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받는 노조 한국에도 있다

등록 2006.08.25.
경북 구미 시내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가 걸어놓은 것입니다. 뜻밖에도 ‘노사가 하나 되어 시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회사 노조는 2004년 64일간 파업을 벌였고 작년과 올해 해고자 복직투쟁으로 날을 지새웠습니다. 올해는 회장 집 원정시위, 타워크레인 고공농성도 벌였습니다. 이런 회사분위기를 7월에 들어선 노조의 새 집행부가 한 달 만에 싹 바꿔놓은 것입니다.

김홍렬 신인 위원장은 회사를 살리는 것이 조합원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복지를 향상시키는 길이라며 강경투쟁 전략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구미공장 노조가 강경일변도로 나가면 회사는 새로운 설비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죠. 노사관계가 원만한 김천이나 경산공장을 선호하게 됩니다. 강경투쟁으로는 구미공장 노동자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이곳 노조원들도 뒤늦게 알게 된 것입니다.

노조는 회사 거래처 90여 곳에 노조 위원장 명의로 편지도 보냈습니다. “안정된 노사관계로 거래처에 불편을 끼치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최고의 품질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입니다.

분규 없는 노조라면 역시 울산의 현대중공업 노조가 유명합니다. 12년째 무분규지만 그 전에는 붉은 조끼에 복면, 쇠파이프가 더 어울렸던 노조였습니다.

한 달 전 임금협상을 분규 없이 타결지은 김성호 노조위원장은 “노사가 상생하지 않고는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노조는 회사 측 제시안이 나오자마자 잠정합의를 했습니다. 항복한 것이 아니라 정년을 57세에서 1년 더 연장하는 등 챙길 것은 다 챙겼습니다. 노조원들은 선박수주량 세계 1위 회사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무분규 타결 소식에 한 전경의 어머니가 김 위원장에게 감사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들은 전국에서 벌어지는 노조의 폭력시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싸우지 않고도 얻어내는 노조를 보면서 ‘선진화된 노조가 자랑스럽다’고 표현했습니다.

두 노조의 공통점은 극렬투쟁을 선도하고 부추기는 민주노총과 거리를 둔다는 점입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04년 민주노총에서 제명됐습니다.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는 이번에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정리할 계획입니다. 노조 공문에 붙어있던 민주노총 화섬연맹이라는 글자는 이미 삭제했다고 합니다.

바다이야기로 시끄러운 요즘, 두 노조 이야기는 그래도 희망을 줍니다.

그러나 극렬투쟁은 사라지지 않고있습니다. 포항건설노조는 일감을 배분하는 권한으로 노조원을 두 달째 파업으로 몰고갑니다. 쌍용자동차 노조는 옥쇄파업을 벌입니다.

학생들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142일째 파업을 이어가는 외국어대 직원노조도 있습니다.

갈 길이 아직 멀다는 느낌입니다. 지금까지 박수 받는 두 노조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경북 구미 시내 곳곳에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가 걸어놓은 것입니다. 뜻밖에도 ‘노사가 하나 되어 시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회사 노조는 2004년 64일간 파업을 벌였고 작년과 올해 해고자 복직투쟁으로 날을 지새웠습니다. 올해는 회장 집 원정시위, 타워크레인 고공농성도 벌였습니다. 이런 회사분위기를 7월에 들어선 노조의 새 집행부가 한 달 만에 싹 바꿔놓은 것입니다.

김홍렬 신인 위원장은 회사를 살리는 것이 조합원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복지를 향상시키는 길이라며 강경투쟁 전략을 과감히 버렸습니다.

구미공장 노조가 강경일변도로 나가면 회사는 새로운 설비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죠. 노사관계가 원만한 김천이나 경산공장을 선호하게 됩니다. 강경투쟁으로는 구미공장 노동자도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을 이곳 노조원들도 뒤늦게 알게 된 것입니다.

노조는 회사 거래처 90여 곳에 노조 위원장 명의로 편지도 보냈습니다. “안정된 노사관계로 거래처에 불편을 끼치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최고의 품질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입니다.

분규 없는 노조라면 역시 울산의 현대중공업 노조가 유명합니다. 12년째 무분규지만 그 전에는 붉은 조끼에 복면, 쇠파이프가 더 어울렸던 노조였습니다.

한 달 전 임금협상을 분규 없이 타결지은 김성호 노조위원장은 “노사가 상생하지 않고는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노조는 회사 측 제시안이 나오자마자 잠정합의를 했습니다. 항복한 것이 아니라 정년을 57세에서 1년 더 연장하는 등 챙길 것은 다 챙겼습니다. 노조원들은 선박수주량 세계 1위 회사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무분규 타결 소식에 한 전경의 어머니가 김 위원장에게 감사편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들은 전국에서 벌어지는 노조의 폭력시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싸우지 않고도 얻어내는 노조를 보면서 ‘선진화된 노조가 자랑스럽다’고 표현했습니다.

두 노조의 공통점은 극렬투쟁을 선도하고 부추기는 민주노총과 거리를 둔다는 점입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04년 민주노총에서 제명됐습니다.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는 이번에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정리할 계획입니다. 노조 공문에 붙어있던 민주노총 화섬연맹이라는 글자는 이미 삭제했다고 합니다.

바다이야기로 시끄러운 요즘, 두 노조 이야기는 그래도 희망을 줍니다.

그러나 극렬투쟁은 사라지지 않고있습니다. 포항건설노조는 일감을 배분하는 권한으로 노조원을 두 달째 파업으로 몰고갑니다. 쌍용자동차 노조는 옥쇄파업을 벌입니다.

학생들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142일째 파업을 이어가는 외국어대 직원노조도 있습니다.

갈 길이 아직 멀다는 느낌입니다. 지금까지 박수 받는 두 노조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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