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나와라 뚝딱”…기막힌 北의 ‘살라미 전술’

등록 2006.06.07.
남북은 6일 제주도에서 끝난 경제협력추진위에서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했습니다. 남한이 8월부터 북측 옷 신발 비누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80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치면 740억원을 제공하면, 북한은 남측에 지하자원 개발권 처분권 등을 주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남북 경협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면 다행입니다.

신문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북측이 원래 요구했던 경공업 원자재 지원액은 2억 달러였습니다. 이 중 70%가 신발 6천만 켤레에 해당하는 원자재였습니다. 북한 주민 모두를 신길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이 액수를 1년간의 줄다리기 끝에 8000만 달러로 깎았다고 우리 측 관계자는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어떤 수를 써서든 원래의 2억 달러를 다 받아낼 것입니다. 특유의 ‘살라미 전술’이 있기 때문입니다. 살라미는 ‘마늘로 양념한 이탈리아 소시지’를 가리킵니다. 이 소시지를 조금씩 잘게 썰 듯이 하나의 큰 주제를 몇 개로 잘게 썰어가면서 그때그때 상대방에게서 많은 것을 얻어낸다는 뜻입니다. 우리말로 바꾸면 ‘가지치기’ 쯤 되겠지요.

북한은 어떤 회담에서도 ‘살라미 전술’을 즐겨 씁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가 요구했던 남북 열차 시험운행을 들어줄 것처럼 합의서에 ‘조건이 조성되면’이란 애매모호한 한 구절을 집어넣고 8000만 달러를 챙겼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조건’이 어떤 조건인지, 어떤 상태를 조건이 ‘조성된 것’으로 볼지에 대해선 아무런 규정도 설명도 없습니다. 심지어 그 ‘조건’이 열차 운행에 관한 조건인지조차도 불분명 합니다.

북은 조만간 ‘조건’의 내용을 놓고 우리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면서 또 몇 천만 달러 쯤 받아낼 것입니다. 그 다음엔 어떤 상태를 ‘조건이 조성된 것’으로 볼 것이냐를 놓고 협상을 해서 또 몇 천만 달러를 챙길 것입니다. 그 다음엔 또 다른 이유, 또 다른 이유를 계속 들고 나올 것입니다. 군부의 반대도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목표했던 2억 달러를 모두 받아 냈을 때 비로소 ‘소시지 썰기’를 그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작 한 두 차례의 열차 시범운행에 감격해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이것이 남북관계의 현실입니다. 우리가 남북 철도를 잇기 위해 그동안 쏟아 부은 돈만 7000억 원에 달합니다. 이 돈을 주고서도 하루 한, 두 시간이면 족할 열차 시험운행 한 번 못하고 다시 북에 돈 주고 구걸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입니다.

설령 8월에 남북 열차 시험운행이 이뤄진다고 해도 겉만 보고 흥분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 이면에서 북의 ‘살라미 전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봐주기를 바랍니다.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leejaeho@donga.c

남북은 6일 제주도에서 끝난 경제협력추진위에서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했습니다. 남한이 8월부터 북측 옷 신발 비누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8000만 달러, 한국 돈으로 치면 740억원을 제공하면, 북한은 남측에 지하자원 개발권 처분권 등을 주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남북 경협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면 다행입니다.

신문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북측이 원래 요구했던 경공업 원자재 지원액은 2억 달러였습니다. 이 중 70%가 신발 6천만 켤레에 해당하는 원자재였습니다. 북한 주민 모두를 신길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이 액수를 1년간의 줄다리기 끝에 8000만 달러로 깎았다고 우리 측 관계자는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어떤 수를 써서든 원래의 2억 달러를 다 받아낼 것입니다. 특유의 ‘살라미 전술’이 있기 때문입니다. 살라미는 ‘마늘로 양념한 이탈리아 소시지’를 가리킵니다. 이 소시지를 조금씩 잘게 썰 듯이 하나의 큰 주제를 몇 개로 잘게 썰어가면서 그때그때 상대방에게서 많은 것을 얻어낸다는 뜻입니다. 우리말로 바꾸면 ‘가지치기’ 쯤 되겠지요.

북한은 어떤 회담에서도 ‘살라미 전술’을 즐겨 씁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가 요구했던 남북 열차 시험운행을 들어줄 것처럼 합의서에 ‘조건이 조성되면’이란 애매모호한 한 구절을 집어넣고 8000만 달러를 챙겼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조건’이 어떤 조건인지, 어떤 상태를 조건이 ‘조성된 것’으로 볼지에 대해선 아무런 규정도 설명도 없습니다. 심지어 그 ‘조건’이 열차 운행에 관한 조건인지조차도 불분명 합니다.

북은 조만간 ‘조건’의 내용을 놓고 우리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면서 또 몇 천만 달러 쯤 받아낼 것입니다. 그 다음엔 어떤 상태를 ‘조건이 조성된 것’으로 볼 것이냐를 놓고 협상을 해서 또 몇 천만 달러를 챙길 것입니다. 그 다음엔 또 다른 이유, 또 다른 이유를 계속 들고 나올 것입니다. 군부의 반대도 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목표했던 2억 달러를 모두 받아 냈을 때 비로소 ‘소시지 썰기’를 그칠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작 한 두 차례의 열차 시범운행에 감격해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이것이 남북관계의 현실입니다. 우리가 남북 철도를 잇기 위해 그동안 쏟아 부은 돈만 7000억 원에 달합니다. 이 돈을 주고서도 하루 한, 두 시간이면 족할 열차 시험운행 한 번 못하고 다시 북에 돈 주고 구걸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입니다.

설령 8월에 남북 열차 시험운행이 이뤄진다고 해도 겉만 보고 흥분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 이면에서 북의 ‘살라미 전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봐주기를 바랍니다.

이재호 수석논설위원 leejaeho@do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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