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특수?…뮤지컬 붐의 허와 실-윤정국 문화전문기자

등록 2006.01.26.
요즘 공연계에 뮤지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서서히 불던 바람이 지난해 강풍으로 바뀌더니 올 초에는 메가톤급 태풍으로 거세졌습니다.

올해 초 서울시내 4대 대형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LG아트센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모두 뮤지컬로 채워졌습니다.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토니상 최다부문인 12개 부문 상을 휩쓴 코미디 뮤지컬 ‘프로듀서스’가 각각 매일 밤 뮤지컬 팬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또 서울 강남 역삼동의 LG아트센터에는 뮤지컬 ‘아이다’가 지난해 8월부터 3월까지 7개월간 롱런 중에 있으며,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막 ‘지킬 앤 하이드’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유린타운’ ‘렌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아이러브유’ ‘루나틱’ 등의 뮤지컬들이 현재 상연중입니다.

줄잡아 10편이 넘지요.



이 같은 뮤지컬 붐은 관람객 수로도 밝혀집니다.

2001년 37만 명이던 것이 2002년 55만 명, 2003년 62만 명, 2004년 70만 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바야흐로 뮤지컬은 우리 국민들에게 문화와 오락을 제공해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문화산업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뮤지컬은 산업화 초기에 들어와 있다고 진단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뮤지컬은 겉보기와는 달리 전용극장과, 투자재원 조달, 배우 작가 작곡가 등 전문인력 양성 등의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아 속빈 강정처럼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현재의 뮤지컬 붐은 거품처럼 곧 꺼져버릴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게다가 전용극장을 갖추지 못하고 다른 극장들을 침범하는 바람에 음악이나 무용 연극 등 타 공연예술 장르들이 장소를 못 구해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 못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용극장은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인프라입니다. 전용극장이 있어야 장기공연이 가능하고, 그래야 제작비를 건지고, 나아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브로드웨이 극장들이나 일본 뮤지컬 극단 ‘시키’의 흥행성공 조건도 전용극장의 확보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전용극장은커녕, 극장 사정이 좋지 않아 뮤지컬제작사들이 대형 공연장을 장기간 대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기간에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제작기간이 소요되고 작품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한국창작뮤지컬보다는, 외국에서 성공한 대작 뮤지컬의 라이선스 공연이나 원작 공연을 들여와 안정되게 수익만 내려고 합니다.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보다는 기존의 콘텐츠를 선택함으로써 잠재 관객을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거지요.

또 이런 경우에는 검증되지 않은 배우를 선택하기보다 흥행을 보장받을 수 있는 스타급 배우를 기용하려 합니다.

이 때문에 스타급 배우들의 개런티가 크게 올라가 제작비 상승 요인이 됩니다.

이는 제작비의 거품을 가져오고 결국 관객의 부담으로 전가됩니다.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뮤지컬 티켓가격이 비싼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전용극장을 갖춘 영국 웨스트엔드나 미국 브로드웨이의 경우 ‘오페라의 유령’ 로열석이 90~120 달러로 우리나라 돈 10만 원 안팎으로 티켓가격이 형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공연기간이 1~3개월에 불과한 내한 공연의 경우 12만~15만 원으로 더 비쌉니다. 국민소득이나 물가수준을 감안한다면 훨씬 더 높은 가격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공연장 대관기간이 짧으면 준비도 제대로 못한 채 빨리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 하기 때문에 졸속작품이 될 가능성도 큽니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전용극장이 필요합니다. 몇 년 전 예술의 전당 뒤 우면산 속으로 동굴을 뚫어 뮤지컬 전용극장을 만들자는 안이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이 곳이나 아니면 서울시에서 오페라극장을 지으려는 중지도에 뮤지컬 극장을 함께 짓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예산이 없어 전용극장을 못 짓겠다면 문화관광부의 문화산업 모태펀드에서 일부 출자한 기금과 민간기업의 투자 자금을 합쳐 민관합작으로 지을 수도 있을 겁니다. 문화관광부와 서울시는 국민들의 문화향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정국 문화전문 기자 jkyoon@donga.com

요즘 공연계에 뮤지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서서히 불던 바람이 지난해 강풍으로 바뀌더니 올 초에는 메가톤급 태풍으로 거세졌습니다.

