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짝’ 찾아 드리는 게 진짜 효도

등록 2006.10.01.
지난 2002년 개봉했던 영화 죽어도 좋아는 각자 배우자를 잃고 홀로사는 73세(일흔 셋 된) 할아버지와 71(세(일흔 하나된) 할머니의 ‘성’문제를 다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인구의 38%인 235만 여명이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습니다.

이들중 상당수가 이성과 성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취재한 동아일보 정동우 사회복지 전문기자로부터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정동우 기자의 기사 전문▼

몇 년전 개봉됐던 영화 ‘죽어도 좋아’는 각자 배우자와 사별하고 홀로 살던 73세 할아버지와 71세 할머니가 우연히 공원에서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고 동거를 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가 화제를 모은 것은 당시만 해도 사회적으로 무관심 영역에 속하던 ‘노인의 성’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였다. 통계청의 2005년 11월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13%인 625만4071명에 이르며 이중 38%인 235만여명이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하고 혼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생의 황혼기에 외짝이 된 이들은 허전함을 느끼고 이성에 대해 관심도 많지만 자녀들은 물론이고 사회가 이들의 외로움을 나무 몰라준다고 호소한다.

#1

김우호씨(74·가명·서울 송파구 마천2동)는 지금도 6년 전 아내를 사별하고 혼자 살았던 그 1년간을 잊지 못한다.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부부만 살다 아내가 병으로 먼저 떠나간 것. 5남매의 자녀(1남 4녀)가 있지만 모두 출가한데다 아들은 외국에 거주하고 있어 애당초 자녀들과 같이 살 생각은 하지 않았다.

“병자일망정 집에 사람이 있을 때는 그렇게 허전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어두워진 뒤에 컴컴한 집에 들어가기는 정말 싫었습니다.”

대화 상대가 없는 집에서 혼자서 밥을 해먹고 밤을 보내는 게 괴로웠다. 딸과 사위들이 주말에는 오지만 그것도 한순간이고 그들이 가고나면 외로움은 더욱 커졌다. 평생을 중하위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61세에 은퇴한 그는 재산으로 현재 살고 있는 4층짜리 상가주택과 다소간의 저축이 있었으며 100만원의 연금과 가게 임대료 90만원등 매월 190만원의 고정수입이 있어 생활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그는 재혼을 결심하고 상대의 기준을 ‘가난하고 고생 많이 한 시골 여성’으로 정했다. 그렇게 해서 친지의 소개로 만난 사람과 지금 6년째 같이 살고 있다. 재혼 당시 그의 나이는 68세이고 상대는 59세였다. 새 부인은 27년 전 남편을 사별하고 혼자서 2남 3녀의 자녀들을 키워 출가시킨 후 혼자 살고 있었다.

몇 차례의 만남이 있은 후 여생을 같이 보내자는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걸림돌도 적지 않았다. 양측이 모두 5남매의 자녀들을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녀들의 동의 여부도 문제이고 혼인신고를 하고 호적을 옮겨올 경우 양쪽 자녀들의 법적 관계와 향후 유산 배분 등도 문제였다. 그래서 결혼은 하되 혼인신고는 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했다.

김씨는 부인 쪽 친정식구들과 자녀들 그리고 자신의 자녀들을 차례로 한자리에 모아놓고 재혼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유산으로 주고 자신이 갖고 있는 현금과 앞으로 모을 저축은 모두 새 부인 앞으로 해주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각각 외짝 부모의 어려움을 알고 있던 자녀들이 양해하는 쪽이었다.

김씨는 자녀들의 동의에 대해 “재혼의사를 가족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밝혀 기정사실화 한 점과 법적 부담이 없는 동거형태의 결혼인 점 그리고 향후의 재산문제를 미리 정리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자신의 월 수입 중 매달 30만원씩을 부인 앞으로 정기적금하고 있다.

재혼이후의 삶에 대해 김씨는 “매끼 따뜻한 밥을 먹으니 몸이 무척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재혼 후 신수가 훤해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것. 그는 매일 부부가 손잡고 인근 성내천을 산책하고 자주 여행도 다닌다고 소개했다. 새 부인이 김치와 반찬도 자주 만들어 자녀들에게 보내주는 바람에 자녀들도 좋아한다는 것. 또 자신과 부인의 자녀들이 주말에 손자녀들을 데리고 자주 들리는 바람에 집안에 늘 활기와 온기가 넘친다고 자랑했다.

