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빌려 돈 벌던 시절 끝났다?

등록 2007.03.07.
요즘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증시에도,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0%대의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일본의 엔화자금을 빌려 다른 나라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로 자본이동에 국경이 없어져 이런 거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 투자된 엔 캐리 자금이 채권 210조 엔을 비롯해 총 344조 엔에 이른다고 합니다. 원화로 2800조원 규모입니다. 이 자금이 최근 수년간 세계 증시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습니다. 금리가 높은 호주 등의 채권이나 중국, 인도 등 이머징 마켓의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자금 중에는 단기투기성 자금도 꽤 들어있습니다. 이런 자금이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엔 캐리 자금은 엔화환율과 금리변동에 민감하게 움직입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엔 캐리 자금은 27조 원가량 된다고 합니다. 일본계 자금을 빌려 쓰는 기업도 많고 개인도 적지 않습니다. 엔화 자금을 빌려 부동산 투자를 한 경우도 꽤 많다고 합니다. 대출금리가 연 3% 정도였으니 국내 은행에서 연 6~7%에 돈을 빌리는 것보다 이익이 됐을 것입니다.

이들 자금 중 일부가 한꺼번에 움직인다면 그 충격도 클 것입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엔화 자금을 빌려 쓸 경우 금리도 싸고 엔화 환율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이중으로 이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리도 오르고 엔화환율도 100엔당 820원까지 올라서 그런 이점이 줄어들게 됐습니다. 환차손을 걱정해야할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단기금리를 연 0.25%에서 0.5%로 인상한 것이 2월 21일이었습니다. 제로금리 상태를 벗어난 게 작년 7월이었습니다.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나니까 금리인상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금리인상 폭은 크지 않았지만 세계 금융시장을 휘젓고 다니던 엔 캐리 트레이드 광풍에는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시작되었다는 것이죠. 국내에 투자된 엔화 자금 가운데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단기자금은 30%인 8조원 가량 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주가 폭락 충격에 이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까지 겹쳐 국내 금융시장도 큰 충격파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국내에서 개인이 국제금융시장에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내투자만 하더라도 이처럼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금융시장의 가장 큰 적은 불안정성이라고 합니다. 각국 정부와 금융계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큰 국면전환의 시기에는 어느 정도의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투자결정에 특히 유의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요즘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증시에도,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0%대의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일본의 엔화자금을 빌려 다른 나라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말합니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로 자본이동에 국경이 없어져 이런 거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 투자된 엔 캐리 자금이 채권 210조 엔을 비롯해 총 344조 엔에 이른다고 합니다. 원화로 2800조원 규모입니다. 이 자금이 최근 수년간 세계 증시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습니다. 금리가 높은 호주 등의 채권이나 중국, 인도 등 이머징 마켓의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자금 중에는 단기투기성 자금도 꽤 들어있습니다. 이런 자금이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엔 캐리 자금은 엔화환율과 금리변동에 민감하게 움직입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엔 캐리 자금은 27조 원가량 된다고 합니다. 일본계 자금을 빌려 쓰는 기업도 많고 개인도 적지 않습니다. 엔화 자금을 빌려 부동산 투자를 한 경우도 꽤 많다고 합니다. 대출금리가 연 3% 정도였으니 국내 은행에서 연 6~7%에 돈을 빌리는 것보다 이익이 됐을 것입니다.

이들 자금 중 일부가 한꺼번에 움직인다면 그 충격도 클 것입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엔화 자금을 빌려 쓸 경우 금리도 싸고 엔화 환율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이중으로 이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리도 오르고 엔화환율도 100엔당 820원까지 올라서 그런 이점이 줄어들게 됐습니다. 환차손을 걱정해야할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단기금리를 연 0.25%에서 0.5%로 인상한 것이 2월 21일이었습니다. 제로금리 상태를 벗어난 게 작년 7월이었습니다.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나니까 금리인상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금리인상 폭은 크지 않았지만 세계 금융시장을 휘젓고 다니던 엔 캐리 트레이드 광풍에는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시작되었다는 것이죠. 국내에 투자된 엔화 자금 가운데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단기자금은 30%인 8조원 가량 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주가 폭락 충격에 이어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까지 겹쳐 국내 금융시장도 큰 충격파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국내에서 개인이 국제금융시장에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내투자만 하더라도 이처럼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금융시장의 가장 큰 적은 불안정성이라고 합니다. 각국 정부와 금융계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큰 국면전환의 시기에는 어느 정도의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투자결정에 특히 유의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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