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 한토막 빌린 영화속 영화

등록 2006.11.23.
23일 개봉하는 뮤지컬 영화 ‘삼거리 극장’에는 영화 속의 영화가 있다. 제목도 괴이한 ‘소머리 인간 미노수 대소동’이다.

할머니를 찾아 변두리의 삼거리 극장에 간 소녀 소단. 극장 직원들은 밤이 되면 혼령으로 변한다. 죽지 못해 안달인 사장 우기남과 혼령들, 그리고 사라진 할머니는 ‘소머리…’라는 옛날 영화로 얽혀 있다. 우기남이 만들고 혼령들과 소단의 할머니가 배우로 출연했던 이 영화가 영화 속에서 상영되면서 ‘죽어도 죽지 못했던’ 삼거리 극장 인물들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는 해소된다.

‘삼거리 극장’은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영화다. 일반 관객은 ‘뜨악’할지 모르지만 마니아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특히 ‘소머리…’는 이 영화의 백미. 영화 속 영화의 주인공 미노수는 한자로 ‘米怒獸’. 쌀의 노여움을 타고 태어난 짐승이다. 일제강점기 미치광이 과학자인 표세동 박사가 근대 농업 발전을 위해 인간의 지능에 소의 체력을 가진 생물을 만들려다 거꾸로 소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가진 괴물이 탄생한 것. 나중에 지하 동굴에 갇히지만 사랑하는 처녀 아랫네의 도움으로 탈출한다.

전계수 감독은 “예술가인 우기남이 일제강점기에 무력한 식민지 지식인인 자신에 대한 조롱과 혐오로 탄생시킨 일종의 ‘반 영웅’을 생각했고 그러다가 그리스 신화의 미노타우로스와 연결됐으며 ‘피조물의 비애’라는 점이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미노타우로스는 해신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산 미노스 왕의 왕비가 낳은 소머리 괴물. 미궁에 갇혔다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죽는다. 미노타우로스는 미노수로, 포세이돈은 표세동으로, 테세우스를 돕는 아리아드네는 아랫네로 바뀌었다. 또 영화 전체로 볼 때 소단이 미로 같은 삼거리 극장을 헤매며 할머니를 찾는 행위가 미노수가 지하 동굴에 갇혀 있다 나오는 것과 알레고리를 이루게 하려는 의도였다.

미노수 분장은 ‘모여라 꿈동산’ 수준으로 유치하다. 저예산인 탓도 있지만 미노수가 영화 속에서 1930년대에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것을 감안할 것. 미노수 탈을 쓴 사람은 연극 배우인 양준호 씨다. 탈이 무거운 데다 한 번 쓰면 탈과 피부를 연결하는 털을 붙여야 하기 때문에 음식도 먹을 수 없었다고. 그는 처음엔 빨대로 음료수만 마셨지만 나중엔 빨대에 담배를 끼워 피우기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23일 개봉하는 뮤지컬 영화 ‘삼거리 극장’에는 영화 속의 영화가 있다. 제목도 괴이한 ‘소머리 인간 미노수 대소동’이다.

할머니를 찾아 변두리의 삼거리 극장에 간 소녀 소단. 극장 직원들은 밤이 되면 혼령으로 변한다. 죽지 못해 안달인 사장 우기남과 혼령들, 그리고 사라진 할머니는 ‘소머리…’라는 옛날 영화로 얽혀 있다. 우기남이 만들고 혼령들과 소단의 할머니가 배우로 출연했던 이 영화가 영화 속에서 상영되면서 ‘죽어도 죽지 못했던’ 삼거리 극장 인물들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는 해소된다.

‘삼거리 극장’은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영화다. 일반 관객은 ‘뜨악’할지 모르지만 마니아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특히 ‘소머리…’는 이 영화의 백미. 영화 속 영화의 주인공 미노수는 한자로 ‘米怒獸’. 쌀의 노여움을 타고 태어난 짐승이다. 일제강점기 미치광이 과학자인 표세동 박사가 근대 농업 발전을 위해 인간의 지능에 소의 체력을 가진 생물을 만들려다 거꾸로 소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가진 괴물이 탄생한 것. 나중에 지하 동굴에 갇히지만 사랑하는 처녀 아랫네의 도움으로 탈출한다.

전계수 감독은 “예술가인 우기남이 일제강점기에 무력한 식민지 지식인인 자신에 대한 조롱과 혐오로 탄생시킨 일종의 ‘반 영웅’을 생각했고 그러다가 그리스 신화의 미노타우로스와 연결됐으며 ‘피조물의 비애’라는 점이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미노타우로스는 해신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산 미노스 왕의 왕비가 낳은 소머리 괴물. 미궁에 갇혔다가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죽는다. 미노타우로스는 미노수로, 포세이돈은 표세동으로, 테세우스를 돕는 아리아드네는 아랫네로 바뀌었다. 또 영화 전체로 볼 때 소단이 미로 같은 삼거리 극장을 헤매며 할머니를 찾는 행위가 미노수가 지하 동굴에 갇혀 있다 나오는 것과 알레고리를 이루게 하려는 의도였다.

미노수 분장은 ‘모여라 꿈동산’ 수준으로 유치하다. 저예산인 탓도 있지만 미노수가 영화 속에서 1930년대에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것을 감안할 것. 미노수 탈을 쓴 사람은 연극 배우인 양준호 씨다. 탈이 무거운 데다 한 번 쓰면 탈과 피부를 연결하는 털을 붙여야 하기 때문에 음식도 먹을 수 없었다고. 그는 처음엔 빨대로 음료수만 마셨지만 나중엔 빨대에 담배를 끼워 피우기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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