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MLB’ 시카고 컵스, 10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각본을 써도 이렇게 재미나게 만들 수 있을까. 108년과 68년의 한이 담긴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2016 월드시리즈는 역대급 명승부로 남았다. 그리고 최종 승자 컵스는 지긋지긋했던 염소의 저주를 깨뜨렸다.

컵스는 3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7전 4선승제) 7차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혈투를 벌인 끝에 8-7로 승리했다.

이번 시리즈는 '한풀이 매치'로 일컬어졌다. 1908년 이후 한 번도 우승을 못한 컵스와 1948년 이후 무관인 클리블랜드, 어느 팀이 이겨도 숙원을 풀 수 있기 때문이었다.

높아진 관심만큼이나 티켓 가격도 폭등했다. 특히 1945년 이후 71년만에 월드시리즈를 치르게 된 컵스의 경우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열리는 3~5차전 티켓 가격이 평균 3000달러(약 340만원)까지 올라갔다.

경기 내용 역시 흥미진진했다. 정규시즌 최고 승률(103승58패-0.640)을 기록한 컵스와 '언더독' 클리블랜드의 대결이었지만 첫 4경기에서 클리블랜드가 3승을 따냈다. 클리블랜드는 선발 요원 대니 살라자르와 카를로스 카라스코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3인 로테이션'을 돌리는 가운데서도 불펜의 힘과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워 컵스를 눌렀다. 에이스 코리 클루버는 1, 4차전에서 내리 승리를 따냈다.

4차전까지 1승3패로 밀리자 컵스의 저주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아졌다. 특히 홈에서 열린 3, 4차전을 내리 내주면서 컵스의 분위기는 바닥을 쳤다.

그러나 컵스의 대반격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컵스는 에이스 존 레스터의 호투를 바탕으로 홈에서 열린 5차전을 3-2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했다.

6차전은 원정으로 넘어왔지만 컵스의 방망이가 터지기 시작했다. 에디슨 러셀이 만루홈런을 포함해 6타점을 쓸어담았고 9-3으로 승리했다. 승부는 결국 마지막 7차전까지 이어지게 됐다.

마지막 경기까지도 드라마 그 자체였다. 컵스가 초반 클루버의 공략에 성공하면서 5-1, 6-3까지 앞설 때만 해도 컵스의 손쉬운 승리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8회 2사까지 레스터가 버텨줬고, 그 뒤엔 강속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이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채프먼이 무너지면서 또 한 번 승부가 미궁에 빠졌다. 채프먼은 8회 2사 1루에서 1타점 2루타, 2점홈런을 연거푸 허용하며 고개를 떨궜다. 여기에 9회초 컵스가 1사 3루의 기회를 무산시키면서 흐름은 클리블랜드로 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컵스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연장 10회초 상대의 고의볼넷 작전을 잇달아 무너뜨리며 2점을 뽑았고, 10회말 1점을 내줬지만 아웃카운트 세 개를 잡고 극적인 우승을 일궜다.

최종 스코어는 8-7,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기로 알려진 '케네디 스코어'였다. 승패를 떠나 전세계 야구팬들을 들썩이게 했던 최고의 명승부였다.

컵스의 테오 엡스타인 사장은 또 하나의 '신화'를 썼다. 만 29세의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단장 자리에 올랐던 그는 지난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가 그 유명한 '밤비노의 저주'를 깨뜨릴 때 팀의 단장이었다. 당시 보스턴은 뉴욕 양키스와의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3패후 4연승을 내달리는 등 기적과도 같은 승부를 이끌었다.

2012년 컵스로 자리를 옮긴 그는 공격적인 투자로 컵스를 강팀으로 가다듬었다. 그리고 부임 5년차 시즌인 올해, 길고 길었던 컵스의 저주마저 깨뜨리며 성공가도를 이어갔다. 올해 월드시리즈 상대팀 클리블랜드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2004년 보스턴의 사령탑이었다는 점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부분이다.

올해 월드시리즈는 향후 오랫동안 회자될 만한 명승부이자 각본없는 드라마 그 자체였다. 그리고 끝내 승자의 자리에 오른 컵스는 '명품 드라마'의 주연으로 우뚝섰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