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제한·金産분리 “문제있다” 말하면서 왜…홍권희 논설위원

등록 2006.05.19.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며칠 전 “국내 산업자본의 금융 소유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 등 금융기관이 매물로 나오더라도 국내 재벌에겐 살 기회를 주지 말자는 것이 금산분리입니다. 그러다가 금융기관이 외국의 투기자본에 넘겨져 자격문제에다 국부유출 논란까지 벌어진 것이 오늘의 우리 상황입니다.

윤 위원장의 설명은 지금은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을 사금고화 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금고는 개인금고라는 말이죠. 고객 돈을 받아 운용하는 금융기관인데 금융기관 오너가 자기 맘대로 갖다 쓴다는 소리입니다. 10여 년 전엔 가끔 말썽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차단장치가 철저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금융감독 총 책임자의 진단입니다.

그런데도 정부 내에서 이에 관한 토론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윤 위원장은 2월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자 일부 시민단체가 ‘재벌개혁의 후퇴’라고 공박했고 재정경제부 등에서도 ‘아직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문제를 고치기보다 ‘재벌은 개혁대상’이라고 인식하는 이 정권의 코드를 지키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꼴입니다.

또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며칠 전 “출자총액제한제도처럼 목적 실현에 반드시 적합하다고 보기 어려운 제도는 고쳐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제도에 문제가 많다보니 예외가 많아져, 뭐가 허용되고 안 되는지를 나도 잘 모르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강철규 전 공정위원장은 출총제의 문제점을 시인하면서도 “3년 내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시간을 끌다가 떠났습니다. 자신의 개혁성향을 과시하기 위해 제도개선엔 눈을 감았던 것입니다.

권 위원장은 이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대안을 만든 뒤에 폐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옛날엔 재벌이라고 불렀던 대규모 기업집단이 회사 순 자산액의 25% 이상을 같은 계열의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가 출총제입니다. 문어발식 투자, 과잉투자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규제 때문에 기업이 외국투기자본에 대항해 경영권을 지키는데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대규모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일도 생깁니다. 시간을 끌다가 정부가 예외로 인정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윤 위원장, 권 위원장이 털어놓은 대목이 국가경쟁력, 기업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들입니다. 그러면서도 보고만 있는 것이 이 정부입니다. 국가경제와 경쟁력에는 전혀 상관없이 코드 지키기가 우선이라는 것이 이 정권의 속성입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과잉규제 두 가지에 대해 지금이라도 손을 대야할 텐데, 정권말기에 후퇴하는 인상을 줄까봐 그냥 갈 것 같습니다. 정권이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금까지, 문제를 알고도 그냥 놔두는 정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며칠 전 “국내 산업자본의 금융 소유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 등 금융기관이 매물로 나오더라도 국내 재벌에겐 살 기회를 주지 말자는 것이 금산분리입니다. 그러다가 금융기관이 외국의 투기자본에 넘겨져 자격문제에다 국부유출 논란까지 벌어진 것이 오늘의 우리 상황입니다.

윤 위원장의 설명은 지금은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을 사금고화 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금고는 개인금고라는 말이죠. 고객 돈을 받아 운용하는 금융기관인데 금융기관 오너가 자기 맘대로 갖다 쓴다는 소리입니다. 10여 년 전엔 가끔 말썽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차단장치가 철저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금융감독 총 책임자의 진단입니다.

그런데도 정부 내에서 이에 관한 토론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윤 위원장은 2월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자 일부 시민단체가 ‘재벌개혁의 후퇴’라고 공박했고 재정경제부 등에서도 ‘아직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문제를 고치기보다 ‘재벌은 개혁대상’이라고 인식하는 이 정권의 코드를 지키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꼴입니다.

또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며칠 전 “출자총액제한제도처럼 목적 실현에 반드시 적합하다고 보기 어려운 제도는 고쳐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제도에 문제가 많다보니 예외가 많아져, 뭐가 허용되고 안 되는지를 나도 잘 모르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강철규 전 공정위원장은 출총제의 문제점을 시인하면서도 “3년 내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시간을 끌다가 떠났습니다. 자신의 개혁성향을 과시하기 위해 제도개선엔 눈을 감았던 것입니다.

권 위원장은 이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대안을 만든 뒤에 폐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옛날엔 재벌이라고 불렀던 대규모 기업집단이 회사 순 자산액의 25% 이상을 같은 계열의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가 출총제입니다. 문어발식 투자, 과잉투자를 막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규제 때문에 기업이 외국투기자본에 대항해 경영권을 지키는데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대규모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일도 생깁니다. 시간을 끌다가 정부가 예외로 인정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윤 위원장, 권 위원장이 털어놓은 대목이 국가경쟁력, 기업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들입니다. 그러면서도 보고만 있는 것이 이 정부입니다. 국가경제와 경쟁력에는 전혀 상관없이 코드 지키기가 우선이라는 것이 이 정권의 속성입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과잉규제 두 가지에 대해 지금이라도 손을 대야할 텐데, 정권말기에 후퇴하는 인상을 줄까봐 그냥 갈 것 같습니다. 정권이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금까지, 문제를 알고도 그냥 놔두는 정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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