성생활도 재혼 생활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점이다. 홀로 지내는 기간동안 괴로웠던 것 중의 하나도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문제였다. 김씨는 “결혼을 약속하고 처음 모텔에 들어갔을 때는 실패하고 말았다”며 웃었다. 서두르다 보니 안되더라는 것. 두 번째에는 비아그라 신세를 졌다. 아직 자녀들에게 알리기도 전에 둘이서 강원도 속초에 여행을 갔을 때였다. 이번에는 100밀리그램 짜리를 통째로 삼키는 바람에 이틀 동안 6번씩이나 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성생활을 즐긴다고 자랑했다. “우리 부부가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는 지는 오직 하늘과 땅만이 안다”는 그의 말에는 황혼 재혼이후 몸과 마음의 건강은 물론이고 생활의 활기와 즐거움을 되찾은 데에 대한 만족감이 듬뿍 묻어나오고 있었다.

김씨는 “황혼재혼은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자 기회”라며 “따라서 너무 이해관계를 따지고 들면 성공하기 어렵고 다소 손해 보는 기분이 들더라도 사람 자체만을 보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2

이수영씨(70·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경우는 여건상 재혼이나 동거를 할 처지는 못되지만 이성교제를 통해 생활에 활기를 찾고 있는 경우다. 중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55세에 은퇴한 이씨는 10년 전에 부인과 사별하고 지금은 큰 아들(50)의 집에서 아들 부부와 손자녀와 같이 살고 있다.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 얼굴에 주름살도 별로 없는 이씨는 스스로도 건강만은 자신 있다고 말할 정도. 따라서 이성에 대한 관심이나 몸과 마음의 허전함은 젊은이들 못지않았다.

이씨가 지금 사귀고 있는 여성을 만난 것은 올해 초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주선한 황혼미팅을 통해서였다. 상대는 67세의 전업주부 출신 외짝 할머니. 5년전 남편과 사별한 이 여성은 현재 출가한 딸이 맡겨놓은 외손자를 돌보며 혼자 살고 있다.

이들은 첫 미팅에서부터 서로 끌렸다. 상대가 “매우 우아하고 폼도 좋다”고 소개한 이씨는 같이 있을 때는 마치 부부인 것처럼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들 황혼 커플은 1,2주일에 한번씩 만난다. 주로 오후에 만나 데이트를 하다 저녁을 먹고 헤어진다. 데이트 비용은 1회에 2~3만원 정도.

데이트 코스는 남산 덕수궁 북한산 도봉산 남한산성 등 다양하다. 주로 서울 시청 뒤 소공원에서 만날 때가 많다. 화제는 자녀 이야기에서부터 시 소설 문학 이야기 등 다양하다. 이씨는 달밤에 대학 캠퍼스를 걸으며 고즈넉한 밤 풍경에 감동하는 상대의 형태가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서로 젠체하고 과시하려는 측면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오래 사귀어 왔던 이성친구처럼 편안해졌다”는 게 이씨의 말이다.

육체관계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그동안 ‘몇 차례’ 모델 등에 갔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젊은 연인들과는 달리 만날 때마다 육체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같이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하는 것 자체가 마음을 편하게 하고 그러한 상태에 대해 서로 만족해 한다는 것. 또 매일 서로 전화를 통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한다.

그는 서로가 자녀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둘만의 교제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한쪽이 재혼이나 동거를 원하지는 않는지에 대해 그는 “교제는 복잡한 법적, 가족적 문제를 피하면서 정서적인 위안을 얻고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가 현재의 상태에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박스

“이 사업을 하면서 부모를 모시고 있는 아들 딸 들이나 우리 사회가 황혼에 홀로된 분들의 외로움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게 됩니다.”

서울성북노인종합복지관(진각복지재단)의 정희원 사회교육팀장의 말이다.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2003년부터 ‘노인세대의 성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적 접근 프로그램’을 운용해 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성 공개강좌와 성상담 그리고 황혼미팅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팀장은 노인들의 성상담을 통해 의외로 많은 노인들이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으며 성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8월 31일 이 복지관에서 실시한 성 공개강좌에는 150명의 남여 노인들이 참석했다.

