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중심 교육 출발점 될까…수능 성적 공개의 손익계산
등록 2006.09.13.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주목할 만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 등이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원고 측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수능시험의 원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교육부가 수능시험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요청한 대로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제외시켰습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한 조치입니다.
이 판결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수능시험 정보가 공개되면 전국 2000개 고등학교의 수능시험 평균점수가 드러납니다. 전국 고교의 순위를 성적 순서대로 매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어느 고교의 수능시험 평균 점수는 300점인데 시골 어느 고교는 200점도 안 되더라는 식의 통계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학교별 격차가 드러나면 30년 넘게 지속되어온 평준화 정책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평준화 정책은 전국적으로 똑같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나, 시골에서 다니나 같은 수준의 수업을 받을 수 있고, 그 결과로 학생들이 비슷한 학력 수준을 보여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학력 격차가 존재합니다. 같은 서울에서도 강북과 강남은 차이가 납니다. 학력 격차는 아파트 값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등 첨예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가 관건입니다. ‘수능 성적 공개’를 지지하는 측은 일단 문제를 드러내놓고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입장입니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교육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입장입니다. 성적 위주의 교육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학생 입장에서 손익 계산을 따져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학력 격차를 공개하지 않으면 가장 피해를 입는 측은 학생입니다.
학력 격차가 드러나면 학부모들은 정부에 대책을 요구할 것입니다. 반면에 학력 격차를 숨기면 학생들은 보다 나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교육이 정부와 교사와 같은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학생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 점에서 수능 자료 공개는 수요자 중심 교육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수능 성적 공개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수능시험 성적을 공개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요즘 교육계의 뜨거운 이슈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주목할 만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 등이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원고 측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수능시험의 원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교육부가 수능시험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요청한 대로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제외시켰습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한 조치입니다.
이 판결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수능시험 정보가 공개되면 전국 2000개 고등학교의 수능시험 평균점수가 드러납니다. 전국 고교의 순위를 성적 순서대로 매길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어느 고교의 수능시험 평균 점수는 300점인데 시골 어느 고교는 200점도 안 되더라는 식의 통계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학교별 격차가 드러나면 30년 넘게 지속되어온 평준화 정책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평준화 정책은 전국적으로 똑같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나, 시골에서 다니나 같은 수준의 수업을 받을 수 있고, 그 결과로 학생들이 비슷한 학력 수준을 보여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학력 격차가 존재합니다. 같은 서울에서도 강북과 강남은 차이가 납니다. 학력 격차는 아파트 값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등 첨예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가 관건입니다. ‘수능 성적 공개’를 지지하는 측은 일단 문제를 드러내놓고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입장입니다.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교육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입장입니다. 성적 위주의 교육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학생 입장에서 손익 계산을 따져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학력 격차를 공개하지 않으면 가장 피해를 입는 측은 학생입니다.
학력 격차가 드러나면 학부모들은 정부에 대책을 요구할 것입니다. 반면에 학력 격차를 숨기면 학생들은 보다 나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교육이 정부와 교사와 같은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학생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이 점에서 수능 자료 공개는 수요자 중심 교육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수능 성적 공개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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