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세기의 대결’ 이세돌 vs 알파고…‘AI 넘는 인류’ 새 숙제
등록 2016.03.16.이세돌 9단이 15일 구글의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벌인 최후의 대결에서 280수 만에 돌을 던졌다. 최종 승부는 4-1로 알파고의 승리.
“아쉽다.” 대국 후 이 9단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말했다. 지켜보던 시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안 했지만 ‘인간이 기계에 무릎을 꿇었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비 온 후 땅이 더 굳는 법이다. 시민들은 오히려 ‘알파고 쇼크’를 긍정적 에너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설문조사 업체인 엠브레인과 14, 15일 20∼40대 남녀 280명에게 설문한 결과 AI에 대한 느낌이 ‘긍정적’ 혹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45.0%)이 그 반대(25.4%)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이번 쇼크를 계기로 AI와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건설적 의견도 쏟아졌다.
○ 과학계 기술 중요성 각성
알파고 충격은 우선 과학계의 반성을 불러왔다. 알파고는 이번 대국에서 무한에 가깝던 경우의 수를 확률적으로 계산해 내면서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불리던 직관마저 ‘딥러닝’이라는 기술로 흉내 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자는 “가장 놀라운 것은 알파고의 개발자인 데이비드 실버를 포함해 그 누구도 알파고의 진정한 실력을 알기 힘들 정도로 AI가 계속 진화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 국내 AI 연구의 암흑기를 거치면서도 응용 분야만큼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고 자부한 정보기술(IT) 업계의 전문가들도 한숨을 토해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의 원천기술이나 방법론이 뒤처져 있는 것은 알았지만 이번 알파고의 실력을 보면서 응용 분야 역시 2년 이상의 확연한 격차가 느껴졌다”고 한탄했다.
○ 선호 직업 바뀔 듯
인간 고수가 AI에 연패하는 모습을 보던 아이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태어난 지 100일이 안 된 딸을 둔 김모 씨(30)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아이에게 부모가 짐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 AI發 일자리 불안 확산… 공존 해법 모색해야 ▼
학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AI가 자녀의 직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임신 중인 A 씨는 “아이에게 일찍 외국어를 가르치려 했지만 그런 건 AI가 대체할 것 같다”며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근본적인 걱정이 든다”고 토로했다.
사실 과거에도 기계화와 자동화로 인한 대량실업은 늘 고민거리였다. 기술 혁신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가 새로 생기는 속도보다 빠른 이른바 ‘기술실업’은 기술 진보의 그늘이다.
사교육 업체들은 벌써 이런 불안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부산의 IT 분야 한 학원은 11일 “AI가 인간을 이기는 세상이 됐다. 미래에 직업을 가질 수 있는 IT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 투자하라”며 등록을 권유하는 광고를 냈다.
○ AI와 공존 고민할 때
하지만 마냥 걱정만 할 수는 없다. 마부의 실직을 우려해 자동차 개발을 늦추는 게 말이 안 되듯 AI 산업이 더 발전한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돼 있다. 막연한 놀라움이나 공포를 넘어 AI와 어떻게 공존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미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공존의 방법을 알고 있다. 영어 강사이자 학부모인 D 씨는 이번 대국을 지켜보면서 “지금은 주요 과목이 국어 영어 수학이지만 이제 음악 미술 체육으로 바뀔 것”이라며 “미래에는 인간다운 감성과 인성을 갖춘 인물이 인재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 장모 씨(30)는 “지금도 컴퓨터가 주식 종목을 찍어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다”며 “현실은 바둑판과 다르기 때문에 AI가 발전해도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분야의 상업화에 가장 앞선 IBM의 머리 캠벨 수석연구원 역시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AI는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도록 발달돼 인간과 협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석권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이번 대국을 보면서 ‘추종자에게 미래는 언제나 예측의 대상이지만 리더에게 미래는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며 “한국 기업도 구글처럼 글로벌 산업 어젠다를 제시하고 세계적인 공감을 얻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 ·서정보·최예나 기자
인공지능 개발-활용-극복-공존…
이세돌 9단이 15일 구글의 인공지능(AI)인 알파고와 벌인 최후의 대결에서 280수 만에 돌을 던졌다. 최종 승부는 4-1로 알파고의 승리.
