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청 큰 인권’만 인권인가

등록 2006.11.03.
안경환 서울대 법대 교수가 국가인권위원회 새 위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지난 달 30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그는 “인권의 기치를 드높이면서도 국가와 사회의 보편적 관념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안 위원장의 이 발언이 유독 관심을 끄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권위가 ‘국가와 사회의 보편적 관념’을 경시한 면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권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2001년 탄생했습니다. ‘학교에서 남학생들한테 여학생보다 앞 번호를 주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결정할 만큼 세세한 문제까지 신경을 써왔습니다.

문제는 인권위가 목청 큰 소수의 인권에만 신경 쓰느라 조용하고 선량한 다수의 인권은 외면했다는 점입니다. 올해 초 국가보안법 폐지와 공무원·교사의 정치참여 확대를 권고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 대표적입니다.

만일 그때 인권위 권고대로 국가보안법이 폐지됐다면 지금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간첩 수사는 아예 시작도 못했을 것입니다. 안 그래도 정치에 정신 팔려 있는 공무원과 교사들 때문에 국민은 제대로 된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학생들은 질 높은 수업을 받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북한에 살고 있는 2300만 명의 인권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두 달 전 북한인권단체들이 북한에서 공개 처형 당하게 된 북한 주민을 구해달라고 진정했는데 인권위는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각하결정을 내렸습니다.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인권위가 못한다는 일에 대한변호사협회가 나서서 지난달 ‘북한인권 백서’를 펴냈습니다. 내용은 가슴이 미어질 만큼 참혹합니다.

안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 달 30일 미국 뉴욕타임스에는 세계가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1990년대 북한에 기근이 들었을 때 북한정권은 제 백성 1백만 명, 어쩌면 그 이상이 굶어 죽도록 내버려 뒀다. 식량을 사는 데 써야 할 돈을 군(軍)과 핵개발에 썼기 때문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1986년)를 포함한 세 사람이 북한 인권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기고한 내용입니다. 지금도 정치범 수용소에는 20만 명이 갇혀 있고, 이미 40만 명이 죽어나갔습니다. 같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2000년)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보다 이틀 앞서 “남북관계를 개선한 덕에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 해도) 안심하고 사는 세상 만들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대체 누가 안심하고 살고 있다는 건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권위 안 위원장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인권의 세계 보편성 차원에서 이제는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됐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을 말할 때 김정일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들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폭탄을 휘두르는 소수의 김정일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언제까지나 2300만 북한 사람들의 인권을 외면해선 안 될 것입니다. 자칫하다가는 우리 국민 모두가 김정일 정권의 ‘인질’이 돼서 인권을 위협당할지도 모릅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안경환 서울대 법대 교수가 국가인권위원회 새 위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지난 달 30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그는 “인권의 기치를 드높이면서도 국가와 사회의 보편적 관념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안 위원장의 이 발언이 유독 관심을 끄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권위가 ‘국가와 사회의 보편적 관념’을 경시한 면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권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라 2001년 탄생했습니다. ‘학교에서 남학생들한테 여학생보다 앞 번호를 주는 것은 성차별’이라고 결정할 만큼 세세한 문제까지 신경을 써왔습니다.

문제는 인권위가 목청 큰 소수의 인권에만 신경 쓰느라 조용하고 선량한 다수의 인권은 외면했다는 점입니다. 올해 초 국가보안법 폐지와 공무원·교사의 정치참여 확대를 권고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이 대표적입니다.

만일 그때 인권위 권고대로 국가보안법이 폐지됐다면 지금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간첩 수사는 아예 시작도 못했을 것입니다. 안 그래도 정치에 정신 팔려 있는 공무원과 교사들 때문에 국민은 제대로 된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학생들은 질 높은 수업을 받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북한에 살고 있는 2300만 명의 인권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두 달 전 북한인권단체들이 북한에서 공개 처형 당하게 된 북한 주민을 구해달라고 진정했는데 인권위는 조사가 불가능하다며 각하결정을 내렸습니다.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인권위가 못한다는 일에 대한변호사협회가 나서서 지난달 ‘북한인권 백서’를 펴냈습니다. 내용은 가슴이 미어질 만큼 참혹합니다.

안 위원장이 취임한 지난 달 30일 미국 뉴욕타임스에는 세계가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1990년대 북한에 기근이 들었을 때 북한정권은 제 백성 1백만 명, 어쩌면 그 이상이 굶어 죽도록 내버려 뒀다. 식량을 사는 데 써야 할 돈을 군(軍)과 핵개발에 썼기 때문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1986년)를 포함한 세 사람이 북한 인권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기고한 내용입니다. 지금도 정치범 수용소에는 20만 명이 갇혀 있고, 이미 40만 명이 죽어나갔습니다. 같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2000년)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보다 이틀 앞서 “남북관계를 개선한 덕에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 해도) 안심하고 사는 세상 만들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대체 누가 안심하고 살고 있다는 건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권위 안 위원장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인권의 세계 보편성 차원에서 이제는 이야기할 수 있는 때가 됐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북한을 말할 때 김정일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들을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폭탄을 휘두르는 소수의 김정일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언제까지나 2300만 북한 사람들의 인권을 외면해선 안 될 것입니다. 자칫하다가는 우리 국민 모두가 김정일 정권의 ‘인질’이 돼서 인권을 위협당할지도 모릅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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