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이사 점령군’에 학생만 골병

등록 2007.02.16.
어제(15일) 대법원 법정에서는 오랜 대학 분규를 겪은 상지대 사건을 놓고 공개변론이 열렸습니다.

상지대 사건은 1992년 학내 분규 때문에 그 이듬해 정부가 파견했던 임시이사가 2003년에 정식이사를 선임한 것이 과연 정당한가를 가리는 재판입니다.

정부가 사립학교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사학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는지를 가늠할 중요한 재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사학에 진입한 임시이사들이 파견의 이유가 됐던 문제가 사라졌는데도 그대로 눌러앉아서 새로운 갈등을 일으킨다는 점에 있습니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는 정부와 코드가 같은 사람들이 총장과 이사장, 그리고 임시이사를 차지하는 일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학경영의 전문성이 부족한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인사들이 정권의 줄을 타고 임시이사로 들어가서 아예 학교를 차고앉아버리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2005년에 임시이사 체제로 바뀐 세종대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정부에서 임시이사로 파견된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은 학교의 수익사업으로 활용해온 세종호텔 같은 요직에도 추종세력을 앉혀서 적자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임시이사가 대학을 정상화하기는커녕 ‘코드 인사’들한테 철밥통 일자리나 나눠준 형국입니다.

세종대 전 이사장은 몇 가지 고발사건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는데도 서슬 퍼런 임시이사진의 위세 때문에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빚쟁이를 내쫓아 주겠다면서 들어온 해결사가 아예 집주인을 쫓아내고 안방을 차지한 것과 다름없는 꼴입니다.

임시이사들은 설립자 측을 완전히 몰아내고 학교를 가로채기 위해서 노동조합과 학생회를 회유하는 달콤한 혜택을 남발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학교재정은 더 악화되고, 교수와 학생들은 둘로 갈려 싸우고, 연구와 학습이라는 대학 본래의 기능은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임시이사제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더 큰 문제의 시작이라고 하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현 정부가 개정한 사학법은 이런 임시이사의 파견을 더욱 쉽게 바꿔놨습니다.

7월부터는 정부가 어떤 꼬투리든 잡아서 임시이사를 보낸 뒤에 이들에게 정식이사를 뽑게 하면 사학은 사실상 공립학교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학교를 세운 설립자들은 학교라는 사유재산을 정부에 빼앗긴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상황입니다.

전국의 사립학교들이 개정 사학법은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에 호소한 것도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사학은 어떤 분규나 비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엄정하게 학교 운영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분규가 일어난 사학의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지, 이를 구실로 사학 자체를 뺏으려고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이로 인해서 당장 학업에 지장을 받게 되는 학생들이기 때문입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어제(15일) 대법원 법정에서는 오랜 대학 분규를 겪은 상지대 사건을 놓고 공개변론이 열렸습니다.

상지대 사건은 1992년 학내 분규 때문에 그 이듬해 정부가 파견했던 임시이사가 2003년에 정식이사를 선임한 것이 과연 정당한가를 가리는 재판입니다.

정부가 사립학교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사학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는지를 가늠할 중요한 재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사학에 진입한 임시이사들이 파견의 이유가 됐던 문제가 사라졌는데도 그대로 눌러앉아서 새로운 갈등을 일으킨다는 점에 있습니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는 정부와 코드가 같은 사람들이 총장과 이사장, 그리고 임시이사를 차지하는 일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학경영의 전문성이 부족한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인사들이 정권의 줄을 타고 임시이사로 들어가서 아예 학교를 차고앉아버리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2005년에 임시이사 체제로 바뀐 세종대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정부에서 임시이사로 파견된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은 학교의 수익사업으로 활용해온 세종호텔 같은 요직에도 추종세력을 앉혀서 적자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임시이사가 대학을 정상화하기는커녕 ‘코드 인사’들한테 철밥통 일자리나 나눠준 형국입니다.

세종대 전 이사장은 몇 가지 고발사건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는데도 서슬 퍼런 임시이사진의 위세 때문에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빚쟁이를 내쫓아 주겠다면서 들어온 해결사가 아예 집주인을 쫓아내고 안방을 차지한 것과 다름없는 꼴입니다.

임시이사들은 설립자 측을 완전히 몰아내고 학교를 가로채기 위해서 노동조합과 학생회를 회유하는 달콤한 혜택을 남발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학교재정은 더 악화되고, 교수와 학생들은 둘로 갈려 싸우고, 연구와 학습이라는 대학 본래의 기능은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임시이사제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더 큰 문제의 시작이라고 하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현 정부가 개정한 사학법은 이런 임시이사의 파견을 더욱 쉽게 바꿔놨습니다.

7월부터는 정부가 어떤 꼬투리든 잡아서 임시이사를 보낸 뒤에 이들에게 정식이사를 뽑게 하면 사학은 사실상 공립학교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학교를 세운 설립자들은 학교라는 사유재산을 정부에 빼앗긴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상황입니다.

전국의 사립학교들이 개정 사학법은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에 호소한 것도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사학은 어떤 분규나 비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엄정하게 학교 운영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분규가 일어난 사학의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지, 이를 구실로 사학 자체를 뺏으려고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이로 인해서 당장 학업에 지장을 받게 되는 학생들이기 때문입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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