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골든로즈호 사고 처리가 바로 ‘레임덕 ’

또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처리 과정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중국 해역에서 한국 화물선 골든로즈호가 중국 컨테니너선 진성호와 충돌 후 침몰한 것이 12일 오전 4시5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사고 당사자인 진성호는 다롄항에 입항해서야 중국 해사국에 사고 신고를 했습니다. 사고 발생 후 7시간만의 일입니다.

우리 해양경찰청이 사고선박의 관리선사인 부광해운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접수한 것은 12일 오후 2시경입니다. 사고 발생 후 10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해경이 청와대, 외교통상부와 국가정보원 등 29개 관련기관에 사고 상황을 팩스로 알린 것은 그로부터 6시간이 지난 시점입니다. 외교부가 뒤늦게 팩스를 발견해 사고를 인지한 것은 다시 세 시간이 흐른 12일 밤 11시 반쯤이었습니다.

외교부 담당자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사고대책본부를 가동한 것은 사고가 발생한 지 무려 21시간30분이 지난 13일 오전1시40분쯤이었습니다.

대통령 임기 말을 맞아 청와대는 “레임덕은 없다”고 외치듯 정치싸움에 빠짐없이 끼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을 챙기는 일은 왜 이렇게 한가로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게 바로 레임덕입니다.

늦은 일처리에 대한 핑계가 왜 없겠습니까. 사고 상황을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그러나 중국과의 외교채널은 물론이고 정부 부처간 협조 점수는 낙제점인 게 드러났습니다. 토요일 밤에 급한 사고를 보고하면서 팩스에만 매달리고 전화는 걸지도 않은 무신경도 안타깝습니다.

그 사이 골든로즈호 선원 16명은 새벽 바다에 실종됐습니다. 중국 측은 12일 오후 4시부터 수색에 나섰습니다. 선원들이 찬 바다에서 12시간을 견뎌내야 구조의 첫 손길을 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중국 측은 14일 오전까지 사고선박의 구명벌 두 대만 건졌을 뿐입니다.

사고 현장에서 중국 진성호가 구조에 더 적극적이었다면, 사고 신고라도 서둘러 했더라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수색이 지연된 상황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특히 중국 진성호는 충돌을 일으켰거나 조난 신호를 받은 선박은 구조활동을 펴도록 한 해난안전협약 등을 위반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중국이 신고를 받고도 구조선박을 즉각 투입하지 못한 것은 옌타이 해역에 불어닥친 강풍 때문이라는 소식도 들립니다. 그러나 우리 측에 늦게 알려준 것은 물론이고 우리 측의 공동수색 요청마저 거절한 데 대해 정부는 항의로 그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주초부터 우울한 소식입니다. 정부가 아무리 로드맵이니 매뉴얼이니 외쳐대도 이런 사고처리를 통해 속 실력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국민 생명, 안전, 재산에 관한 일에는 더 긴장해서 실수하지 않는 정부를 국민은 보고 싶어 합니다. 지금까지 화물선 침몰사고 처리의 문제점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