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어떻습니까” 묻다가 뺨 맞을라

등록 2006.08.18.
“요즘 경기가 어떻습니까.”

사업하는 분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조차 민망합니다. 손님이 없어 울상 짓는 식당 옷가게 주인에게 이렇게 묻다간 싸움이라도 날 것 같은 상황입니다.

재래시장은 물론이고 백화점 할인점에 가보면 경기가 내리막을 걷는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폐업하는 점포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부진했던 소비를 그나마 이끌었던 부자들도 지갑을 닫았다고 합니다.

통계를 보면 7월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3.0%로 전달의 7.1%의 절반도 안됐습니다. 5월 이후 증가율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대형마트 매출도 5월 이후 꺾였습니다. 증가율이 6월 0.9%, 7월 0.5%로 낮아졌고 8월엔 갖가지 기획행사 덕분에 반짝 증가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집중호우 탓도 있습니다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이 더 주요한 요인입니다.

무리한 ‘부동산 죽이기’가 촉발한 건설업 위축은 이미 한참 된 이야기입니다. 건설수주는 3월 이후 작년 같은 달 대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 중입니다. 일거리가 없으니 현장인력도 많이 줄었습니다. 7월말 현재 건설업 취업자는 작년에 비해 2만 명 감소했습니다.

150개 주요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투자는 작년보다 7.7%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9.2% 늘리겠다는 연초 계획보다 줄어든 것입니다. 건설경기가 냉각되면서 비제조업 설비투자가 줄어든 때문이라는 진단입니다.

제조업체들은 올해 상반기에 1000원어치를 팔아 66원을 남겼습니다. 작년 80원보다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유가와 원자재 값이 크게 올랐는데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진 때문입니다.

민간경제연구소는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합니다. 부진한 성장률, 늘어나는 재고 수준, 줄어드는 출하량 등 각종 지표를 보면 완만한 하강곡선을 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1분기 즉 1~3월을 고점으로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경기 사이클이 1년 정도로 짧아져서 작년에 상승국면이었지만 언제라도 하강국면으로 바뀔 수 있다고 합니다.

정부는 아직은 경기하강으로 인식하지는 않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당장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 성장속도의 소폭 조정이라고 해석합니다. 의미 차이는 있지만 상승세가 멈췄다는 점에선 비슷합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최근 “지방건설업 등 경기가 어려운 부문은 보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경기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계속 낙관론으로 대처하다가 때를 놓치지 않을까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는 경기 이야기만 나오면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안 한다”고 말합니다. 마치 누군가가 “당장 경기를 부추겨야 한다”고 보채기라도 하는 듯이 몰아붙입니다. 정부는 판에 박힌 공식발표만 할 게 아니라 서민경제 입장에서 경기상황을 되짚어봐야 할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하강국면에 들어선 경기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요즘 경기가 어떻습니까.”

사업하는 분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조차 민망합니다. 손님이 없어 울상 짓는 식당 옷가게 주인에게 이렇게 묻다간 싸움이라도 날 것 같은 상황입니다.

재래시장은 물론이고 백화점 할인점에 가보면 경기가 내리막을 걷는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폐업하는 점포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부진했던 소비를 그나마 이끌었던 부자들도 지갑을 닫았다고 합니다.

통계를 보면 7월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3.0%로 전달의 7.1%의 절반도 안됐습니다. 5월 이후 증가율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대형마트 매출도 5월 이후 꺾였습니다. 증가율이 6월 0.9%, 7월 0.5%로 낮아졌고 8월엔 갖가지 기획행사 덕분에 반짝 증가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집중호우 탓도 있습니다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이 더 주요한 요인입니다.

무리한 ‘부동산 죽이기’가 촉발한 건설업 위축은 이미 한참 된 이야기입니다. 건설수주는 3월 이후 작년 같은 달 대비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 중입니다. 일거리가 없으니 현장인력도 많이 줄었습니다. 7월말 현재 건설업 취업자는 작년에 비해 2만 명 감소했습니다.

150개 주요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투자는 작년보다 7.7%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 9.2% 늘리겠다는 연초 계획보다 줄어든 것입니다. 건설경기가 냉각되면서 비제조업 설비투자가 줄어든 때문이라는 진단입니다.

제조업체들은 올해 상반기에 1000원어치를 팔아 66원을 남겼습니다. 작년 80원보다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유가와 원자재 값이 크게 올랐는데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진 때문입니다.

민간경제연구소는 경기가 하강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합니다. 부진한 성장률, 늘어나는 재고 수준, 줄어드는 출하량 등 각종 지표를 보면 완만한 하강곡선을 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1분기 즉 1~3월을 고점으로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봅니다. 경기 사이클이 1년 정도로 짧아져서 작년에 상승국면이었지만 언제라도 하강국면으로 바뀔 수 있다고 합니다.

정부는 아직은 경기하강으로 인식하지는 않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당장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면서 성장속도의 소폭 조정이라고 해석합니다. 의미 차이는 있지만 상승세가 멈췄다는 점에선 비슷합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최근 “지방건설업 등 경기가 어려운 부문은 보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경기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계속 낙관론으로 대처하다가 때를 놓치지 않을까 우려도 나옵니다.

정부는 경기 이야기만 나오면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안 한다”고 말합니다. 마치 누군가가 “당장 경기를 부추겨야 한다”고 보채기라도 하는 듯이 몰아붙입니다. 정부는 판에 박힌 공식발표만 할 게 아니라 서민경제 입장에서 경기상황을 되짚어봐야 할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하강국면에 들어선 경기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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