“아쉽다.” 대국 후 이 9단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말했다. 지켜보던 시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안 했지만 ‘인간이 기계에 무릎을 꿇었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비 온 후 땅이 더 굳는 법이다. 시민들은 오히려 ‘알파고 쇼크’를 긍정적 에너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설문조사 업체인 엠브레인과 14, 15일 20∼40대 남녀 280명에게 설문한 결과 AI에 대한 느낌이 ‘긍정적’ 혹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45.0%)이 그 반대(25.4%)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이번 쇼크를 계기로 AI와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건설적 의견도 쏟아졌다.
○ 과학계 기술 중요성 각성
알파고 충격은 우선 과학계의 반성을 불러왔다. 알파고는 이번 대국에서 무한에 가깝던 경우의 수를 확률적으로 계산해 내면서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불리던 직관마저 ‘딥러닝’이라는 기술로 흉내 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과학자는 “가장 놀라운 것은 알파고의 개발자인 데이비드 실버를 포함해 그 누구도 알파고의 진정한 실력을 알기 힘들 정도로 AI가 계속 진화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 국내 AI 연구의 암흑기를 거치면서도 응용 분야만큼은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고 자부한 정보기술(IT) 업계의 전문가들도 한숨을 토해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의 원천기술이나 방법론이 뒤처져 있는 것은 알았지만 이번 알파고의 실력을 보면서 응용 분야 역시 2년 이상의 확연한 격차가 느껴졌다”고 한탄했다.
○ 선호 직업 바뀔 듯
인간 고수가 AI에 연패하는 모습을 보던 아이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태어난 지 100일이 안 된 딸을 둔 김모 씨(30)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아이에게 부모가 짐만 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 AI發 일자리 불안 확산… 공존 해법 모색해야 ▼
학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AI가 자녀의 직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임신 중인 A 씨는 “아이에게 일찍 외국어를 가르치려 했지만 그런 건 AI가 대체할 것 같다”며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근본적인 걱정이 든다”고 토로했다.
사실 과거에도 기계화와 자동화로 인한 대량실업은 늘 고민거리였다. 기술 혁신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가 새로 생기는 속도보다 빠른 이른바 ‘기술실업’은 기술 진보의 그늘이다.
사교육 업체들은 벌써 이런 불안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부산의 IT 분야 한 학원은 11일 “AI가 인간을 이기는 세상이 됐다. 미래에 직업을 가질 수 있는 IT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 투자하라”며 등록을 권유하는 광고를 냈다.
○ AI와 공존 고민할 때
하지만 마냥 걱정만 할 수는 없다. 마부의 실직을 우려해 자동차 개발을 늦추는 게 말이 안 되듯 AI 산업이 더 발전한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돼 있다. 막연한 놀라움이나 공포를 넘어 AI와 어떻게 공존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미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공존의 방법을 알고 있다. 영어 강사이자 학부모인 D 씨는 이번 대국을 지켜보면서 “지금은 주요 과목이 국어 영어 수학이지만 이제 음악 미술 체육으로 바뀔 것”이라며 “미래에는 인간다운 감성과 인성을 갖춘 인물이 인재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직원 장모 씨(30)는 “지금도 컴퓨터가 주식 종목을 찍어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다”며 “현실은 바둑판과 다르기 때문에 AI가 발전해도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분야의 상업화에 가장 앞선 IBM의 머리 캠벨 수석연구원 역시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AI는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도록 발달돼 인간과 협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석권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이번 대국을 보면서 ‘추종자에게 미래는 언제나 예측의 대상이지만 리더에게 미래는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며 “한국 기업도 구글처럼 글로벌 산업 어젠다를 제시하고 세계적인 공감을 얻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 ·서정보·최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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