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워킹맘, 로마-토리노 시장에 당선…‘생활정치’ 승리

등록 2016.06.21.
伊 ‘생활정치’ 女風

모두 제1야당 ‘5성운동’ 소속… “엉망인 도시에서 아이들 못키워”

쓰레기-교통 등 현실문제 공략 주효… 시민들, 부패한 남성중심 정치 심판

부패한 기성 정치인에게 환멸을 느낀 이탈리아 시민들이 생활정치를 앞세운 30대 ‘워킹맘’을 주요 도시 행정 수장(首長) 자리에 앉혔다. 이탈리아 4대 도시(로마, 밀라노, 나폴리, 토리노) 가운데 로마와 토리노를 여성 시장이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생활정치를 앞세운 제1야당인 ‘오성(五星)운동’ 후보여서 집권 민주당이 긴장하고 있다.

20일 AP 등에 따르면 제1야당인 오성운동 후보로 출마한 변호사 출신 비르지니아 라지(37·여)는 19일 결선투표에서 70%에 가까운 득표로 로마 시장에 당선됐다. 2800년 로마 역사상 여성 수장은 처음이다. 라지 신임 시장은 당선 연설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마 토박이로 로마3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라디오 방송국 PD인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7)을 하나 뒀다. 2011년 “지금처럼 엉망인 로마에서 내 아들이 살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신생 정당인 오성운동에 합류했다. 2013년 로마 시의원에 당선됐고 교육,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성운동은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68)가 2009년 좌파, 우파라는 이분법적 정당 체계를 깨고 △물 △교통 △개발 △인터넷 △환경 등 5가지 생활밀착형 이슈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며 설립한 정당이다. 126곳의 지자체장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오성운동은 결선까지 간 20곳 가운데 로마와 토리노를 포함한 19곳에서 승리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2월 인터넷 투표를 거쳐 오성운동의 시장 후보로 선출됐을 때만 해도 라지 시장은 무명에 가까운 정치 신인이었다. 성장, 분배 등 어려운 거대 담론보다는 쓰레기, 낙서, 교통 등 생활밀착형 주제를 쉬운 단어로 설명하며 표심을 자극했다.



토리노에서도 오성운동의 돌풍이 불었다. 갓 서른을 넘긴 정치 신인 키아라 아펜디노(31·여)가 현직 시장 피에로 파시노(66·민주당)를 꺾고 토리노 시장에 당선되는 파란이 일어난 것이다. 2주 전 있었던 1차 투표에서 아펜디노는 11%포인트나 뒤졌지만 이번에 절반이 넘는 55%의 득표율로 역전극을 이뤄냈다.

5개월 난 딸의 엄마이자 정치 신인인 아펜디노는 토리노 중견 기업가의 딸로 태어나 이탈리아 최고 사립대학으로 꼽히는 밀라나 보코니대를 졸업한 재원이다. 명문 축구팀 유벤투스에서 2년 동안 근무했고, 결혼 후인 2010년 오성운동에 입문했다. 2011년부터는 토리노 시의원으로 일하며 시정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0대 여성 시장들의 당선 배경에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변화에 대한 이탈리아 국민들의 강한 열망이 있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당선된 여성 시장들은) 재정 건전화와 부패와의 전쟁이라는 버거운 과제를 앞두고 있으며 남성이 대부분인 주류 정치권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종 pen@donga.com ·황인찬 기자

伊 ‘생활정치’ 女風

모두 제1야당 ‘5성운동’ 소속… “엉망인 도시에서 아이들 못키워”

쓰레기-교통 등 현실문제 공략 주효… 시민들, 부패한 남성중심 정치 심판

부패한 기성 정치인에게 환멸을 느낀 이탈리아 시민들이 생활정치를 앞세운 30대 ‘워킹맘’을 주요 도시 행정 수장(首長) 자리에 앉혔다. 이탈리아 4대 도시(로마, 밀라노, 나폴리, 토리노) 가운데 로마와 토리노를 여성 시장이 차지했다. 이들은 모두 생활정치를 앞세운 제1야당인 ‘오성(五星)운동’ 후보여서 집권 민주당이 긴장하고 있다.

20일 AP 등에 따르면 제1야당인 오성운동 후보로 출마한 변호사 출신 비르지니아 라지(37·여)는 19일 결선투표에서 70%에 가까운 득표로 로마 시장에 당선됐다. 2800년 로마 역사상 여성 수장은 처음이다. 라지 신임 시장은 당선 연설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마 토박이로 로마3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라디오 방송국 PD인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7)을 하나 뒀다. 2011년 “지금처럼 엉망인 로마에서 내 아들이 살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신생 정당인 오성운동에 합류했다. 2013년 로마 시의원에 당선됐고 교육,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성운동은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68)가 2009년 좌파, 우파라는 이분법적 정당 체계를 깨고 △물 △교통 △개발 △인터넷 △환경 등 5가지 생활밀착형 이슈를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며 설립한 정당이다. 126곳의 지자체장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오성운동은 결선까지 간 20곳 가운데 로마와 토리노를 포함한 19곳에서 승리하는 뒷심을 발휘했다.

2월 인터넷 투표를 거쳐 오성운동의 시장 후보로 선출됐을 때만 해도 라지 시장은 무명에 가까운 정치 신인이었다. 성장, 분배 등 어려운 거대 담론보다는 쓰레기, 낙서, 교통 등 생활밀착형 주제를 쉬운 단어로 설명하며 표심을 자극했다.



토리노에서도 오성운동의 돌풍이 불었다. 갓 서른을 넘긴 정치 신인 키아라 아펜디노(31·여)가 현직 시장 피에로 파시노(66·민주당)를 꺾고 토리노 시장에 당선되는 파란이 일어난 것이다. 2주 전 있었던 1차 투표에서 아펜디노는 11%포인트나 뒤졌지만 이번에 절반이 넘는 55%의 득표율로 역전극을 이뤄냈다.

5개월 난 딸의 엄마이자 정치 신인인 아펜디노는 토리노 중견 기업가의 딸로 태어나 이탈리아 최고 사립대학으로 꼽히는 밀라나 보코니대를 졸업한 재원이다. 명문 축구팀 유벤투스에서 2년 동안 근무했고, 결혼 후인 2010년 오성운동에 입문했다. 2011년부터는 토리노 시의원으로 일하며 시정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0대 여성 시장들의 당선 배경에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변화에 대한 이탈리아 국민들의 강한 열망이 있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당선된 여성 시장들은) 재정 건전화와 부패와의 전쟁이라는 버거운 과제를 앞두고 있으며 남성이 대부분인 주류 정치권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유종 pen@donga.com ·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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