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 보약보다 다이어트가 급하다

등록 2006.12.04.
보건복지부가 내년에 건강보험료를 6.5% 올린다고 합니다. 작년 인상률인 3.9%의 두 배에 가까운 것입니다. 가뜩이나 종합부동산세다, 뭐다 해서 중과세에 시달리는 국민의 가계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 같습니다.

건강보험은 매년 수입과 지출을 맞춰 당해연도에 보험금을 사용하는 소진성 보험입니다. 보험재정에 적자가 생기면 보험료를 올리고, 재정에 여유가 있으면 지출을 늘리게 됩니다. 따라서 노인인구 증가와 보험적용 질병이 늘어난데 따른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이번 건강보험료 인상만큼은 선심성 급여확대 정책과 계산착오가 불러온 ‘정책의 실패’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질병이 늘어난 데다 담뱃값을 올려 건보재정에 투입하려던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댑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이런 사태를 빚은 원인이 복지부에 있음이 명확해 집니다.

정부는 2001년 의약분업 이후 건보재정이 파탄나자 특별법을 만들어 한해 4조원씩의 세금을 재정에 투입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보험료는 보험료대로 매년 3~8.5%씩 꼬박꼬박 올려왔습니다. 국고를 지원받고 보험료를 올리자 건보재정은 2003년부터 흑자로 돌아섭니다.

그러자 작년 김근태 복지부장관은 대규모 급여확대 정책을 발표합니다. 암 치료비와 병원 식대, 6세 이하 어린이 입원비에서 본인부담금을 감면해준 것이 그것입니다. 그 바람에 2003년 15조원이던 건보 지출은 올해 22조4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복지부의 주먹구구식 행정은 담뱃값 인상을 잘못 예측한데서도 알 수 있습니다. 복지부는 2004년에 이어 올해에도 담뱃값을 500원 인상해 그 재원을 건보재정에 넣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고, 소비자물가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실패합니다. 국회에서도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복지부는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합니다.

그 결과가 바로 예상을 뛰어넘는 보험료 인상입니다. 유시민 복지부장관은 올해 의료급여제도에 대한 국민보고서를 내고 “세금을 의미 없이 지출한데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책임지는 공직자의 자세라는 평가를 받았지요.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보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국민에게 손을 벌리게 되었습니다.

보험혜택 확대는 당장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가계건, 기업경영이건, 나라살림이건 돈 들어올 구멍을 보고 지출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감기 치료에만 연간 2조원이나 쓰면서도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는 건보재정을 건강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건보재정도 군살 빼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보건복지부가 내년에 건강보험료를 6.5% 올린다고 합니다. 작년 인상률인 3.9%의 두 배에 가까운 것입니다. 가뜩이나 종합부동산세다, 뭐다 해서 중과세에 시달리는 국민의 가계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 같습니다.

건강보험은 매년 수입과 지출을 맞춰 당해연도에 보험금을 사용하는 소진성 보험입니다. 보험재정에 적자가 생기면 보험료를 올리고, 재정에 여유가 있으면 지출을 늘리게 됩니다. 따라서 노인인구 증가와 보험적용 질병이 늘어난데 따른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이번 건강보험료 인상만큼은 선심성 급여확대 정책과 계산착오가 불러온 ‘정책의 실패’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질병이 늘어난 데다 담뱃값을 올려 건보재정에 투입하려던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댑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이런 사태를 빚은 원인이 복지부에 있음이 명확해 집니다.

정부는 2001년 의약분업 이후 건보재정이 파탄나자 특별법을 만들어 한해 4조원씩의 세금을 재정에 투입해 왔습니다. 그러면서도 보험료는 보험료대로 매년 3~8.5%씩 꼬박꼬박 올려왔습니다. 국고를 지원받고 보험료를 올리자 건보재정은 2003년부터 흑자로 돌아섭니다.

그러자 작년 김근태 복지부장관은 대규모 급여확대 정책을 발표합니다. 암 치료비와 병원 식대, 6세 이하 어린이 입원비에서 본인부담금을 감면해준 것이 그것입니다. 그 바람에 2003년 15조원이던 건보 지출은 올해 22조4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복지부의 주먹구구식 행정은 담뱃값 인상을 잘못 예측한데서도 알 수 있습니다. 복지부는 2004년에 이어 올해에도 담뱃값을 500원 인상해 그 재원을 건보재정에 넣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고, 소비자물가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실패합니다. 국회에서도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복지부는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합니다.

그 결과가 바로 예상을 뛰어넘는 보험료 인상입니다. 유시민 복지부장관은 올해 의료급여제도에 대한 국민보고서를 내고 “세금을 의미 없이 지출한데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습니다. 책임지는 공직자의 자세라는 평가를 받았지요.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보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국민에게 손을 벌리게 되었습니다.

보험혜택 확대는 당장은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가계건, 기업경영이건, 나라살림이건 돈 들어올 구멍을 보고 지출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감기 치료에만 연간 2조원이나 쓰면서도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는 건보재정을 건강하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건보재정도 군살 빼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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