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갈등, 프로 외교관들이 풀어라-이재호 수석논설위원

등록 2006.01.27.
한미 갈등이 심상치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압박하거나 붕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말라’고 미국에 ‘경고’한지 하루 만에 부시 대통령의 답이 돌아 왔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위폐문제를 덮고 갈 수는 없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맹국 간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언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현안이 생겼을 때 이를 ‘얼마나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느냐’ 라고 하겠습니다. 이 점에서 본다면 한미 동맹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와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달러 위조 문제도 해결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북한이 이를 시인하되, 정부 주도하에 한 것은 아니고 개별 기관이 한 일 정도로 간주하고 넘어가는 선에서 한미간에 얘기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미 재무부 금융범죄 단속 팀의 초강경 성명과 우리 외교통상부의 맞대응, 그리고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부시 대통령의 거친 응수로 인해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어느 한 쪽이 조금만 자제했더라도 대화 기조는 유지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역시 우리 측에서 먼저 실마리를 푸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국가적 자존심도 없느냐고 할지 모르나, 6자회담의 진전을 통해 북핵 문제를 매듭지으려면 미국도 달래고, 북한도 달래면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당장이라도 외교부 고위관리를 특사 자격으로 미국에 보내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미국의 이해를 구하는 모양새를 갖춰야 합니다. 중국에도 특사를 보내 협조를 요청해야 합니다. 말로만 ‘4강 외교’, ‘4강 외교’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과거 정권에선 이런 일들이 터지면 즉각 특사들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동시에 보내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얻어내곤 했습니다만 이 정권 들어선 이런 기동력도 순발력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외교란 타이밍입니다.

마침 중국 정부도 불법 거래 혐의로 동결된 마카오 은행의 북한 계좌 일부를 해제할 용의가 있다는 타협안을 내놨다고 합니다. 북한도 지난주 베이징에서 있었던 미국과의 접촉에서 “앞으로 돈 세탁과 관련한 국제적 규범을 준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움직일 때입니다. 한미 두 나라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건 양국의 직업외교관들은 프로답게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내놓아야 합니다.

외교관들마저 거친 ‘정치의 바다’에 휩쓸리면 국가 간에는 갈등과 마찰 밖에 남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한미 갈등이 심상치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압박하거나 붕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말라’고 미국에 ‘경고’한지 하루 만에 부시 대통령의 답이 돌아 왔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위폐문제를 덮고 갈 수는 없음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맹국 간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언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현안이 생겼을 때 이를 ‘얼마나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느냐’ 라고 하겠습니다. 이 점에서 본다면 한미 동맹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와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달러 위조 문제도 해결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북한이 이를 시인하되, 정부 주도하에 한 것은 아니고 개별 기관이 한 일 정도로 간주하고 넘어가는 선에서 한미간에 얘기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미 재무부 금융범죄 단속 팀의 초강경 성명과 우리 외교통상부의 맞대응, 그리고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부시 대통령의 거친 응수로 인해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어느 한 쪽이 조금만 자제했더라도 대화 기조는 유지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역시 우리 측에서 먼저 실마리를 푸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국가적 자존심도 없느냐고 할지 모르나, 6자회담의 진전을 통해 북핵 문제를 매듭지으려면 미국도 달래고, 북한도 달래면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당장이라도 외교부 고위관리를 특사 자격으로 미국에 보내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미국의 이해를 구하는 모양새를 갖춰야 합니다. 중국에도 특사를 보내 협조를 요청해야 합니다. 말로만 ‘4강 외교’, ‘4강 외교’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과거 정권에선 이런 일들이 터지면 즉각 특사들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동시에 보내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얻어내곤 했습니다만 이 정권 들어선 이런 기동력도 순발력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외교란 타이밍입니다.

마침 중국 정부도 불법 거래 혐의로 동결된 마카오 은행의 북한 계좌 일부를 해제할 용의가 있다는 타협안을 내놨다고 합니다. 북한도 지난주 베이징에서 있었던 미국과의 접촉에서 “앞으로 돈 세탁과 관련한 국제적 규범을 준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움직일 때입니다. 한미 두 나라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건 양국의 직업외교관들은 프로답게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내놓아야 합니다.

외교관들마저 거친 ‘정치의 바다’에 휩쓸리면 국가 간에는 갈등과 마찰 밖에 남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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