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깬 화랑가에 봄꽃 ‘활짝’- 윤정국 문화전문 기자

등록 2006.03.28.
봄 날씨가 완연해지면서 미술계에도 봄이 왔나 봅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서울 인사동과 사간동, 평창동 등지의 화랑가에는 크고 작은 미술전시가 이어지고 미술품 경매도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오래 동안 겨울잠에 빠져 있던 미술경기도 조금씩 살아난다는 게 미술계 안팎의 진단입니다. 침체를 걱정하던 몇 개월 전까지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벌써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 정도입니다.

이 같은 미술경기는 지난해 9월 K옥션이 설립돼 1998년 창립된 기존의 서울옥션과 함께 경쟁하면서 좋아졌다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경매회사들은 최고낙찰가 경쟁이나 숨어있는 역사자료 공개 등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모으면서 미술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22일 열렸던 K옥션의 3월 미술품 경매에서 총 144점의 작품이 출품되고 이 중 111점이 낙찰됨으로써 77.08%의 높은 낙찰률을 보여 경매시장에 쏠린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습니다.

낙찰액도 40억10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날 경매에서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백남준과 그의 예술적 동지 샬로트 무어맨의 행위예술을 담은 기록사진 35점이 1억80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또 1950· 60년대 우리나라 서민의 삶을 질박하게 표현한 박수근의 작품 ‘쉬고 있는 두 여인’은 3억7000만원에, 또 동양적 자연과 서양의 추상을 잘 조화시킨 김환기의 ‘밤바다’는 1억7000만원에 각각 낙찰돼 두 작가의 인기가 여전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미술품 경매회사들이 고객을 많이 끌어가자 이에 대응해 문턱을 낮춰 손님을 뺏기지 않으려는 화랑의 기획전도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 인사동의 노화랑은 한 점당 100만원의 작품들만 전시하는 ‘작은 그림 큰 마음’ 전을 31일까지 갖고 있습니다. 송수남 이두식 황주리 이수동 등 작가 6명의 작품 270점이 나와 있습니다.

노화랑의 노승진 대표는 “샐러리맨들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그림 한 점을 사서 집에 걸어놓을 수 있도록 그림값을 낮춘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습니다.

노화랑 바로 옆의 학고재 아트센터에서는 제주의 삶과 역사를 그려온 화가 강요배 씨의 작품전 ‘땅에 스민 시간’이 4월4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1980년대 민중미술운동의 핵심적 화가로 활동했지만 1990년대 초 고향으로 돌아간 뒤 제주의 산하와 교감하면서 터득한 자연의 넉넉한 치유의 힘과 밝은 서정의 노래를 ‘홍매’ ‘수선화 밭’ ‘억새꽃’ ‘감나무’ ‘감꽃’ ‘팥배나무’ 등의 작품들을 통해 들려줍니다. 2003년 전시에서 보여주었던 암갈색이나 회색조에서 벗어나 밝은 노란색이나 연분홍색이 눈에 띄고, 작품의 표면도 투박하던 느낌에서 벗어나 훨씬 매끈해졌다는 평입니다.

서울 사간동의 갤러리 현대에서는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란 제목의 원로화가 천경자 전이 4월2일까지 열려 추억 속에서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습니다. 강렬한 색채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확립했고 아프리카와 남미 등 전 세계를 여행하며 이국의 낭만과 풍물을 밀도 있게 그려낸 천 화백의 작품 250여점이 3개 층에 걸쳐 대대적으로 전시돼 그의 작품 전반을 되돌아볼 수 있는 뜻 깊은 전시입니다. 올해 82세의 천 화백은 미국 뉴욕의 딸집에서 투병 중입니다만 이번 전시에 나온 그의 작품들은 생명력 넘치고 환상적이어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란 말을 실감케 합니다.

