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의 달인’ 이창호…야구대회서 타율10할 기록

등록 2006.05.25.
‘천하의 이창호’가 후보라면 믿으시겠어요?

바둑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야구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21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는 프로 바둑기사들이 결성한 야구팀 ‘기(棋)’가 연예인 야구팀 ‘한’과 첫 공식 경기를 가졌습니다.

이창호도 선수로 출전했습니다.

초반은 연예인 야구팀의 일방적인 우세. 개그맨 정준하 가수 윤종신 등이 주축인 ‘한’은 1회와 2회 각각 2점씩을 얻으며 4 대 0 리드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싸움’이라면 이골이 난 프로 바둑기사들이 쉽게 물러설 리 없겠죠.

3회 상대의 실책에 힘입어 3점을 뽑은 뒤 4회 초 1점을 보태는 등 5회까지 5 대 6 한 점차로 따라붙으며 접전을 펼칩니다.

그런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운동장을 아무리 둘러봐도 이창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도대체 이창호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아, 드디어 발견.

그런데 운동장이 아닌 더그아웃에 앉아 있네요.

신산(神算), 지존 등 최고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하지만 야구장에서는 벤치를 지키는 후보일 뿐이라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후보 이창호는 벤치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요.

행여 고운(?) 얼굴이 햇볕에 그을릴까봐 선 크림도 꼼꼼히 찍어 바르고, 타격코치와 함께 스윙 폼도 가다듬습니다.

‘기회를 한 번 달라’는 감독을 향한 무언의 시위라고 봐야겠죠?

그러나 출전 명령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 방망이를 휘두르는 이창호의 모습은 볼 수 없는 건가요.

이창호의 얼굴에 슬슬 실망한 빛이 역력하던 7회,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대타로 타석에 서게 된 것.

“얼떨결에 나가게 됐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창호 9단. 방망이를 잡은 폼이 영 엉성합니다.

과연 잘 칠 수 있을까요?

“땅”

경쾌한 타격 음과 함께 쭉 뻗어나가는 타구.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3루수 옆을 스치는 깨끗한 안타.

이창호는 난생 처음 야구배트를 잡아봤다는 이날 1타수 1안타를 쳐 타율 10할 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야구도 바둑 못지않은 실력을 갖출 것 같습니다.

‘한’의 주축선수인 개그맨 정준하는 “첫 공식경기에 나선 선수 치고는 상당히 날카로운 타격을 보여줬다”고 감탄했습니다.

이창호는 동료 기사들과 함께 지난 3월부터 매주 한 차례 경희대 수원캠퍼스 야구장에 모여 훈련을 해 왔습니다. 선발투수인 한종진 6단을 비롯해 김승준 최철한 9단, 윤현석 8단, 양건 김영삼 7단, 이현욱 6단, 박병규 박승철 이정우 5단, 백홍석 4단 등이 ‘기’ 팀의 주축. 이창호는 후보입니다.

‘기’팀은 내년부터 연예인 야구리그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갑작스럽게 시합이 잡혀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한편 이날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프로 기사는 최철한 9단. 4회 초 우중간 안타를 때린 뒤 상대 실책을 틈타 홈까지 밟아 그라운드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최철한은 “야구하면서 제일 잘 맞은 타구가 나왔다. 운 좋게 야수가 공을 뒤로 빠뜨려서 홈런이 됐다”며 즐거워했습니다.

하지만 실전경험이 부족했는지 ‘기’는 ‘한’에 12대5로 졌습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천하의 이창호’가 후보라면 믿으시겠어요?

바둑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야구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21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는 프로 바둑기사들이 결성한 야구팀 ‘기(棋)’가 연예인 야구팀 ‘한’과 첫 공식 경기를 가졌습니다.

이창호도 선수로 출전했습니다.

초반은 연예인 야구팀의 일방적인 우세. 개그맨 정준하 가수 윤종신 등이 주축인 ‘한’은 1회와 2회 각각 2점씩을 얻으며 4 대 0 리드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싸움’이라면 이골이 난 프로 바둑기사들이 쉽게 물러설 리 없겠죠.

3회 상대의 실책에 힘입어 3점을 뽑은 뒤 4회 초 1점을 보태는 등 5회까지 5 대 6 한 점차로 따라붙으며 접전을 펼칩니다.

그런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운동장을 아무리 둘러봐도 이창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도대체 이창호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아, 드디어 발견.

그런데 운동장이 아닌 더그아웃에 앉아 있네요.

신산(神算), 지존 등 최고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하지만 야구장에서는 벤치를 지키는 후보일 뿐이라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후보 이창호는 벤치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요.

행여 고운(?) 얼굴이 햇볕에 그을릴까봐 선 크림도 꼼꼼히 찍어 바르고, 타격코치와 함께 스윙 폼도 가다듬습니다.

‘기회를 한 번 달라’는 감독을 향한 무언의 시위라고 봐야겠죠?

그러나 출전 명령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 방망이를 휘두르는 이창호의 모습은 볼 수 없는 건가요.

이창호의 얼굴에 슬슬 실망한 빛이 역력하던 7회,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대타로 타석에 서게 된 것.

“얼떨결에 나가게 됐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창호 9단. 방망이를 잡은 폼이 영 엉성합니다.

과연 잘 칠 수 있을까요?

“땅”

경쾌한 타격 음과 함께 쭉 뻗어나가는 타구.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3루수 옆을 스치는 깨끗한 안타.

이창호는 난생 처음 야구배트를 잡아봤다는 이날 1타수 1안타를 쳐 타율 10할 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야구도 바둑 못지않은 실력을 갖출 것 같습니다.

‘한’의 주축선수인 개그맨 정준하는 “첫 공식경기에 나선 선수 치고는 상당히 날카로운 타격을 보여줬다”고 감탄했습니다.

이창호는 동료 기사들과 함께 지난 3월부터 매주 한 차례 경희대 수원캠퍼스 야구장에 모여 훈련을 해 왔습니다. 선발투수인 한종진 6단을 비롯해 김승준 최철한 9단, 윤현석 8단, 양건 김영삼 7단, 이현욱 6단, 박병규 박승철 이정우 5단, 백홍석 4단 등이 ‘기’ 팀의 주축. 이창호는 후보입니다.

‘기’팀은 내년부터 연예인 야구리그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갑작스럽게 시합이 잡혀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한편 이날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프로 기사는 최철한 9단. 4회 초 우중간 안타를 때린 뒤 상대 실책을 틈타 홈까지 밟아 그라운드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최철한은 “야구하면서 제일 잘 맞은 타구가 나왔다. 운 좋게 야수가 공을 뒤로 빠뜨려서 홈런이 됐다”며 즐거워했습니다.

하지만 실전경험이 부족했는지 ‘기’는 ‘한’에 12대5로 졌습니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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