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1위의 대한민국…해법은 ‘선생님’-김순덕 논설위원

등록 2006.03.29.
우리나라가 사교육에 쓰는 비용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나라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은 지난해도 1등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공교육에 대한 투자는 바닥권인 23등으로 집계됐습니다. OECD가 발표한 ‘2006년판 통계연보’에서 밝혀진 내용입니다.

고맙게도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은 OECD 국가 중 최고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003년 국제학력평가에 따르면 읽기와 수학은 2등, 과학은 3등입니다.

이런 통계를 보는 마음은 복잡합니다. 학력이라는 것이 반드시 교육비에 따라 좌우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학력수준 1등인 핀란드의 경우, 교육비 투자는 OECD 평균치를 약간 웃도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통계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어떤 선진국도 우리처럼 사교육비를 많이 쓰는 나라는 없다는 점입니다. 핀란드가 GDP(국내총생산)의 0.1%를 사교육비로 쓰는 반면, 우리나라는 무려 2.9%나 퍼붓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이유는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 덕분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OECD 통계는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에서 제일 오래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문화 여가에 대한 지출이라든가, 보건비용은 하위권에 속합니다. 평균 수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한국 사람들은 아이들 과외비 대느라 뼈 빠지게 일만 하다가 결국 일찍 죽고 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공교육을 살리는 것으로 푸는 것 밖에는 해답이 없습니다. 핀란드처럼 학교에서 교육을 너무나 잘해줘서, 굳이 따로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만드는 것이 제대로 된 교육개혁일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은 달라도 한참 다릅니다. 노 대통령이 밝힌 해법은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 대학입시 제도에 정부가 관여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고도 했습니다.

다른 나라 얘기를 들어서 정말 미안하지만, 핀란드에서는 교육 1등의 비결을 ‘정부가 입시에 관여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학교 교육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단 한 가지, ‘교사’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간단한 대답이야말로 학부모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로 그 정답입니다. 사명감과 책임감, 탁월한 수업 능력을 지닌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 학교에 있다면,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돈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노 대통령은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다 끌어 들이겠다’고 했지만,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교사가 학생들을 잘 가르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만이 공교육을 살리고, 또 사교육비를 줄이는 길이 될 것입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우리나라가 사교육에 쓰는 비용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나라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은 지난해도 1등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공교육에 대한 투자는 바닥권인 23등으로 집계됐습니다. OECD가 발표한 ‘2006년판 통계연보’에서 밝혀진 내용입니다.

고맙게도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은 OECD 국가 중 최고수준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003년 국제학력평가에 따르면 읽기와 수학은 2등, 과학은 3등입니다.

이런 통계를 보는 마음은 복잡합니다. 학력이라는 것이 반드시 교육비에 따라 좌우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학력수준 1등인 핀란드의 경우, 교육비 투자는 OECD 평균치를 약간 웃도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통계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어떤 선진국도 우리처럼 사교육비를 많이 쓰는 나라는 없다는 점입니다. 핀란드가 GDP(국내총생산)의 0.1%를 사교육비로 쓰는 반면, 우리나라는 무려 2.9%나 퍼붓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이유는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 덕분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OECD 통계는 또,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에서 제일 오래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문화 여가에 대한 지출이라든가, 보건비용은 하위권에 속합니다. 평균 수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한국 사람들은 아이들 과외비 대느라 뼈 빠지게 일만 하다가 결국 일찍 죽고 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공교육을 살리는 것으로 푸는 것 밖에는 해답이 없습니다. 핀란드처럼 학교에서 교육을 너무나 잘해줘서, 굳이 따로 사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도록 만드는 것이 제대로 된 교육개혁일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은 달라도 한참 다릅니다. 노 대통령이 밝힌 해법은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서 대학입시 제도에 정부가 관여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고도 했습니다.

다른 나라 얘기를 들어서 정말 미안하지만, 핀란드에서는 교육 1등의 비결을 ‘정부가 입시에 관여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학교 교육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단 한 가지, ‘교사’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간단한 대답이야말로 학부모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로 그 정답입니다. 사명감과 책임감, 탁월한 수업 능력을 지닌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 학교에 있다면,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돈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노 대통령은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다 끌어 들이겠다’고 했지만,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교사가 학생들을 잘 가르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만이 공교육을 살리고, 또 사교육비를 줄이는 길이 될 것입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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