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서울의 ‘평준화 보완’ 실험

등록 2007.01.03.
2007년은 고교평준화 정책이 도입된 지 34년이 되는 해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0학년도부터 학생이 원하는 고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광역학군제를 도입한다고 지난해 발표했습니다. 학교배정은 추첨으로 결정되지만 학군을 사실상 광역화해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입니다.

시교육청은 아울러 영어 수학 등 특정과목 교육을 중시하는 과목별 특성화고교를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내년까지 영어 수학 제2외국어 예체능 등 4개 분야에서 5개 학교씩 모두 20개 학교를 선정해 특성화학교를 운영한다고 거죠. 이렇게 되면 수학에 재능 있는 학생들은 수학 특성화학교에, 영어를 잘 하는 학생들은 영어 특성화학교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도가 관심을 끄는 것은 평준화라는 현 시스템 아래에서 어떻게든 학교선택권을 넓혀보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준화는 과외와 입시문제와 같은 과열된 교육열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1973년 전격 도입됐습니다. 평준화 도입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고, 또 국민의 교육수준을 단기간 향상시킨 성과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34년이 지난 지금에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제도 도입 당시의 정책목표는 전혀 달성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치열한 입시경쟁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평준화는 일시적으로 상급 학교 입시경쟁을 완화시켰지만 중학교 입시경쟁은 고교로, 고교 입시경쟁은 대학으로 확대 재생산되었습니다.

입시과외와 사교육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GNP대비 과외비 지출규모는 1977년 0.36%에서 2001년에는 2.7%로 늘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 시장 팽창에 따라 학생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이 학부모 소득에 따라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당초 취지와는 달리 교육의 형평성이 훼손되는 이른바 ‘과외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평준화 신화’에 묶여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준화가 무너지면 교육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거죠. 교총이나 전교조의 집단이기주의도 이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자율학교 같은 제도가 몇 안 되는 평준화의 예외일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선택권을 넓히려고 노력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학교선택권이 넓어지면 학교에 경쟁과 자율이 자연스럽게 도입됩니다. 학생으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학교는 노력하게 되고, 교육의 질은 높아집니다. 서울의 평준화 보완 실험이 주목되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2007년은 고교평준화 정책이 도입된 지 34년이 되는 해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0학년도부터 학생이 원하는 고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광역학군제를 도입한다고 지난해 발표했습니다. 학교배정은 추첨으로 결정되지만 학군을 사실상 광역화해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입니다.

시교육청은 아울러 영어 수학 등 특정과목 교육을 중시하는 과목별 특성화고교를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내년까지 영어 수학 제2외국어 예체능 등 4개 분야에서 5개 학교씩 모두 20개 학교를 선정해 특성화학교를 운영한다고 거죠. 이렇게 되면 수학에 재능 있는 학생들은 수학 특성화학교에, 영어를 잘 하는 학생들은 영어 특성화학교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도가 관심을 끄는 것은 평준화라는 현 시스템 아래에서 어떻게든 학교선택권을 넓혀보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준화는 과외와 입시문제와 같은 과열된 교육열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1973년 전격 도입됐습니다. 평준화 도입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고, 또 국민의 교육수준을 단기간 향상시킨 성과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34년이 지난 지금에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제도 도입 당시의 정책목표는 전혀 달성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치열한 입시경쟁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평준화는 일시적으로 상급 학교 입시경쟁을 완화시켰지만 중학교 입시경쟁은 고교로, 고교 입시경쟁은 대학으로 확대 재생산되었습니다.

입시과외와 사교육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GNP대비 과외비 지출규모는 1977년 0.36%에서 2001년에는 2.7%로 늘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 시장 팽창에 따라 학생이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이 학부모 소득에 따라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당초 취지와는 달리 교육의 형평성이 훼손되는 이른바 ‘과외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평준화 신화’에 묶여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평준화가 무너지면 교육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거죠. 교총이나 전교조의 집단이기주의도 이에 가세하고 있습니다.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자율학교 같은 제도가 몇 안 되는 평준화의 예외일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선택권을 넓히려고 노력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학교선택권이 넓어지면 학교에 경쟁과 자율이 자연스럽게 도입됩니다. 학생으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학교는 노력하게 되고, 교육의 질은 높아집니다. 서울의 평준화 보완 실험이 주목되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이상 3분 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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