또 올해 5월에 실시했던 황혼미팅에는 수십명이 참가신청을 했으며 그중 선발된 15쌍이 미팅에 참가했고 10월 25일로 예정된 미팅에도 벌써부터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재혼정보회사인 ‘행복출발’(02-581-6329)의 오미경 홍보팀장은 현재 이 회사에 등록된 회원숫자는 모두 2만명으로 이중 5% 정도인 1000명이 60세 이상이라고 밝혔다.

또 이 회사가 올해 5월부터 매월 첫째 일요일에 실시하고 있는 황혼세대 말벗찾기미팅에는 매회 1000여명이 신청하고 있다. 참가자격이 60세에서 80세까지로 비회원들에게도 개방하고 있는 이 미팅에는 서울 거주자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거주자들로부터도 참가신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 회사 측은 이중 남녀 50명씩 100명 정도를 선발해 미팅을 진행한다.

오팀장은 “근래 들어서는 특히 여성분들이 많이 외로워하고 이성 교제에 대한 상담을 많이 해온다”고 말했다.

현재 황혼미팅을 정기적으로 주선하는 곳은 서울의 경우 성북(929-7950), 광진(466-6242), 구로노인종합복지관(838-4600) 등이 있으며 이밖에 서울노인복지센터(739-9501), 초원문화교실(3143-7097) 등이 친구 사귀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에는 노인들의 만남의 장으로 사설 성인콜라텍이 성업중이다. 서울시내에만 80여곳이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진 콜라텍은 1~2000원으로 남녀 노인들이 춤을 추고 이성을 사귈 수도 있는 곳이다. 콜라텍은 노인들을 위한 마땅한 교제 공간이 없는 우리사회에서 노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긴 하지만 최상의 문화공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방의 경우는 노인종합복지관 문화관 등에서 친구사귀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정동우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지난 2002년 개봉했던 영화 죽어도 좋아는 각자 배우자를 잃고 홀로사는 73세(일흔 셋 된) 할아버지와 71(세(일흔 하나된) 할머니의 ‘성’문제를 다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인구의 38%인 235만 여명이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습니다.

이들중 상당수가 이성과 성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취재한 동아일보 정동우 사회복지 전문기자로부터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정동우 기자의 기사 전문▼

몇 년전 개봉됐던 영화 ‘죽어도 좋아’는 각자 배우자와 사별하고 홀로 살던 73세 할아버지와 71세 할머니가 우연히 공원에서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고 동거를 하는 내용이다. 이 영화가 화제를 모은 것은 당시만 해도 사회적으로 무관심 영역에 속하던 ‘노인의 성’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에서였다. 통계청의 2005년 11월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13%인 625만4071명에 이르며 이중 38%인 235만여명이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하고 혼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생의 황혼기에 외짝이 된 이들은 허전함을 느끼고 이성에 대해 관심도 많지만 자녀들은 물론이고 사회가 이들의 외로움을 나무 몰라준다고 호소한다.

#1

김우호씨(74·가명·서울 송파구 마천2동)는 지금도 6년 전 아내를 사별하고 혼자 살았던 그 1년간을 잊지 못한다.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부부만 살다 아내가 병으로 먼저 떠나간 것. 5남매의 자녀(1남 4녀)가 있지만 모두 출가한데다 아들은 외국에 거주하고 있어 애당초 자녀들과 같이 살 생각은 하지 않았다.

“병자일망정 집에 사람이 있을 때는 그렇게 허전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어두워진 뒤에 컴컴한 집에 들어가기는 정말 싫었습니다.”

