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고개 돌린 채 ‘역사 강의’에 빠진 노 대통령

등록 2006.06.28.
노무현대통령이 요즘 들어 ‘역사 강의’에 빠져 있습니다.

케이블TV의 역사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가 하면 역사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있다고 합니다. 각종 공식행사에서도 빠짐없이 역사인식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16일의 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는 “역사에서 배워야 하며, 역사에서 답이 나온다”며 1시간 반 동안 역사 강론을 펼쳤습니다. 6.25참전용사 위로연에서는 “2천년 동안 여러 차례 외침을 받아왔다”며 역사적 사례를 적시했고 12일 포털 사이트 대표들과의 오찬모임에서는 “멀리 역사의 인과(因果)관계를 보고 해나갔으면 한다”고 ‘긴 호흡’을 강조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지난해 대일강경외교를 펼친 배경에는 ‘일본은 우리의 선한 민족공동체를 파괴한 절대악’이라는 논리를 담고 있는 진보 민족사학계열의 책을 읽은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3월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과의 면담자리에서도 “최근 역사책 좀 읽었다”며 독도가 일본에 점유당한 배경을 러일전쟁의 역사부터 장황하게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부쩍 늘어난 ‘역사 강의’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대통령의 잠재의식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어 국민들의 걱정을 사고 있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사상최악의 참패를 당하고 지지율이 20%를 밑도는 참담한 상황에 부딪치면서 “그래도 역사는 나를 평가할 것”이라는 오기와 도피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이렇다 보니, 참모들도 역사를 빌어 ‘남의 탓’을 하고 있습니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최근 청와대 브리핑에 띄운 글에서 “참여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는 것은, 세종대왕이라도 불가능 할 것”이라고 변명했습니다. 그는 또 “경제는 잘 하고 있는데 민생이 어렵다”면서 “민생이 어려운 것은 1997년 외환위기가 가져온 과잉구조 때문”이라고 말해 경제 실패의 책임도 전정권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오죽하면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도 최근 “대통령은 역사에 업적을 남기겠다고 하고, 당은 대선과 총선을 고민할 수 밖에 없어 서로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말했겠습니까.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공허한 관념적 인식을 애기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들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실사구시의 지도자입니다.

노 대통령이 혹시라도 남은 임기 중 국정을 정상궤도에 되돌려놓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역사’뒤에 숨으려는 것이라면 이는 직무유기이며 국민들에게는 비극인 것입니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의 ‘역사강의’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노무현대통령이 요즘 들어 ‘역사 강의’에 빠져 있습니다.

케이블TV의 역사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가 하면 역사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있다고 합니다. 각종 공식행사에서도 빠짐없이 역사인식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16일의 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는 “역사에서 배워야 하며, 역사에서 답이 나온다”며 1시간 반 동안 역사 강론을 펼쳤습니다. 6.25참전용사 위로연에서는 “2천년 동안 여러 차례 외침을 받아왔다”며 역사적 사례를 적시했고 12일 포털 사이트 대표들과의 오찬모임에서는 “멀리 역사의 인과(因果)관계를 보고 해나갔으면 한다”고 ‘긴 호흡’을 강조했습니다.

노 대통령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지난해 대일강경외교를 펼친 배경에는 ‘일본은 우리의 선한 민족공동체를 파괴한 절대악’이라는 논리를 담고 있는 진보 민족사학계열의 책을 읽은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3월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과의 면담자리에서도 “최근 역사책 좀 읽었다”며 독도가 일본에 점유당한 배경을 러일전쟁의 역사부터 장황하게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부쩍 늘어난 ‘역사 강의’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대통령의 잠재의식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어 국민들의 걱정을 사고 있습니다.

지방선거에서 사상최악의 참패를 당하고 지지율이 20%를 밑도는 참담한 상황에 부딪치면서 “그래도 역사는 나를 평가할 것”이라는 오기와 도피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이렇다 보니, 참모들도 역사를 빌어 ‘남의 탓’을 하고 있습니다. 이병완 비서실장은 최근 청와대 브리핑에 띄운 글에서 “참여정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는 것은, 세종대왕이라도 불가능 할 것”이라고 변명했습니다. 그는 또 “경제는 잘 하고 있는데 민생이 어렵다”면서 “민생이 어려운 것은 1997년 외환위기가 가져온 과잉구조 때문”이라고 말해 경제 실패의 책임도 전정권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오죽하면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도 최근 “대통령은 역사에 업적을 남기겠다고 하고, 당은 대선과 총선을 고민할 수 밖에 없어 서로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말했겠습니까.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공허한 관념적 인식을 애기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들을 등 따습고 배부르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실사구시의 지도자입니다.

노 대통령이 혹시라도 남은 임기 중 국정을 정상궤도에 되돌려놓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역사’뒤에 숨으려는 것이라면 이는 직무유기이며 국민들에게는 비극인 것입니다.

지금까지 노 대통령의 ‘역사강의’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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