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나를 비우고 믿음을 채우다

등록 2006.11.02.
《골짜기 예배당 옆 정원에는‘미로(labyrinth)’가 있었다.

둘레가 어른 걸음으로 66보의 원형미로다.

미로의 입구에 들어선다.

중심으로 다가갈 듯…하지만 멀어진다. 멀어질 듯…중심에 접근한다.

한참 돌아 도착한 미로의 중앙에는‘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복음 14장 6절)는 성경 구절이 새겨진 석판이 있다.》

미로는 ‘거룩한 땅으로 가는 순례’를 상징한다. 1200년경 프랑스 샤트레스 성당의 미로에서 유래했지만 실제로는 4000년의 역사를 가진 ‘구도(求道) 의식’이다.

인생은 순례길이고, 미로다. 인간은 어두컴컴한 동굴 속을 헤매며 진리를 갈구하지만 보이는 것, 쥘 수 있는 것에 눈을 빼앗겨 내면의 등불을 발견하지 못한다.

경기 양평군 강상면 송학리 시골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니 야트막한 야산을 배경으로 모새골(모두가 새로워지는 골짜기·www.mosegol.org)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널찍하게 창을 내고 원래 야산을 최대한 보존한 친자연적 건축물들이다.

모새골은 기독교 영성공동체다. 기독교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도원도 수양관도 아니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기 위해 자신을 비우는 훈련을 하는 곳이다. 훈련의 내용은 ‘자기를 비우는, 남을 섬기는, 단순한 삶을 사는, 이웃을 사랑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기도소리도 찬양소리도 단식도 없다. 그저 묵상과 노동, 글 읽기만이 있을 뿐이다.

이곳의 설립자는 임영수(66) 목사다. 그는 수십 년의 목회 생활 동안 많은 것을 채웠다. 평강교회 남대문교회 영락교회 주님의교회…. 하지만 그는 비웠다. 10여 년 담임목사로 재직한 영락교회를 홀연히 떠났고, 주님의교회를 갱신한 뒤 모새골로 들어왔다.

“모새골은 요한계시록 21장 5절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라는 구절을 모태로 합니다. 이 세상은 하나님이 극진히 가꾸시는 정원입니다. 정원을 관리하는 인간을 영적으로 소생시켜 자신을 비우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게 하는 것이 모새골 설립 이유입니다.”

모새골에는 임 목사 부부를 비롯해 3명의 목사 및 가족, 4명의 펠로 전도사 등 12명이 살고 있다. 주일에는 아세아연합신학대 교회를 빌려서 예배한다. 300여 명의 공동체 가족이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서 찾아온다. 이들은 대부분 모새골의 자원봉사자이기도 하다.

모새골 설립도 후원자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했다. 임 목사가 공동체 회원들에게는 헌금을 언급한 적도 없다고 한다.

매주 모새골에서 ‘피정’을 원하는 외부의 목사나 신도들이 1박 2일간 공동생활을 한다. 하지만 정원은 40명이다. 이들의 일과는 단순하다. 새벽에 묵상하고, 노동하고, 점심 묵상하고, 독서하고, 강의 듣고…. 모든 일상이 내면세계에 속한 영성의 치유와 하나님과의 관계 복원에 맞춰진다.

모새골은 개신교의 수도원과 같다. ‘피정’이라는 용어나 ‘미로 순례’ 의식은 가톨릭에서 유래했다. 임 목사는 종교개혁이 가톨릭의 모든 것을 부정하면서 초대교회부터 면면히 내려온 좋은 전통을 개신교가 상속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선승(禪僧)인 듯, 수도사인 듯 임 목사의 목소리에는 고요한 울림이 있다. “대형화하는 등 외적 성장에 치중하면서 교회가 자기 정체성을 잃고 교회에 나가도 공허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본질적인 것, 궁극적 실체, 내면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지요.”

임 목사는 ‘조용한 개혁가’다. 반대해서, 목소리를 내 조류를 바꾸기보다 몇 사람의 조용한 실천으로 파장을 일으켜 물꼬를 돌리길 원한다. 어쩌면 하나의 실험이다. 다만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실험이다. 처음부터 빈손이었고, 지금도 빈손이기에….

