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회랑’ 용산서 거닐다

등록 2006.10.30.
‘루브르’를 한국에서 만난다.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20주년을 맞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루브르박물관: 16∼19세기 서양 회화 속의 풍경’이 열리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의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어 한국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다. 전시를 주관한 지엔씨미디어 강이석 전시현장운영팀장은 “24일 개관한 뒤 3일간 2500명이 관람했으며 매일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27일 오후 2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장. 부셰의 ‘목욕하고 나오는 다이애나’, 들라크루아의 ‘격노한 메데이아’, 밀레의 ‘건초를 묶는 사람들’, 레이놀즈의 ‘헤어 도련님’, 고야의 ‘발트슈타인 부인의 초상’, 코로의 ‘티볼리의 빌라데스테의 정원’, 앵그르의 ‘안젤리카를 구하는 로제’, 제라르의 ‘프시케와 에로스’ 등 거장 51명의 작품 70점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200여 명의 관람객도 국내 최초의 루브르박물관 소장품 전시를 인식한 듯 구석구석 작품을 관찰한다.

제1전시장에서 관람객의 발길을 잡는 작품은 제라르의 ‘프시케와 에로스’. 사랑을 장난으로 여기는 에로스가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비너스의 미움을 산 프시케의 이마에 키스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대학생 엄주연(21) 씨는 “실물을 보니 색감 구성이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전주의 화가 앵그르의 ‘안젤리카를 구하는 로제’는 날개 달린 말을 탄 기사 로제가 괴물을 퇴치하고 안젤리카 공주를 구출하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 안젤리카 공주 나신의 비례와 곡선에서 나오는 관능미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옆에는 19세기 초 낭만주의 작가 들라크루아의 ‘격노한 메데이아’가 걸려 있다. 남편의 외도를 복수하기 위해 자식을 죽인 신화 속 팜 파탈 ‘메데이아’가 긴장감을 준다.

제2전시장에서는 로코코 미술의 대가 부셰의 ‘목욕하고 나오는 다이애나’가 가장 눈길을 끈다. ‘미톨로지 갈랑트(사랑의 신화)의 화가’라고 불리는 부셰는 에로틱하고 감상적인 여인이나 연인을 다뤘다. 이 그림은 사냥의 여신 다이애나가 목욕을 끝낸 뒤 휴식을 취하는 모습과 요정이 그녀의 발끝을 보며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낭만주의의 물꼬를 튼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습작)은 1816년 메두사호가 난파된 뒤 뗏목 위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의 처절함이 유채 속에 그대로 묻어난다.

전시를 마친 관람객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미술 치료를 전공한 박재현(39) 씨는 “400년간의 작품이지만 테마별 흐름이 이질감 없이 부드럽게 전개되고, 전체적인 동선과 공간 활용이 적절하다”며 “하지만 조명의 경우 멀리서와 가까이서 볼 때 차이가 극명해 그림들의 아름다움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지은(30) 씨는 “실물이 주는 아우라가 대단하나 실제 루브르박물관에 비해 작품이 너무 적고 그림도 일렬로 붙여 성의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18일까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료는 1만 원(성인), 8000원(청소년), 6000원(어린이). 02-2077-9000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루브르’를 한국에서 만난다.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20주년을 맞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루브르박물관: 16∼19세기 서양 회화 속의 풍경’이 열리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거장들의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어 한국 애호가들의 관심이 높다. 전시를 주관한 지엔씨미디어 강이석 전시현장운영팀장은 “24일 개관한 뒤 3일간 2500명이 관람했으며 매일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27일 오후 2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장. 부셰의 ‘목욕하고 나오는 다이애나’, 들라크루아의 ‘격노한 메데이아’, 밀레의 ‘건초를 묶는 사람들’, 레이놀즈의 ‘헤어 도련님’, 고야의 ‘발트슈타인 부인의 초상’, 코로의 ‘티볼리의 빌라데스테의 정원’, 앵그르의 ‘안젤리카를 구하는 로제’, 제라르의 ‘프시케와 에로스’ 등 거장 51명의 작품 70점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200여 명의 관람객도 국내 최초의 루브르박물관 소장품 전시를 인식한 듯 구석구석 작품을 관찰한다.

제1전시장에서 관람객의 발길을 잡는 작품은 제라르의 ‘프시케와 에로스’. 사랑을 장난으로 여기는 에로스가 아름다운 외모 때문에 비너스의 미움을 산 프시케의 이마에 키스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대학생 엄주연(21) 씨는 “실물을 보니 색감 구성이 더 낭만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전주의 화가 앵그르의 ‘안젤리카를 구하는 로제’는 날개 달린 말을 탄 기사 로제가 괴물을 퇴치하고 안젤리카 공주를 구출하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 안젤리카 공주 나신의 비례와 곡선에서 나오는 관능미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옆에는 19세기 초 낭만주의 작가 들라크루아의 ‘격노한 메데이아’가 걸려 있다. 남편의 외도를 복수하기 위해 자식을 죽인 신화 속 팜 파탈 ‘메데이아’가 긴장감을 준다.

제2전시장에서는 로코코 미술의 대가 부셰의 ‘목욕하고 나오는 다이애나’가 가장 눈길을 끈다. ‘미톨로지 갈랑트(사랑의 신화)의 화가’라고 불리는 부셰는 에로틱하고 감상적인 여인이나 연인을 다뤘다. 이 그림은 사냥의 여신 다이애나가 목욕을 끝낸 뒤 휴식을 취하는 모습과 요정이 그녀의 발끝을 보며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낭만주의의 물꼬를 튼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습작)은 1816년 메두사호가 난파된 뒤 뗏목 위에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의 처절함이 유채 속에 그대로 묻어난다.

전시를 마친 관람객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미술 치료를 전공한 박재현(39) 씨는 “400년간의 작품이지만 테마별 흐름이 이질감 없이 부드럽게 전개되고, 전체적인 동선과 공간 활용이 적절하다”며 “하지만 조명의 경우 멀리서와 가까이서 볼 때 차이가 극명해 그림들의 아름다움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지은(30) 씨는 “실물이 주는 아우라가 대단하나 실제 루브르박물관에 비해 작품이 너무 적고 그림도 일렬로 붙여 성의없어 보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18일까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료는 1만 원(성인), 8000원(청소년), 6000원(어린이). 02-2077-9000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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