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야…-홍찬식 논설위원

등록 2006.03.24.
여당이 대학입시에서 실업계 고교생에게 특혜를 주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여당이 실업고에 관심을 보인 것은 지난달부터입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실업고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가까운 실업고를 찾아가서 실업고생을 위한 일을 찾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실업고 학생이 전국에 50만 명이고 학부모가 100만 명이다. 이들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게 서민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뒤 여당은 대학입시에서 실업계고교 특별 전형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현재 대학 입시에선 입학정원의 3% 이내에서 실업계 특별전형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입학 정원이 100명이라면 정원 외로 3명까지 실업고 졸업생을 선발합니다.

여당의 새로운 방안은 이것을 정원 내 10%로 늘리는 것입니다. 입학 정원이 100명이라면 90명을 일반 학생으로 뽑고 나머지 10명을 실업계 학생으로 선발한다는 것입니다.

입학 기회가 줄어들 게 되는 인문계 고교가 거부 반응을 보이자 다시 정원 외로 5%를 뽑겠다고 바꾸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업고에 대한 지원은 확대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0%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이에 따라 입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사교육비 문제가 확대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실업이 심각합니다. 실업고를 내실화해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일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대책은 교육 현실을 잘 모르고 이뤄진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실업고 졸업생들은 지금도 3분의 2 이상이 취직 대신 대학 진학을 택하고 있습니다. 실업고에 입시 특혜를 주면 더 대학 진학에 치중하게 되고 직업교육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습니다.

대학들은 특별 전형으로 입학한 실업고 생들이 학업에 따라올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실업계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데 비율이 더 확대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의 대책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으려는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실업고 대책이 즉흥적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실업고 생과 직업교육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여당의 실업고 대책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여당이 대학입시에서 실업계 고교생에게 특혜를 주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여당이 실업고에 관심을 보인 것은 지난달부터입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실업고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가까운 실업고를 찾아가서 실업고생을 위한 일을 찾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실업고 학생이 전국에 50만 명이고 학부모가 100만 명이다. 이들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게 서민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뒤 여당은 대학입시에서 실업계고교 특별 전형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현재 대학 입시에선 입학정원의 3% 이내에서 실업계 특별전형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입학 정원이 100명이라면 정원 외로 3명까지 실업고 졸업생을 선발합니다.

여당의 새로운 방안은 이것을 정원 내 10%로 늘리는 것입니다. 입학 정원이 100명이라면 90명을 일반 학생으로 뽑고 나머지 10명을 실업계 학생으로 선발한다는 것입니다.

입학 기회가 줄어들 게 되는 인문계 고교가 거부 반응을 보이자 다시 정원 외로 5%를 뽑겠다고 바꾸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업고에 대한 지원은 확대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0%로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이에 따라 입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사교육비 문제가 확대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실업이 심각합니다. 실업고를 내실화해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일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대책은 교육 현실을 잘 모르고 이뤄진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실업고 졸업생들은 지금도 3분의 2 이상이 취직 대신 대학 진학을 택하고 있습니다. 실업고에 입시 특혜를 주면 더 대학 진학에 치중하게 되고 직업교육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습니다.

대학들은 특별 전형으로 입학한 실업고 생들이 학업에 따라올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실업계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데 비율이 더 확대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의 대책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으려는 선거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실업고 대책이 즉흥적으로 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실업고 생과 직업교육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여당의 실업고 대책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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