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불교 잇단 ‘열린만남’…화합의 꽃 만발할까

등록 2006.05.02.
“‘부처님 오신 날’을 경축 드립니다. 총무원장 스님께서 성가정입양원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추기경님의 서임을 축하합니다. 가톨릭이 갈 데 없는 아기들을 돌보는 훌륭한 일을 하는 걸 보니 존경스럽기도 하고 부러운 생각도 듭니다.”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智冠) 스님과 가톨릭 서울대교구장 정진석(鄭鎭奭) 추기경이 27일 오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성북구 성북동 성가정입양원에서 만나 종교간 화합을 다짐하며 따뜻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날 만남은 5월5일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성가정입양원을 방문키로 한 지관 총무원장이 정 추기경에게 이곳에서 환담하자고 요청해 이뤄졌습니다.

1988년 설립된 가톨릭 국내 입양기관인 성가정입양원은 현재까지 1980명의 아이들을 국내 입양시켰으며 현재 남아 42명, 여아 11명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지관 스님은 “불교에는 이런 기관이 없는데/ 가톨릭에서 어려운 일을 맡아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이런 일은 종교계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가톨릭의 사목활동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정 추기경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혈통을 중시하는 전통 때문에 남의 아이를 잘 입양하지 않으려 한다”며 “특히 상속 등의 문제가 있어 남아보다 여아 입양을 선호해 남아의 입양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지관 스님은 “앞으로 힘닿는 대로 우리 불교계도 많이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성가정입양원의 윤영수(尹英洙) 원장수녀에게 1000만 원의 지원금을 전달했습니다.

지관 스님을 수행한 다른 스님이 “불교계에도 700여 개 사회복지시설이 있지만 총무원장 스님이 가장 먼저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하자 정 추기경은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지관 스님은 “부처님 마음이 어린이 마음”이라고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의 주제를 언급하며 “마침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이 어린이날”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이날 두 지도자의 만남은 불교계와 가톨릭계가 그동안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문제를 놓고 미묘한 갈등을 빚어온 상황에서 이뤄져 특히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불교계는 황우석(黃禹錫) 전 서울대 교수의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했던데 비해 가톨릭은 ‘배아도 생명’이라며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적극 반대했습니다.

두 지도자의 만남을 계기로 양측이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정진석 추기경은 이에 앞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불자들에게 보내는 축하 메시지를 26일 조계종 총무원에 전달했습니다. 정 추기경은 이 메시지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지금도 끊임없는 분쟁, 증오와 대립, 다양한 종류의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무한한 선의와 자비심을 베푸신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욱더 필요한 때”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은 이처럼 불교계의 차원을 넘어 종교간 화합의 잔치로 승화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발표한 법어 “번뇌(煩惱) 속에 푸른 눈을 여는 이는 부처를 볼 것이요, 사랑 속에 구원(救援)을 깨닫는 이는 예수를 볼 것”이란 가르침도 이런 종교간 화합의 분위기를 고양시키고 있습니다.

개별 종교기관 또는 단체들 간의 교류도 활발합니다. 서울 성북동성당은 최근 인근의 길상사에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난(蘭)을 선물로 보내는 한편 성당 앞에도 축하 플래카드를 내걸었습니다. 길상사가 지난해 성탄절에 난을 보내오고, 성탄 축하 플래카드를 내건 것에 대한 화답입니다.