올해 초 서울시내 4대 대형 공연장인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LG아트센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모두 뮤지컬로 채워졌습니다.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토니상 최다부문인 12개 부문 상을 휩쓴 코미디 뮤지컬 ‘프로듀서스’가 각각 매일 밤 뮤지컬 팬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또 서울 강남 역삼동의 LG아트센터에는 뮤지컬 ‘아이다’가 지난해 8월부터 3월까지 7개월간 롱런 중에 있으며,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막 ‘지킬 앤 하이드’가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유린타운’ ‘렌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아이러브유’ ‘루나틱’ 등의 뮤지컬들이 현재 상연중입니다.

줄잡아 10편이 넘지요.



이 같은 뮤지컬 붐은 관람객 수로도 밝혀집니다.

2001년 37만 명이던 것이 2002년 55만 명, 2003년 62만 명, 2004년 70만 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바야흐로 뮤지컬은 우리 국민들에게 문화와 오락을 제공해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문화산업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뮤지컬은 산업화 초기에 들어와 있다고 진단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뮤지컬은 겉보기와는 달리 전용극장과, 투자재원 조달, 배우 작가 작곡가 등 전문인력 양성 등의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아 속빈 강정처럼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현재의 뮤지컬 붐은 거품처럼 곧 꺼져버릴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게다가 전용극장을 갖추지 못하고 다른 극장들을 침범하는 바람에 음악이나 무용 연극 등 타 공연예술 장르들이 장소를 못 구해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 못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용극장은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인프라입니다. 전용극장이 있어야 장기공연이 가능하고, 그래야 제작비를 건지고, 나아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브로드웨이 극장들이나 일본 뮤지컬 극단 ‘시키’의 흥행성공 조건도 전용극장의 확보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전용극장은커녕, 극장 사정이 좋지 않아 뮤지컬제작사들이 대형 공연장을 장기간 대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기간에 작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제작기간이 소요되고 작품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한국창작뮤지컬보다는, 외국에서 성공한 대작 뮤지컬의 라이선스 공연이나 원작 공연을 들여와 안정되게 수익만 내려고 합니다.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보다는 기존의 콘텐츠를 선택함으로써 잠재 관객을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거지요.

또 이런 경우에는 검증되지 않은 배우를 선택하기보다 흥행을 보장받을 수 있는 스타급 배우를 기용하려 합니다.

이 때문에 스타급 배우들의 개런티가 크게 올라가 제작비 상승 요인이 됩니다.

이는 제작비의 거품을 가져오고 결국 관객의 부담으로 전가됩니다.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뮤지컬 티켓가격이 비싼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전용극장을 갖춘 영국 웨스트엔드나 미국 브로드웨이의 경우 ‘오페라의 유령’ 로열석이 90~120 달러로 우리나라 돈 10만 원 안팎으로 티켓가격이 형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공연기간이 1~3개월에 불과한 내한 공연의 경우 12만~15만 원으로 더 비쌉니다. 국민소득이나 물가수준을 감안한다면 훨씬 더 높은 가격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공연장 대관기간이 짧으면 준비도 제대로 못한 채 빨리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 하기 때문에 졸속작품이 될 가능성도 큽니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전용극장이 필요합니다. 몇 년 전 예술의 전당 뒤 우면산 속으로 동굴을 뚫어 뮤지컬 전용극장을 만들자는 안이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이 곳이나 아니면 서울시에서 오페라극장을 지으려는 중지도에 뮤지컬 극장을 함께 짓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예산이 없어 전용극장을 못 짓겠다면 문화관광부의 문화산업 모태펀드에서 일부 출자한 기금과 민간기업의 투자 자금을 합쳐 민관합작으로 지을 수도 있을 겁니다. 문화관광부와 서울시는 국민들의 문화향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정국 문화전문 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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