대화 상대가 없는 집에서 혼자서 밥을 해먹고 밤을 보내는 게 괴로웠다. 딸과 사위들이 주말에는 오지만 그것도 한순간이고 그들이 가고나면 외로움은 더욱 커졌다. 평생을 중하위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61세에 은퇴한 그는 재산으로 현재 살고 있는 4층짜리 상가주택과 다소간의 저축이 있었으며 100만원의 연금과 가게 임대료 90만원등 매월 190만원의 고정수입이 있어 생활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그는 재혼을 결심하고 상대의 기준을 ‘가난하고 고생 많이 한 시골 여성’으로 정했다. 그렇게 해서 친지의 소개로 만난 사람과 지금 6년째 같이 살고 있다. 재혼 당시 그의 나이는 68세이고 상대는 59세였다. 새 부인은 27년 전 남편을 사별하고 혼자서 2남 3녀의 자녀들을 키워 출가시킨 후 혼자 살고 있었다.

몇 차례의 만남이 있은 후 여생을 같이 보내자는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걸림돌도 적지 않았다. 양측이 모두 5남매의 자녀들을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녀들의 동의 여부도 문제이고 혼인신고를 하고 호적을 옮겨올 경우 양쪽 자녀들의 법적 관계와 향후 유산 배분 등도 문제였다. 그래서 결혼은 하되 혼인신고는 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했다.

김씨는 부인 쪽 친정식구들과 자녀들 그리고 자신의 자녀들을 차례로 한자리에 모아놓고 재혼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유산으로 주고 자신이 갖고 있는 현금과 앞으로 모을 저축은 모두 새 부인 앞으로 해주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각각 외짝 부모의 어려움을 알고 있던 자녀들이 양해하는 쪽이었다.

김씨는 자녀들의 동의에 대해 “재혼의사를 가족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밝혀 기정사실화 한 점과 법적 부담이 없는 동거형태의 결혼인 점 그리고 향후의 재산문제를 미리 정리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자신의 월 수입 중 매달 30만원씩을 부인 앞으로 정기적금하고 있다.

재혼이후의 삶에 대해 김씨는 “매끼 따뜻한 밥을 먹으니 몸이 무척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재혼 후 신수가 훤해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것. 그는 매일 부부가 손잡고 인근 성내천을 산책하고 자주 여행도 다닌다고 소개했다. 새 부인이 김치와 반찬도 자주 만들어 자녀들에게 보내주는 바람에 자녀들도 좋아한다는 것. 또 자신과 부인의 자녀들이 주말에 손자녀들을 데리고 자주 들리는 바람에 집안에 늘 활기와 온기가 넘친다고 자랑했다.

성생활도 재혼 생활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점이다. 홀로 지내는 기간동안 괴로웠던 것 중의 하나도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문제였다. 김씨는 “결혼을 약속하고 처음 모텔에 들어갔을 때는 실패하고 말았다”며 웃었다. 서두르다 보니 안되더라는 것. 두 번째에는 비아그라 신세를 졌다. 아직 자녀들에게 알리기도 전에 둘이서 강원도 속초에 여행을 갔을 때였다. 이번에는 100밀리그램 짜리를 통째로 삼키는 바람에 이틀 동안 6번씩이나 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성생활을 즐긴다고 자랑했다. “우리 부부가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는 지는 오직 하늘과 땅만이 안다”는 그의 말에는 황혼 재혼이후 몸과 마음의 건강은 물론이고 생활의 활기와 즐거움을 되찾은 데에 대한 만족감이 듬뿍 묻어나오고 있었다.

김씨는 “황혼재혼은 인생의 마지막 도전이자 기회”라며 “따라서 너무 이해관계를 따지고 들면 성공하기 어렵고 다소 손해 보는 기분이 들더라도 사람 자체만을 보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2

이수영씨(70·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경우는 여건상 재혼이나 동거를 할 처지는 못되지만 이성교제를 통해 생활에 활기를 찾고 있는 경우다. 중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55세에 은퇴한 이씨는 10년 전에 부인과 사별하고 지금은 큰 아들(50)의 집에서 아들 부부와 손자녀와 같이 살고 있다.

나이는 들었지만 아직 얼굴에 주름살도 별로 없는 이씨는 스스로도 건강만은 자신 있다고 말할 정도. 따라서 이성에 대한 관심이나 몸과 마음의 허전함은 젊은이들 못지않았다.

이씨가 지금 사귀고 있는 여성을 만난 것은 올해 초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주선한 황혼미팅을 통해서였다. 상대는 67세의 전업주부 출신 외짝 할머니. 5년전 남편과 사별한 이 여성은 현재 출가한 딸이 맡겨놓은 외손자를 돌보며 혼자 살고 있다.

