었지만 24일 오전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 사과 등 핵심 쟁점에 우리 정부가 내놓은 문안에 대해 황병서가 김정은의 훈령을 받기 위해 3시간 이상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김양건은 지뢰 도발 책임 유무를 떠나 우리 측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면 박 대통령이 관심 큰 대표적 남북 협력 현안에 협조할 뜻이 있다는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요 현안은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이산가족 전면 생사 확인을 위한 명단 교환, 경원선 남북철도 연결 등이었다. 하지만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우선해야 한다며 맞섰다.
박민혁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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