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실 점거…교수와 충돌…독선적 대학문화 용납 말아야-김순덕 논설위원
등록 2006.04.28.연세대 총학생회 학생들은 25일 대학 재단이사회장에 쳐들어가 이사회 참관을 허용하라고 거칠게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사회 어떤 규정에도 없는 요구였습니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이미 한 달 전부터 등록금을 내리라며 본관건물을 점거하고 있습니다.
동덕여대는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에서 투표하지도 않은 학생들이 투표한 것처럼 조작을 했습니다. 학생회비를 쓰면서 세금을 안 내려고 몇 천 만 원씩 되는 돈을 간이영수증 한 장으로 처리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고려대에서는 총학생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학생들이 보직교수들을 16시간이나 좁은 계단 사이에 가두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지난달에는 경영대학장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학생들과 충돌해서 팔에 세 바늘을 꿰매는 불상사를 당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일만 아니라면, 엄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행위일 것입니다. 조직폭력배나 구악(舊惡)의 정치인 같지 않습니까. 지성의 상징이어야 할 대학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개탄할 일입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총학생회는 민주화운동의 산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은 이들의 과격한 폭력행위를 감싸고 묵인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당시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386세대가 노무현 정부에 대거 진출했는데도, 오늘날 총학생회는 그 시절 독재시대의 투쟁방법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총학생회의 폭력과 불법 행위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가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는 독선과 아집입니다. 독재정권에 맞섰던 대학생들이 그 독재정권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독재정신을 체득했고, 그 정신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공부 대신 투쟁에 매달렸던 이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젊은 날을 보낸 386 집권세력의 독선과 무능이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우리는 지금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더 이상 대학문화를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미래의 우리사회를 지금처럼 만들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연세대 정창영 총장은 “구시대적이며 반(反)지성적인 학생운동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동덕여대 손봉호 총장도 “선거부정을 자행한 대학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담화문을 내놓았습니다. 고려대는 교수 억류를 주도한 학생들에게 출교(黜敎)라는 가장 중한 징계를 내렸습니다. 대학총장이, 어른들이 나선 것입니다.
학생들도 변해야 합니다. 총학생회가 변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나서서 거부의사를 밝혀야만 합니다. 지금 젊은 세대는 치열하게 경쟁력을 길러서, 세계를 무대로 뛰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보다 크게, 넓게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대학문화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1980년대 독재정권 시대의 구습(舊習)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몇몇 집단이 있습니다. 대학 총학생회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연세대 총학생회 학생들은 25일 대학 재단이사회장에 쳐들어가 이사회 참관을 허용하라고 거칠게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사회 어떤 규정에도 없는 요구였습니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이미 한 달 전부터 등록금을 내리라며 본관건물을 점거하고 있습니다.
동덕여대는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에서 투표하지도 않은 학생들이 투표한 것처럼 조작을 했습니다. 학생회비를 쓰면서 세금을 안 내려고 몇 천 만 원씩 되는 돈을 간이영수증 한 장으로 처리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고려대에서는 총학생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학생들이 보직교수들을 16시간이나 좁은 계단 사이에 가두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지난달에는 경영대학장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학생들과 충돌해서 팔에 세 바늘을 꿰매는 불상사를 당했습니다.
이런 일들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일만 아니라면, 엄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행위일 것입니다. 조직폭력배나 구악(舊惡)의 정치인 같지 않습니까. 지성의 상징이어야 할 대학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개탄할 일입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총학생회는 민주화운동의 산실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은 이들의 과격한 폭력행위를 감싸고 묵인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당시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386세대가 노무현 정부에 대거 진출했는데도, 오늘날 총학생회는 그 시절 독재시대의 투쟁방법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총학생회의 폭력과 불법 행위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가 하는 일은 무조건 옳다’는 독선과 아집입니다. 독재정권에 맞섰던 대학생들이 그 독재정권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독재정신을 체득했고, 그 정신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공부 대신 투쟁에 매달렸던 이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젊은 날을 보낸 386 집권세력의 독선과 무능이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 우리는 지금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더 이상 대학문화를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미래의 우리사회를 지금처럼 만들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연세대 정창영 총장은 “구시대적이며 반(反)지성적인 학생운동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동덕여대 손봉호 총장도 “선거부정을 자행한 대학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담화문을 내놓았습니다. 고려대는 교수 억류를 주도한 학생들에게 출교(黜敎)라는 가장 중한 징계를 내렸습니다. 대학총장이, 어른들이 나선 것입니다.
학생들도 변해야 합니다. 총학생회가 변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나서서 거부의사를 밝혀야만 합니다. 지금 젊은 세대는 치열하게 경쟁력을 길러서, 세계를 무대로 뛰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보다 크게, 넓게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대학문화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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