양평=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골짜기 예배당 옆 정원에는‘미로(labyrinth)’가 있었다.

둘레가 어른 걸음으로 66보의 원형미로다.

미로의 입구에 들어선다.

중심으로 다가갈 듯…하지만 멀어진다. 멀어질 듯…중심에 접근한다.

한참 돌아 도착한 미로의 중앙에는‘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복음 14장 6절)는 성경 구절이 새겨진 석판이 있다.》

미로는 ‘거룩한 땅으로 가는 순례’를 상징한다. 1200년경 프랑스 샤트레스 성당의 미로에서 유래했지만 실제로는 4000년의 역사를 가진 ‘구도(求道) 의식’이다.

인생은 순례길이고, 미로다. 인간은 어두컴컴한 동굴 속을 헤매며 진리를 갈구하지만 보이는 것, 쥘 수 있는 것에 눈을 빼앗겨 내면의 등불을 발견하지 못한다.

경기 양평군 강상면 송학리 시골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니 야트막한 야산을 배경으로 모새골(모두가 새로워지는 골짜기·www.mosegol.org)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널찍하게 창을 내고 원래 야산을 최대한 보존한 친자연적 건축물들이다.

모새골은 기독교 영성공동체다. 기독교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도원도 수양관도 아니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기 위해 자신을 비우는 훈련을 하는 곳이다. 훈련의 내용은 ‘자기를 비우는, 남을 섬기는, 단순한 삶을 사는, 이웃을 사랑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기도소리도 찬양소리도 단식도 없다. 그저 묵상과 노동, 글 읽기만이 있을 뿐이다.

이곳의 설립자는 임영수(66) 목사다. 그는 수십 년의 목회 생활 동안 많은 것을 채웠다. 평강교회 남대문교회 영락교회 주님의교회…. 하지만 그는 비웠다. 10여 년 담임목사로 재직한 영락교회를 홀연히 떠났고, 주님의교회를 갱신한 뒤 모새골로 들어왔다.

“모새골은 요한계시록 21장 5절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라는 구절을 모태로 합니다. 이 세상은 하나님이 극진히 가꾸시는 정원입니다. 정원을 관리하는 인간을 영적으로 소생시켜 자신을 비우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게 하는 것이 모새골 설립 이유입니다.”

모새골에는 임 목사 부부를 비롯해 3명의 목사 및 가족, 4명의 펠로 전도사 등 12명이 살고 있다. 주일에는 아세아연합신학대 교회를 빌려서 예배한다. 300여 명의 공동체 가족이 서울 인천 등 수도권에서 찾아온다. 이들은 대부분 모새골의 자원봉사자이기도 하다.

모새골 설립도 후원자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했다. 임 목사가 공동체 회원들에게는 헌금을 언급한 적도 없다고 한다.

매주 모새골에서 ‘피정’을 원하는 외부의 목사나 신도들이 1박 2일간 공동생활을 한다. 하지만 정원은 40명이다. 이들의 일과는 단순하다. 새벽에 묵상하고, 노동하고, 점심 묵상하고, 독서하고, 강의 듣고…. 모든 일상이 내면세계에 속한 영성의 치유와 하나님과의 관계 복원에 맞춰진다.

모새골은 개신교의 수도원과 같다. ‘피정’이라는 용어나 ‘미로 순례’ 의식은 가톨릭에서 유래했다. 임 목사는 종교개혁이 가톨릭의 모든 것을 부정하면서 초대교회부터 면면히 내려온 좋은 전통을 개신교가 상속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선승(禪僧)인 듯, 수도사인 듯 임 목사의 목소리에는 고요한 울림이 있다. “대형화하는 등 외적 성장에 치중하면서 교회가 자기 정체성을 잃고 교회에 나가도 공허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본질적인 것, 궁극적 실체, 내면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지요.”

임 목사는 ‘조용한 개혁가’다. 반대해서, 목소리를 내 조류를 바꾸기보다 몇 사람의 조용한 실천으로 파장을 일으켜 물꼬를 돌리길 원한다. 어쩌면 하나의 실험이다. 다만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실험이다. 처음부터 빈손이었고, 지금도 빈손이기에….

양평=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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