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곳곳서 불복 시위…“나의 대통령 아니다”

등록 2016.11.11.
[미국 우선주의’ 태풍]“나의 대통령 아니다”

쪼개진 美 일부선 성조기 불태우고 거리행진… 反트럼프 트윗도 하루새 50만건

총득표 이기고도 패배한 클린턴 “단단한 유리천장 누군가는 깰것”



미국 대선에선 선거 당일 오후 11시쯤 승패가 갈리면 패자의 선거 결과 승복 연설이 나오고 조금 뒤 승자의 승리 연설이 발표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 승복 연설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연설 10시간여 뒤에야 나왔다. 그만큼 패배의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9일 오전 11시 40분경(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의 뉴요커 호텔에서 “오늘 새벽 도널드 트럼프에게 축하한다는 전화를 했다”면서 “우리는 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남편 빌 클린턴 및 딸 첼시 부부와 함께 연단에 오른 그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13분의 연설 도중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검정 재킷 안에 남보라색 셔츠를 받쳐 입었다. 남편 빌도 보라색 넥타이를 맸다. 검은색은 애도를, 보라색은 위엄과 슬픔을 상징한다.

 보라색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랑과 공화당의 빨강을 섞은 색이기도 하다. 클린턴은 “트럼프에게 열린 마음으로 임하고 그에게 나라를 이끌 기회를 줘야 한다”며 “트럼프가 우리 모두를 위한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다음에는 지지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패배의 충격에 대한 진솔하고 감동적 발언이 이어졌다. “여러분이 느끼는 절망감을 나도 느낀다. 고통스럽다. 이는 상당히 오래갈 것 같다.”

[1]  클린턴은 약 5994만 표(47.7%)를 얻어 트럼프(5970만 표·47.5%)를 20만 표 이상 앞서고도 주별 승자독식제로 운영되는 미국의 선거 시스템 때문에 패배해 아쉬움이 더했다. 2008년 민주당 경선 패배 연설에서 “유리천장을 깨지는 못했지만 1800만 개(지지자 숫자)의 금을 냈다”는 명언을 환기시키는 발언도 나왔다. “우리는 아직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지는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깰 것이다.”

 사실상의 정계 은퇴 선언이었지만 자신이 이루지 못한 그 꿈이 곧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젊은 여성들이여. 난 당신들의 ‘챔피언’이었다는 사실보다 더 자랑스러운 게 없다. 이 장면을 보고 있는 모든 소녀들이여. 그대들이 소중하고도 강력한 존재임을 결코 잊지 말아 달라.”

 이 대목에서 많은 여성 지지자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남편 빌도 눈물을 훔쳤다. 워싱턴포스트는 “고통의 구덩이에서 어떻게 우아함을 잃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는 “그의 정치연설 중 최고는 마지막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은 결과에 승복했지만 클린턴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주를 중심으로 트럼프의 승리에 불복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인근에서는 500여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트럼프 반대 시위를 펼쳤다. 일부 시위대는 고속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1]  뉴욕과 시카고의 트럼프빌딩 앞에서도 각각 수천 명이 모여 트럼프 반대 시위를 했다. 워싱턴 소재 아메리칸대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성조기를 불태웠고,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대에선 학생 수백 명이 가두행진을 펼쳤다.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주 시애틀 등에서도 각각 수백 명의 고교생이 교사들과 함께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인 이들 중 일부는 트럼프가 소유하고 있는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 근처로 행진하며 “트럼프는 안 된다. KKK(백인우월주의 단체 ‘큐클럭스클랜’)도 안 된다. 미국에서 파시스트는 용납될 수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쏟아졌다. 동부시간 기준으로 10일 0시까지 트위터에 ‘내 대통령이 아니다(#NotMyPresident)’를 단 트윗이 50만 건 넘게 올라왔다.

권재현 confetti@donga.com·이세형 기자

[미국 우선주의’ 태풍]“나의 대통령 아니다”

쪼개진 美 일부선 성조기 불태우고 거리행진… 反트럼프 트윗도 하루새 50만건

총득표 이기고도 패배한 클린턴 “단단한 유리천장 누군가는 깰것”



미국 대선에선 선거 당일 오후 11시쯤 승패가 갈리면 패자의 선거 결과 승복 연설이 나오고 조금 뒤 승자의 승리 연설이 발표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 승복 연설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연설 10시간여 뒤에야 나왔다. 그만큼 패배의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9일 오전 11시 40분경(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의 뉴요커 호텔에서 “오늘 새벽 도널드 트럼프에게 축하한다는 전화를 했다”면서 “우리는 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남편 빌 클린턴 및 딸 첼시 부부와 함께 연단에 오른 그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13분의 연설 도중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검정 재킷 안에 남보라색 셔츠를 받쳐 입었다. 남편 빌도 보라색 넥타이를 맸다. 검은색은 애도를, 보라색은 위엄과 슬픔을 상징한다.

 보라색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랑과 공화당의 빨강을 섞은 색이기도 하다. 클린턴은 “트럼프에게 열린 마음으로 임하고 그에게 나라를 이끌 기회를 줘야 한다”며 “트럼프가 우리 모두를 위한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다음에는 지지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패배의 충격에 대한 진솔하고 감동적 발언이 이어졌다. “여러분이 느끼는 절망감을 나도 느낀다. 고통스럽다. 이는 상당히 오래갈 것 같다.”

[1]  클린턴은 약 5994만 표(47.7%)를 얻어 트럼프(5970만 표·47.5%)를 20만 표 이상 앞서고도 주별 승자독식제로 운영되는 미국의 선거 시스템 때문에 패배해 아쉬움이 더했다. 2008년 민주당 경선 패배 연설에서 “유리천장을 깨지는 못했지만 1800만 개(지지자 숫자)의 금을 냈다”는 명언을 환기시키는 발언도 나왔다. “우리는 아직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지는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깰 것이다.”

 사실상의 정계 은퇴 선언이었지만 자신이 이루지 못한 그 꿈이 곧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젊은 여성들이여. 난 당신들의 ‘챔피언’이었다는 사실보다 더 자랑스러운 게 없다. 이 장면을 보고 있는 모든 소녀들이여. 그대들이 소중하고도 강력한 존재임을 결코 잊지 말아 달라.”

 이 대목에서 많은 여성 지지자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남편 빌도 눈물을 훔쳤다. 워싱턴포스트는 “고통의 구덩이에서 어떻게 우아함을 잃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는 “그의 정치연설 중 최고는 마지막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은 결과에 승복했지만 클린턴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주를 중심으로 트럼프의 승리에 불복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인근에서는 500여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트럼프 반대 시위를 펼쳤다. 일부 시위대는 고속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1]  뉴욕과 시카고의 트럼프빌딩 앞에서도 각각 수천 명이 모여 트럼프 반대 시위를 했다. 워싱턴 소재 아메리칸대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성조기를 불태웠고,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대에선 학생 수백 명이 가두행진을 펼쳤다.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주 시애틀 등에서도 각각 수백 명의 고교생이 교사들과 함께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인 이들 중 일부는 트럼프가 소유하고 있는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 근처로 행진하며 “트럼프는 안 된다. KKK(백인우월주의 단체 ‘큐클럭스클랜’)도 안 된다. 미국에서 파시스트는 용납될 수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쏟아졌다. 동부시간 기준으로 10일 0시까지 트위터에 ‘내 대통령이 아니다(#NotMyPresident)’를 단 트윗이 50만 건 넘게 올라왔다.

권재현 confetti@donga.com·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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