이들은 첫 미팅에서부터 서로 끌렸다. 상대가 “매우 우아하고 폼도 좋다”고 소개한 이씨는 같이 있을 때는 마치 부부인 것처럼 편안하다고 말했다. 이들 황혼 커플은 1,2주일에 한번씩 만난다. 주로 오후에 만나 데이트를 하다 저녁을 먹고 헤어진다. 데이트 비용은 1회에 2~3만원 정도.

데이트 코스는 남산 덕수궁 북한산 도봉산 남한산성 등 다양하다. 주로 서울 시청 뒤 소공원에서 만날 때가 많다. 화제는 자녀 이야기에서부터 시 소설 문학 이야기 등 다양하다. 이씨는 달밤에 대학 캠퍼스를 걸으며 고즈넉한 밤 풍경에 감동하는 상대의 형태가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서로 젠체하고 과시하려는 측면도 있었지만 나중에는 오래 사귀어 왔던 이성친구처럼 편안해졌다”는 게 이씨의 말이다.

육체관계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그동안 ‘몇 차례’ 모델 등에 갔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젊은 연인들과는 달리 만날 때마다 육체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같이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하는 것 자체가 마음을 편하게 하고 그러한 상태에 대해 서로 만족해 한다는 것. 또 매일 서로 전화를 통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한다.

그는 서로가 자녀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둘만의 교제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한쪽이 재혼이나 동거를 원하지는 않는지에 대해 그는 “교제는 복잡한 법적, 가족적 문제를 피하면서 정서적인 위안을 얻고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가 현재의 상태에 만족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박스

“이 사업을 하면서 부모를 모시고 있는 아들 딸 들이나 우리 사회가 황혼에 홀로된 분들의 외로움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게 됩니다.”

서울성북노인종합복지관(진각복지재단)의 정희원 사회교육팀장의 말이다.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2003년부터 ‘노인세대의 성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적 접근 프로그램’을 운용해 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성 공개강좌와 성상담 그리고 황혼미팅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팀장은 노인들의 성상담을 통해 의외로 많은 노인들이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으며 성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8월 31일 이 복지관에서 실시한 성 공개강좌에는 150명의 남여 노인들이 참석했다.

또 올해 5월에 실시했던 황혼미팅에는 수십명이 참가신청을 했으며 그중 선발된 15쌍이 미팅에 참가했고 10월 25일로 예정된 미팅에도 벌써부터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재혼정보회사인 ‘행복출발’(02-581-6329)의 오미경 홍보팀장은 현재 이 회사에 등록된 회원숫자는 모두 2만명으로 이중 5% 정도인 1000명이 60세 이상이라고 밝혔다.

또 이 회사가 올해 5월부터 매월 첫째 일요일에 실시하고 있는 황혼세대 말벗찾기미팅에는 매회 1000여명이 신청하고 있다. 참가자격이 60세에서 80세까지로 비회원들에게도 개방하고 있는 이 미팅에는 서울 거주자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거주자들로부터도 참가신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 회사 측은 이중 남녀 50명씩 100명 정도를 선발해 미팅을 진행한다.

오팀장은 “근래 들어서는 특히 여성분들이 많이 외로워하고 이성 교제에 대한 상담을 많이 해온다”고 말했다.

현재 황혼미팅을 정기적으로 주선하는 곳은 서울의 경우 성북(929-7950), 광진(466-6242), 구로노인종합복지관(838-4600) 등이 있으며 이밖에 서울노인복지센터(739-9501), 초원문화교실(3143-7097) 등이 친구 사귀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에는 노인들의 만남의 장으로 사설 성인콜라텍이 성업중이다. 서울시내에만 80여곳이 영업 중인 것으로 알려진 콜라텍은 1~2000원으로 남녀 노인들이 춤을 추고 이성을 사귈 수도 있는 곳이다. 콜라텍은 노인들을 위한 마땅한 교제 공간이 없는 우리사회에서 노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긴 하지만 최상의 문화공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방의 경우는 노인종합복지관 문화관 등에서 친구사귀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정동우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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