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코드’ 안 바뀌는 데 사람만 바꾸면 뭐하나

등록 2006.11.15.
‘부동산 광풍’을 불러온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이백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정문수 경제보좌관 등 이른바 ‘부동산 3인방’이 어제 사임의사를 밝혔습니다. 각료들에 대한 문책여론이 나올 때 마다 버티기로 일관해온 노무현 대통령도 ‘민란(民亂) 직전의 상황’으로 불릴 만큼 성난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오늘 현 정부 들어 9번째 발표된 부동산대책에도 시장에서 요구해온 공급확대방안이 상당부분 포함됐습니다. 미흡하기는 하지만 시장을 적(敵)으로 돌리는 규제일변도의 정책에서 방향전환을 하려는 흔적이 엿보입니다.

그러나 경제의 절반은 심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책의 내용 못지않게 신뢰가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정책의 정상화는 이를 진두지휘해온 노 대통령의 ‘코드’가 먼저 바뀌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중에서는 청와대가 그제 “부동산 정책을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는데 변함없다”고 밝힌 데 대해 “결국 정책전환을 하려는 시늉만 보이다 말 것”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부동산 문제를 ‘평등과 분배’의 시각에서 정치사회적 문제로 접근해 왔습니다. 2004년 8월에는 “매일 강남 사람들과 아침 점심 먹고 차마시면서 나온 정책으로는 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강남주적론’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 마다 전국의 집값과 땅값이 춤을 추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시장과 돈의 흐름을 무시한 채 우격다짐식 대책을 내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발붐을 일으켜 토지보상금으로 50조원이나 풀리는 상호모순된 정책으로 상승효과가 빚어졌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 있는 정부 부처나 공사에서 근무하는 1급 이상 재산공개 대상자의 67%가 이른바 ‘버블 세븐’지역에 살고 있다는 역설적 상황까지 빚고 있습니다. 이백만 홍보수석이 강남 아파트를 갈아타 십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거나 이병완 비서실장이 바로 10.29대책 발표를 전후해 대형아파트를 산 것 등은 바로 노 대통령의 ‘발밑’에서 조차 정책의 설득력이 먹혀들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 아닐까요.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집값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 말만 믿고 집 팔았다가 패가망신했다. 죽고싶은 심정이다”는 등의 메일이 수 백 통이나 쇄도한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땜질인사나 수습책으로 상황을 모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최소한 대통령 자신이 국민 앞에 나서 그동안의 정책실패를 겸허히 사과하는 것이 도리일 것입니다. 정책노선의 변화를 할 생각이라면 그 뒤가 돼야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최근의 부동산 광풍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부동산 광풍’을 불러온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 이백만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정문수 경제보좌관 등 이른바 ‘부동산 3인방’이 어제 사임의사를 밝혔습니다. 각료들에 대한 문책여론이 나올 때 마다 버티기로 일관해온 노무현 대통령도 ‘민란(民亂) 직전의 상황’으로 불릴 만큼 성난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오늘 현 정부 들어 9번째 발표된 부동산대책에도 시장에서 요구해온 공급확대방안이 상당부분 포함됐습니다. 미흡하기는 하지만 시장을 적(敵)으로 돌리는 규제일변도의 정책에서 방향전환을 하려는 흔적이 엿보입니다.

그러나 경제의 절반은 심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책의 내용 못지않게 신뢰가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정책의 정상화는 이를 진두지휘해온 노 대통령의 ‘코드’가 먼저 바뀌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시중에서는 청와대가 그제 “부동산 정책을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는데 변함없다”고 밝힌 데 대해 “결국 정책전환을 하려는 시늉만 보이다 말 것”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부동산 문제를 ‘평등과 분배’의 시각에서 정치사회적 문제로 접근해 왔습니다. 2004년 8월에는 “매일 강남 사람들과 아침 점심 먹고 차마시면서 나온 정책으로는 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강남주적론’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 마다 전국의 집값과 땅값이 춤을 추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시장과 돈의 흐름을 무시한 채 우격다짐식 대책을 내놓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발붐을 일으켜 토지보상금으로 50조원이나 풀리는 상호모순된 정책으로 상승효과가 빚어졌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 있는 정부 부처나 공사에서 근무하는 1급 이상 재산공개 대상자의 67%가 이른바 ‘버블 세븐’지역에 살고 있다는 역설적 상황까지 빚고 있습니다. 이백만 홍보수석이 강남 아파트를 갈아타 십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거나 이병완 비서실장이 바로 10.29대책 발표를 전후해 대형아파트를 산 것 등은 바로 노 대통령의 ‘발밑’에서 조차 정책의 설득력이 먹혀들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 아닐까요.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집값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 말만 믿고 집 팔았다가 패가망신했다. 죽고싶은 심정이다”는 등의 메일이 수 백 통이나 쇄도한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땜질인사나 수습책으로 상황을 모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최소한 대통령 자신이 국민 앞에 나서 그동안의 정책실패를 겸허히 사과하는 것이 도리일 것입니다. 정책노선의 변화를 할 생각이라면 그 뒤가 돼야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최근의 부동산 광풍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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