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해역 침범 기승…‘조타실에 철판 두른 中 불법어선’

등록 2016.05.03.
꽃게철 NLL해역 침범 기승

강철판으로 둘러싼 조타실, 그물처럼 촘촘한 쇠창살…. 최근 불법 조업 중 적발된 중국 어선들의 공통점이다. 현장 단속에 나섰던 해경들은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를 보는 것 같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국 해경의 단속이 거세지자 중국 어선들이 마치 군함처럼 개조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2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3∼4월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나포한 중국 어선 4척 가운데 3척이 마치 판박이처럼 비슷한 방식으로 조타실을 개조했다. 원래 나무로 된 양쪽 출입문은 물론이고 조타실 대부분을 두꺼운 강철판으로 둘러싼 것이다. 조타실 정면 유리창에는 마치 그물이나 고기를 굽는 석쇠처럼 작은 구멍이 촘촘하게 나 있는 쇠창살을 설치했다.

통상 불법 조업에 나선 중국 어선을 단속할 때 해경은 갑판에서 각종 흉기를 휘두르는 중국인 선원을 제압하는 것과 동시에 조타실을 장악한다. 중국 어선을 정지시킨 뒤에야 불법 조업 사실을 통보하고 선장 등을 체포해 조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 어선들은 갑판 주위에 긴 쇠꼬챙이를 설치하고 조타실 양쪽 문에 자물쇠를 달아 해경의 진입을 막았다. 또 어선 10여 척을 하나로 묶어 단체로 저항하는 연환계(連環計)를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해경은 물대포 성능을 높이고 고무탄발사기 등 새로운 진압장비를 도입한 데 이어 여러 경비함을 동시다발로 투입하는 ‘벌떼작전’을 벌여 불법 어선을 대부분 나포했다.

그러나 최근 출현한 중국 어선에서는 이런 작전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보통 해경은 단속 때 중국 어선에 올라 정면 유리창에 연막탄이나 폭음탄을 던진 뒤 조타실에 진입한다. 하지만 촘촘한 쇠창살 때문에 연막탄 등을 아예 사용할 수가 없게 됐다.



최근 해경은 산소용접기까지 들고 중국 어선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조타실을 둘러싼 강철판을 제거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연평도에서 NLL까지의 거리는 가까운 곳이 약 1.4km. 단속 과정에서 해경이 중국 어선의 조타실을 신속하게 장악하지 못하면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조타실 진입에 시간이 걸리는 틈을 타 중국인 선장이 북한 쪽으로 방향을 틀어 달아나면 승선한 해경 단속요원은 월북을 우려해 철수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요새화한 중국 어선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조업을 하다가 단속되면 선장이 구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담보금도 최고 2억 원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중국 어민들이 단속 대응 방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해경은 추정하고 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꽃게철 NLL해역 침범 기승

강철판으로 둘러싼 조타실, 그물처럼 촘촘한 쇠창살…. 최근 불법 조업 중 적발된 중국 어선들의 공통점이다. 현장 단속에 나섰던 해경들은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를 보는 것 같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국 해경의 단속이 거세지자 중국 어선들이 마치 군함처럼 개조해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2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3∼4월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나포한 중국 어선 4척 가운데 3척이 마치 판박이처럼 비슷한 방식으로 조타실을 개조했다. 원래 나무로 된 양쪽 출입문은 물론이고 조타실 대부분을 두꺼운 강철판으로 둘러싼 것이다. 조타실 정면 유리창에는 마치 그물이나 고기를 굽는 석쇠처럼 작은 구멍이 촘촘하게 나 있는 쇠창살을 설치했다.

통상 불법 조업에 나선 중국 어선을 단속할 때 해경은 갑판에서 각종 흉기를 휘두르는 중국인 선원을 제압하는 것과 동시에 조타실을 장악한다. 중국 어선을 정지시킨 뒤에야 불법 조업 사실을 통보하고 선장 등을 체포해 조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 어선들은 갑판 주위에 긴 쇠꼬챙이를 설치하고 조타실 양쪽 문에 자물쇠를 달아 해경의 진입을 막았다. 또 어선 10여 척을 하나로 묶어 단체로 저항하는 연환계(連環計)를 자주 사용했다. 하지만 해경은 물대포 성능을 높이고 고무탄발사기 등 새로운 진압장비를 도입한 데 이어 여러 경비함을 동시다발로 투입하는 ‘벌떼작전’을 벌여 불법 어선을 대부분 나포했다.

그러나 최근 출현한 중국 어선에서는 이런 작전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보통 해경은 단속 때 중국 어선에 올라 정면 유리창에 연막탄이나 폭음탄을 던진 뒤 조타실에 진입한다. 하지만 촘촘한 쇠창살 때문에 연막탄 등을 아예 사용할 수가 없게 됐다.



최근 해경은 산소용접기까지 들고 중국 어선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조타실을 둘러싼 강철판을 제거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연평도에서 NLL까지의 거리는 가까운 곳이 약 1.4km. 단속 과정에서 해경이 중국 어선의 조타실을 신속하게 장악하지 못하면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조타실 진입에 시간이 걸리는 틈을 타 중국인 선장이 북한 쪽으로 방향을 틀어 달아나면 승선한 해경 단속요원은 월북을 우려해 철수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요새화한 중국 어선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조업을 하다가 단속되면 선장이 구속되는 것은 물론이고 담보금도 최고 2억 원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중국 어민들이 단속 대응 방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해경은 추정하고 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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