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에 등장한 앨 고어

등록 2007.02.26.
재검표 소동을 벌였던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갈라졌던 두 정치인의 정치역정이 어느 정도는 당초 예측 못한 방향으로 가려진 것 같다.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조지 W 부시(60) 대통령, 그리고 총 득표는 앞섰지만 확보한 선거인단(대의원) 숫자에서 뒤졌던 앨 고어(59) 전 부통령의 이야기다.



2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79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앨 고어는 단상에 두 번 올라섰다. 그가 남우주연상을 탄 배우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은 것은 카메라가 그를 비춘 시간을 따져보면 알 수 있다.



고어 전 부통령이 직접 출연한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은 장편 다큐멘터리 및 주제가 상을 탔다. 이날 시상식장에 타고 온 차도 에탄올을 쓰는 하이브리드 리무진이었다.



그는 이날 옛 우스개 소리가 무상하게 들릴 정도로 여유 있어 보였다. 그동안 워싱턴에서는 "경호원 속에서 부통령을 찾으려면? 표정이 제일 딱딱한 이를 찾으라. 그가 앨 고어"라는 농담이 나돌았다.



퇴임 후 지구온난화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면서 대체연료 개발을 강조해 온 그는 이미 헐리우드의 유명 인사다. 반(反) 부시 감정이 강한 곳일수록 그는 환대를 받는다. 프랑스 의회에서 환경강연을 한 것도 이 때문에 가능했다. 올 11월 말 발표될 노벨평화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될 정도다.



환경운동에 함께 나선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무대에 함께 선 그는 대통령 출마 선언 시늉까지 해 보였다. 디카프리오가 "중대한, 중대한 발표가 있다죠"라고 운을 떼자, 그는 안 주머니에서 발표문처럼 보이는 종이를 꺼내들었다.



"(정치인이 즐겨쓰는 표현대로) 친애하는 미국인 여러분, 오늘 밤 수십억명이 지켜보는 이 자리를 빌어 정식으로 …"



그 순간 `그만 내려오시라`는 뜻의 아카데미 주제가가 연주되면서 그의 말은 잘렸고, 그는 멋쩍게 무대를 떠났다.



잘 짜여진 각본에 따른 것이지만, 이런 농담이 가능한 것은 그가 아직도 2008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유력한 잠재후보이기 때문이다. 본인은 "절대 출마 안한다"고 거듭 밝혀왔지만, 지지자들은 상관없다는 투다.



그가 현직 부통령 때보다 큰 인기를 누린 것은 몇몇 계기가 있다.



그는 2000년 말 "법 결정이 내게 불리하게 적용되더라도 미국식 법치질서의 발전을 위해 내가 승복한다"는 연설을 남기고 떠났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힘의 비결은 그의 연설문에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거듭된 실수가 나오는 과정에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식의 백화점 식 훈수에 집착하지 않았다. 정치적 발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환경 및 대체에너지라는 꿈의 실현에 퇴임 후 값진 시간을 썼다.



무엇보다 그가 서민과 괴리된 진보주의자의 이미지를 벗어버린 효과도 크다. 체중이 10kg 이상 늘어나면서 날카로운 인상이 줄었고, 환경강연장을 위해 홀로 비행기 3등석에 올랐던 것이 알려졌다.



이날 부시 대통령이 TV를 시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두 정치인이 남긴 지난 6,7년의 궤적은 대선 승리보다 재임 중 국민의 평가를 제대로 받는 일이 중요하고, 선거 패배자도 현직 대통령을 능가하는 인기와 의제설정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재검표 소동을 벌였던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갈라졌던 두 정치인의 정치역정이 어느 정도는 당초 예측 못한 방향으로 가려진 것 같다.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조지 W 부시(60) 대통령, 그리고 총 득표는 앞섰지만 확보한 선거인단(대의원) 숫자에서 뒤졌던 앨 고어(59) 전 부통령의 이야기다.



2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79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앨 고어는 단상에 두 번 올라섰다. 그가 남우주연상을 탄 배우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은 것은 카메라가 그를 비춘 시간을 따져보면 알 수 있다.



고어 전 부통령이 직접 출연한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은 장편 다큐멘터리 및 주제가 상을 탔다. 이날 시상식장에 타고 온 차도 에탄올을 쓰는 하이브리드 리무진이었다.



그는 이날 옛 우스개 소리가 무상하게 들릴 정도로 여유 있어 보였다. 그동안 워싱턴에서는 "경호원 속에서 부통령을 찾으려면? 표정이 제일 딱딱한 이를 찾으라. 그가 앨 고어"라는 농담이 나돌았다.



퇴임 후 지구온난화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면서 대체연료 개발을 강조해 온 그는 이미 헐리우드의 유명 인사다. 반(反) 부시 감정이 강한 곳일수록 그는 환대를 받는다. 프랑스 의회에서 환경강연을 한 것도 이 때문에 가능했다. 올 11월 말 발표될 노벨평화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될 정도다.



환경운동에 함께 나선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무대에 함께 선 그는 대통령 출마 선언 시늉까지 해 보였다. 디카프리오가 "중대한, 중대한 발표가 있다죠"라고 운을 떼자, 그는 안 주머니에서 발표문처럼 보이는 종이를 꺼내들었다.



"(정치인이 즐겨쓰는 표현대로) 친애하는 미국인 여러분, 오늘 밤 수십억명이 지켜보는 이 자리를 빌어 정식으로 …"



그 순간 `그만 내려오시라`는 뜻의 아카데미 주제가가 연주되면서 그의 말은 잘렸고, 그는 멋쩍게 무대를 떠났다.



잘 짜여진 각본에 따른 것이지만, 이런 농담이 가능한 것은 그가 아직도 2008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유력한 잠재후보이기 때문이다. 본인은 "절대 출마 안한다"고 거듭 밝혀왔지만, 지지자들은 상관없다는 투다.



그가 현직 부통령 때보다 큰 인기를 누린 것은 몇몇 계기가 있다.



그는 2000년 말 "법 결정이 내게 불리하게 적용되더라도 미국식 법치질서의 발전을 위해 내가 승복한다"는 연설을 남기고 떠났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힘의 비결은 그의 연설문에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의 거듭된 실수가 나오는 과정에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식의 백화점 식 훈수에 집착하지 않았다. 정치적 발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환경 및 대체에너지라는 꿈의 실현에 퇴임 후 값진 시간을 썼다.



무엇보다 그가 서민과 괴리된 진보주의자의 이미지를 벗어버린 효과도 크다. 체중이 10kg 이상 늘어나면서 날카로운 인상이 줄었고, 환경강연장을 위해 홀로 비행기 3등석에 올랐던 것이 알려졌다.



이날 부시 대통령이 TV를 시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두 정치인이 남긴 지난 6,7년의 궤적은 대선 승리보다 재임 중 국민의 평가를 제대로 받는 일이 중요하고, 선거 패배자도 현직 대통령을 능가하는 인기와 의제설정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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