때마침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와 한국교수불자연합회는 5월19일 오후 1시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처음으로 공동학술발표회를 갖는다고 26일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자기종파 중심의 생각만 하고 자기종교 확장에만 관심을 보였던 과거를 반성하고 서로 돕고 협력하는 건강한 종교인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폐쇄적인 종교의 분위기를 바꾸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두 단체는 앞으로도 생명, 평화, 영성, 동북아 종교간 대화모임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매년 봄에 한 차례씩 공동학술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해마다 부활절에서 부처님 오신 날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상입니다만 최근의 종교간 갈등양상이 노정되어서인지 올해 들어 종교화합의 의미가 유난히 새롭게 느껴집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부처님 오신 날’을 경축 드립니다. 총무원장 스님께서 성가정입양원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추기경님의 서임을 축하합니다. 가톨릭이 갈 데 없는 아기들을 돌보는 훌륭한 일을 하는 걸 보니 존경스럽기도 하고 부러운 생각도 듭니다.”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智冠) 스님과 가톨릭 서울대교구장 정진석(鄭鎭奭) 추기경이 27일 오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성북구 성북동 성가정입양원에서 만나 종교간 화합을 다짐하며 따뜻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날 만남은 5월5일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성가정입양원을 방문키로 한 지관 총무원장이 정 추기경에게 이곳에서 환담하자고 요청해 이뤄졌습니다.

1988년 설립된 가톨릭 국내 입양기관인 성가정입양원은 현재까지 1980명의 아이들을 국내 입양시켰으며 현재 남아 42명, 여아 11명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지관 스님은 “불교에는 이런 기관이 없는데/ 가톨릭에서 어려운 일을 맡아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이런 일은 종교계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가톨릭의 사목활동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정 추기경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혈통을 중시하는 전통 때문에 남의 아이를 잘 입양하지 않으려 한다”며 “특히 상속 등의 문제가 있어 남아보다 여아 입양을 선호해 남아의 입양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지관 스님은 “앞으로 힘닿는 대로 우리 불교계도 많이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성가정입양원의 윤영수(尹英洙) 원장수녀에게 1000만 원의 지원금을 전달했습니다.

지관 스님을 수행한 다른 스님이 “불교계에도 700여 개 사회복지시설이 있지만 총무원장 스님이 가장 먼저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하자 정 추기경은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지관 스님은 “부처님 마음이 어린이 마음”이라고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의 주제를 언급하며 “마침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이 어린이날”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이날 두 지도자의 만남은 불교계와 가톨릭계가 그동안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문제를 놓고 미묘한 갈등을 빚어온 상황에서 이뤄져 특히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불교계는 황우석(黃禹錫) 전 서울대 교수의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했던데 비해 가톨릭은 ‘배아도 생명’이라며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적극 반대했습니다.

두 지도자의 만남을 계기로 양측이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정진석 추기경은 이에 앞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불자들에게 보내는 축하 메시지를 26일 조계종 총무원에 전달했습니다. 정 추기경은 이 메시지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지금도 끊임없는 분쟁, 증오와 대립, 다양한 종류의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며 “우리에게 무한한 선의와 자비심을 베푸신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욱더 필요한 때”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은 이처럼 불교계의 차원을 넘어 종교간 화합의 잔치로 승화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발표한 법어 “번뇌(煩惱) 속에 푸른 눈을 여는 이는 부처를 볼 것이요, 사랑 속에 구원(救援)을 깨닫는 이는 예수를 볼 것”이란 가르침도 이런 종교간 화합의 분위기를 고양시키고 있습니다.

개별 종교기관 또는 단체들 간의 교류도 활발합니다. 서울 성북동성당은 최근 인근의 길상사에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난(蘭)을 선물로 보내는 한편 성당 앞에도 축하 플래카드를 내걸었습니다. 길상사가 지난해 성탄절에 난을 보내오고, 성탄 축하 플래카드를 내건 것에 대한 화답입니다.

때마침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와 한국교수불자연합회는 5월19일 오후 1시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처음으로 공동학술발표회를 갖는다고 26일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자기종파 중심의 생각만 하고 자기종교 확장에만 관심을 보였던 과거를 반성하고 서로 돕고 협력하는 건강한 종교인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폐쇄적인 종교의 분위기를 바꾸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두 단체는 앞으로도 생명, 평화, 영성, 동북아 종교간 대화모임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매년 봄에 한 차례씩 공동학술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해마다 부활절에서 부처님 오신 날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상입니다만 최근의 종교간 갈등양상이 노정되어서인지 올해 들어 종교화합의 의미가 유난히 새롭게 느껴집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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