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은 밉지만…그래도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돼야-송대근 논설위원

등록 2006.05.15.
검찰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팀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지난 12일 발표했습니다.



검찰의 수사결론은 황 교수가 논문 조작을 직접 지시했고,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애당초 없었다는 것입니다. 김선종 연구원이 미즈메디 병원에서 빼돌린 수정란 줄기세포를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덩어리에 섞어서 마치 배아복제 줄기세포를 만든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바꿔치기’가 아니고 ‘섞어치기’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사용했습니다.



황 교수팀의 사기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민간 후원단체에서 제공한 거액의 연구비를 가로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검찰이 ‘과학 분야의 성수대교 붕괴사건’이라고 말한 것처럼 황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은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이고 온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습니다.

과학의 생명은 무엇보다 진실에 있습니다. 그런데 황 교수팀은 과학계의 자율검증 기능이 허술한 틈을 타 실험결과와 논문을 조작하는 사기극을 벌였습니다. 스스로 과학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국가 이미지와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황 교수가 연구비 28억 원을 가로챘으며 차명(借名)계좌를 64개나 만들어 악질 경제사범 못지않은 수법으로 이를 관리해왔다는 사실입니다. 여야 정치인 수십 명에게 150여 차례에 걸쳐 5000여만 원의 정치자금도 제공했다고 합니다. 과학자인지 로비스트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이번 검찰 수사결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였다는 사실도 재확인됐습니다. 생명공학 육성이라는 국가전략을 특정인에게 맡겨 놓고도 사후관리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연구의 진실성과 투명성을 감시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황우석 사태에 발목이 잡혀있는 사이 미국 영국 등은 잇따라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영국은 앞으로 10년간 1조4000억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새 출발의 결의를 다져야 합니다. 우선 정부가 ‘정직한 연구’를 뒷받침하고, 국민은 이번에 자정(自淨)능력을 보여준 과학자들에게 다시 성원을 보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른바 황우석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송대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

검찰이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팀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를 지난 12일 발표했습니다.



검찰의 수사결론은 황 교수가 논문 조작을 직접 지시했고,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애당초 없었다는 것입니다. 김선종 연구원이 미즈메디 병원에서 빼돌린 수정란 줄기세포를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덩어리에 섞어서 마치 배아복제 줄기세포를 만든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바꿔치기’가 아니고 ‘섞어치기’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사용했습니다.



황 교수팀의 사기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민간 후원단체에서 제공한 거액의 연구비를 가로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검찰이 ‘과학 분야의 성수대교 붕괴사건’이라고 말한 것처럼 황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은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은 물론이고 온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습니다.

과학의 생명은 무엇보다 진실에 있습니다. 그런데 황 교수팀은 과학계의 자율검증 기능이 허술한 틈을 타 실험결과와 논문을 조작하는 사기극을 벌였습니다. 스스로 과학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국가 이미지와 신뢰도에도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황 교수가 연구비 28억 원을 가로챘으며 차명(借名)계좌를 64개나 만들어 악질 경제사범 못지않은 수법으로 이를 관리해왔다는 사실입니다. 여야 정치인 수십 명에게 150여 차례에 걸쳐 5000여만 원의 정치자금도 제공했다고 합니다. 과학자인지 로비스트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이번 검찰 수사결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였다는 사실도 재확인됐습니다. 생명공학 육성이라는 국가전략을 특정인에게 맡겨 놓고도 사후관리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연구의 진실성과 투명성을 감시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황우석 사태에 발목이 잡혀있는 사이 미국 영국 등은 잇따라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영국은 앞으로 10년간 1조4000억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새 출발의 결의를 다져야 합니다. 우선 정부가 ‘정직한 연구’를 뒷받침하고, 국민은 이번에 자정(自淨)능력을 보여준 과학자들에게 다시 성원을 보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이른바 황우석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송대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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