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차단에 들어간 노무현 대통령-이재호 수석논설위원

등록 2006.01.05.
노무현 대통령이 여권 안팎의 거세 반대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의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딱 하나, “왜 그랬을 까” 일 것입니다. 대통령은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물론 유시민 의원이 과연 적격자인가 하는 점도 관심사이지만 보다 큰 정치의 맥락에서 보면 더 중요한 것은 노 대통령의 생각과 의도일 것입니다. 그것이 또한 앞으로 대통령의 정국 구상과 정치의 흐름을 읽는데 하나의 지표가 될 것입니다.

대통령이 왜 이런 강수를 뒀을까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역시 ‘레임덕 현상의 조기 차단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임기가 2년이나 남았는데 여기서 밀리면 곧바로 레임덕으로 간다는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여권의 핵심 인사들은 사석에서 종종 이런 얘기를 합니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임기 중반에 이처럼 많은 유력 대권주자들에 둘러싸인 채 국정을 끌고 간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신한국당 내에서 이른바 ‘9룡’이라고 해서 아홉명의 대권 주자들이 경합을 벌인 적이 있지만 그것은 당내의 경쟁이었습니다. 지금과는 비중도 다릅니다. 여야 구분 없이 정말로 유력한 대권주자들이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런 속에서 어떻게 임기 후반을 잘 마칠 수 있느냐가 대통령이나 청와대로서는 최대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마 5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국은 곧바로 대선 정국으로 바뀔 것입니다. 찬 바람 불기 시작하는 하반기에는 어쩌면 대통령의 말 한 마디보다 유력 대권주자들의 말과 사진이 신문과 방송을 장악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인사권입니다. 과거에는 공천권이라는 더 강력한 무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없습니다. 설령 공천권이 있다고 해도 다음 18대 총선은 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에 치러지기 때문에 행사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은 인사권으로 당도 다스려야 하고, 행정부도 다잡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과거 김대중 정권 시절에도 한 핵심인사는 “레임덕, 레임덕 하지 마라. 우리에게는 인사권이 있다. 퇴임하기 전 날까지도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말 안 듣는 공무원들은 인사권으로 다스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인사권입니다.

그런 인사권을 훼손하려 드는 어떠한 기도도 대통령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번에 인사권이 무너지면, 제2의, 제3의 유시민 파동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보시면 앞으로 대통령의 정국 구상, 여권의 정치 행보 등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으로서는 레임덕 조기 차단이 중요하겠지만 이로 인한 갈등 증폭이 정국 경색과 국회 파행을 낳고 결국은 민생과 경제를 뒷전으로 돌리게 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어느 정권에서도 불가피했던 이런 불합리와 폐해를 줄일 수 있는 정치문화적, 제도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재호 수석 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노무현 대통령이 여권 안팎의 거세 반대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의 유시민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딱 하나, “왜 그랬을 까” 일 것입니다. 대통령은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물론 유시민 의원이 과연 적격자인가 하는 점도 관심사이지만 보다 큰 정치의 맥락에서 보면 더 중요한 것은 노 대통령의 생각과 의도일 것입니다. 그것이 또한 앞으로 대통령의 정국 구상과 정치의 흐름을 읽는데 하나의 지표가 될 것입니다.

대통령이 왜 이런 강수를 뒀을까요. 여러 가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역시 ‘레임덕 현상의 조기 차단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임기가 2년이나 남았는데 여기서 밀리면 곧바로 레임덕으로 간다는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여권의 핵심 인사들은 사석에서 종종 이런 얘기를 합니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임기 중반에 이처럼 많은 유력 대권주자들에 둘러싸인 채 국정을 끌고 간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신한국당 내에서 이른바 ‘9룡’이라고 해서 아홉명의 대권 주자들이 경합을 벌인 적이 있지만 그것은 당내의 경쟁이었습니다. 지금과는 비중도 다릅니다. 여야 구분 없이 정말로 유력한 대권주자들이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런 속에서 어떻게 임기 후반을 잘 마칠 수 있느냐가 대통령이나 청와대로서는 최대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아마 5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국은 곧바로 대선 정국으로 바뀔 것입니다. 찬 바람 불기 시작하는 하반기에는 어쩌면 대통령의 말 한 마디보다 유력 대권주자들의 말과 사진이 신문과 방송을 장악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인사권입니다. 과거에는 공천권이라는 더 강력한 무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없습니다. 설령 공천권이 있다고 해도 다음 18대 총선은 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에 치러지기 때문에 행사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은 인사권으로 당도 다스려야 하고, 행정부도 다잡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과거 김대중 정권 시절에도 한 핵심인사는 “레임덕, 레임덕 하지 마라. 우리에게는 인사권이 있다. 퇴임하기 전 날까지도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말 안 듣는 공무원들은 인사권으로 다스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인사권입니다.

그런 인사권을 훼손하려 드는 어떠한 기도도 대통령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번에 인사권이 무너지면, 제2의, 제3의 유시민 파동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보시면 앞으로 대통령의 정국 구상, 여권의 정치 행보 등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으로서는 레임덕 조기 차단이 중요하겠지만 이로 인한 갈등 증폭이 정국 경색과 국회 파행을 낳고 결국은 민생과 경제를 뒷전으로 돌리게 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어느 정권에서도 불가피했던 이런 불합리와 폐해를 줄일 수 있는 정치문화적, 제도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재호 수석 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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