따뜻한 이 봄날에 부부나 연인끼리, 혹은 친구끼리 화랑들을 순례하며 작품 감상을 통해 작가들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은 분명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일 것입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봄 날씨가 완연해지면서 미술계에도 봄이 왔나 봅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서울 인사동과 사간동, 평창동 등지의 화랑가에는 크고 작은 미술전시가 이어지고 미술품 경매도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오래 동안 겨울잠에 빠져 있던 미술경기도 조금씩 살아난다는 게 미술계 안팎의 진단입니다. 침체를 걱정하던 몇 개월 전까지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벌써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 정도입니다.

이 같은 미술경기는 지난해 9월 K옥션이 설립돼 1998년 창립된 기존의 서울옥션과 함께 경쟁하면서 좋아졌다는 분석이 유력합니다. 경매회사들은 최고낙찰가 경쟁이나 숨어있는 역사자료 공개 등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모으면서 미술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지난 22일 열렸던 K옥션의 3월 미술품 경매에서 총 144점의 작품이 출품되고 이 중 111점이 낙찰됨으로써 77.08%의 높은 낙찰률을 보여 경매시장에 쏠린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습니다.

낙찰액도 40억10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날 경매에서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백남준과 그의 예술적 동지 샬로트 무어맨의 행위예술을 담은 기록사진 35점이 1억80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또 1950· 60년대 우리나라 서민의 삶을 질박하게 표현한 박수근의 작품 ‘쉬고 있는 두 여인’은 3억7000만원에, 또 동양적 자연과 서양의 추상을 잘 조화시킨 김환기의 ‘밤바다’는 1억7000만원에 각각 낙찰돼 두 작가의 인기가 여전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미술품 경매회사들이 고객을 많이 끌어가자 이에 대응해 문턱을 낮춰 손님을 뺏기지 않으려는 화랑의 기획전도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 인사동의 노화랑은 한 점당 100만원의 작품들만 전시하는 ‘작은 그림 큰 마음’ 전을 31일까지 갖고 있습니다. 송수남 이두식 황주리 이수동 등 작가 6명의 작품 270점이 나와 있습니다.

노화랑의 노승진 대표는 “샐러리맨들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그림 한 점을 사서 집에 걸어놓을 수 있도록 그림값을 낮춘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습니다.

노화랑 바로 옆의 학고재 아트센터에서는 제주의 삶과 역사를 그려온 화가 강요배 씨의 작품전 ‘땅에 스민 시간’이 4월4일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1980년대 민중미술운동의 핵심적 화가로 활동했지만 1990년대 초 고향으로 돌아간 뒤 제주의 산하와 교감하면서 터득한 자연의 넉넉한 치유의 힘과 밝은 서정의 노래를 ‘홍매’ ‘수선화 밭’ ‘억새꽃’ ‘감나무’ ‘감꽃’ ‘팥배나무’ 등의 작품들을 통해 들려줍니다. 2003년 전시에서 보여주었던 암갈색이나 회색조에서 벗어나 밝은 노란색이나 연분홍색이 눈에 띄고, 작품의 표면도 투박하던 느낌에서 벗어나 훨씬 매끈해졌다는 평입니다.

서울 사간동의 갤러리 현대에서는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란 제목의 원로화가 천경자 전이 4월2일까지 열려 추억 속에서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습니다. 강렬한 색채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확립했고 아프리카와 남미 등 전 세계를 여행하며 이국의 낭만과 풍물을 밀도 있게 그려낸 천 화백의 작품 250여점이 3개 층에 걸쳐 대대적으로 전시돼 그의 작품 전반을 되돌아볼 수 있는 뜻 깊은 전시입니다. 올해 82세의 천 화백은 미국 뉴욕의 딸집에서 투병 중입니다만 이번 전시에 나온 그의 작품들은 생명력 넘치고 환상적이어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란 말을 실감케 합니다.

따뜻한 이 봄날에 부부나 연인끼리, 혹은 친구끼리 화랑들을 순례하며 작품 감상을 통해 작가들의 세계로 뛰어드는 것은 분명 즐겁고 보람 있는 일일 것입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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