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판매점, 착용 의무 해제에 ‘직격탄’…“업종 바꿀 수밖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7일 15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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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화장품 매장으로 업종을 바꿀 예정입니다.”

27일 서울 중구의 한 마스크 판매점에서 일하는 이가세 씨(24)는 “올 1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후 손님이 점점 줄더니 대중교통 내 착용 의무까지 해제되자 손님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며 이렇게 말했다.

동아일보 기자가 약 1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 4명이 들어와 매장을 잠시 둘러보고 나간 게 유일한 방문이었다. 이 씨는 “지난해 여름만 해도 시간당 평균 30명 이상 방문할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며 말을 흐렸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속속 해제되면서 마스크 판매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우후죽순 생겼던 마스크 판매점들은 급하게 마스크를 구하는 시민들로 그 동안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이제 급하게 마스크를 살 필요가 없어진 터라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도 온라인 대량 구매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대구에 마스크 매장을 연 김모 씨(54)는 “1년 만에 매출이 90% 가까이 줄었다”며 “근처 병원에 들어가기 위해 마스크를 찾는 손님 말고는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공공요금도 올라 매달 200만 원의 고정비가 나가는데 더 이상 감당이 어려워 가게를 내놨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모 씨(49)도 “한 때 마스크가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하루 한개도 안 나갈 때도 많다”며 “최근 2주 동안 마스크를 새로 들여오지 않았다”고 했다.

수요가 줄고 수급이 안정되면서 마스크 가격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마스크 품귀 사태를 빚던 2020년 2월 10일 오프라인 매장의 보건용(KF94) 마스크 가격은 당 2600원, 온라인 쇼핑몰은 3500원 가량이었다. 지금 약국에선 KF94 마스크가 개당 1000원 안팎에 팔린다. 온라인 쇼핑몰 중에는 개당 200, 300원에 파는 곳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세먼지용 또는 황사용 마스크를 구하는 이들도 주로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형편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최경환 씨(24)는 “최근 일주일 동안 마스크 없이 생활하고 있지만 쌀 때 사 놓자는 생각에 온라인으로 마스크 400매를 한꺼번에 구매했다”고 했다. 집에 보관 중인 마스크를 처분할 곳이 마땅치 않은 시민들 가운데는 중고거래를 하면서 “마스크를 무료로 끼워 드리겠다”는 글을 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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