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두드림 영원한 두근거림

등록 2007.05.16.
《“저와 같은 날이에요? 제게 큰 영향을 끼친 이블린 글레니의 공연을 보고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퍼커션(타악기) 연주회가 흔치 않은데 같은 날 두 군데서 열린다니 좋은 일이네요.”(박윤) 현대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23일 저녁은 고민을 좀 할 것 같다. 아름다운 두 여성 타악 연주자가 각기 다른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청각장애를 극복해 더욱 유명한 퍼커셔니스트 이블린 글레니(42)와 모델 같은 외모의 퍼커셔니스트 박윤(33)이 그 주인공이다.》

▽현대 음악의 연인, 타악기=스티브 라이히, 진은숙, 탄둔, 제임스 맥밀런 등 현대 작곡가들은 타악기를 즐겨 사용한다. 대부분의 클래식 악기가 모양이나 음역이 정해져 있는 것과 달리 타악기는 무궁무진한 형태와 소리를 창조해 내기 때문이다. 같은 악기라도 두드리는 맬릿(채)의 소재(헝겊, 솜, 금속 브러시)에 따라 음의 컬러가 달라진다.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는 현악, 목관, 금관 파트를 미세하게 보조하며 전체의 컬러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불린다. 베를린 필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유명한 팀파니스트이기도 했다.

박윤은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의 울림이 점점 더 커지면서 100여 명의 단원을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짜릿한 순간이 있다”며 “그 맛을 경험한 사람은 퍼커션을 절대 그만두지 못한다”고 말했다.

퍼커션은 영화, 무용, 미술 등 현대예술에서도 인기다. 글레니는 영화 ‘터치 더 사운드’를 제작하고 수많은 영화 OST작업에 참여해 왔다. 박윤도 ‘괴물’ ‘분홍신’ ‘오로라 공주’ 등의 영화 OST작업에 참여해 왔으며, 현재 오스트리아 샤우슈필하우스 극단의 음악극 ‘트로이의 여인’ 공연차 빈에 머무르고 있다.

박윤은 전화 인터뷰에서 “영화 OST를 만들 때는 영화 장면을 보면서 즉흥연주하기 때문에 전자음향과 달리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스승 글레니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몸으로 듣는 소리=스코틀랜드 태생의 글레니는 8세 때 청각장애를 앓기 시작해 12세에 완전히 청각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귀가 아닌 피부의 진동을 통해 타악기를 배웠다. 맨발로는 낮은 음을, 얼굴 살갗으로 높은 음을 느끼며 연주한다. 영국 최고의 음대인 왕립음악원을 졸업한 그는 전 세계 작곡가에게서 143개의 곡을 헌정 받는 등 전설적 퍼커셔니스트가 됐다. 그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마림바, 비브라폰, 차임, 트라이앵글 등 수십 개의 퍼커션을 연주하는 맥밀런의 ‘베니, 베니, 엠마누엘’(24일 콜린 커리가 서울시향과 협연 예정)을 세계 초연하기도 했다. 청각장애인이면서 어떻게 복잡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까지 할 수 있을까.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누구도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는 없다”며 “정상적으로 듣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오케스트라에서도 왜 서로 간의 소리를 완벽하게 듣지 못하며, 그들은 왜 지휘자를 필요로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그것은 소리가 단순한 흑백의 빛깔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때로는 귀만으로 듣는 것보다 온몸으로 듣는 것이 완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공연정보

▽퍼커셔니스트 박윤 리사이틀=23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 3만 원. 02-751-9607 ▽이블린 글레니 내한공연=23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2만∼5만 원. 031-783-8000 ▽콜린 커리 서울시향 협연=24일 오후 7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맥밀런 ‘베니, 베니, 엠마누엘’ 등. 1만∼3만 원. 02-3700-63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저와 같은 날이에요? 제게 큰 영향을 끼친 이블린 글레니의 공연을 보고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퍼커션(타악기) 연주회가 흔치 않은데 같은 날 두 군데서 열린다니 좋은 일이네요.”(박윤) 현대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23일 저녁은 고민을 좀 할 것 같다. 아름다운 두 여성 타악 연주자가 각기 다른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청각장애를 극복해 더욱 유명한 퍼커셔니스트 이블린 글레니(42)와 모델 같은 외모의 퍼커셔니스트 박윤(33)이 그 주인공이다.》

▽현대 음악의 연인, 타악기=스티브 라이히, 진은숙, 탄둔, 제임스 맥밀런 등 현대 작곡가들은 타악기를 즐겨 사용한다. 대부분의 클래식 악기가 모양이나 음역이 정해져 있는 것과 달리 타악기는 무궁무진한 형태와 소리를 창조해 내기 때문이다. 같은 악기라도 두드리는 맬릿(채)의 소재(헝겊, 솜, 금속 브러시)에 따라 음의 컬러가 달라진다.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는 현악, 목관, 금관 파트를 미세하게 보조하며 전체의 컬러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불린다. 베를린 필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유명한 팀파니스트이기도 했다.

박윤은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의 울림이 점점 더 커지면서 100여 명의 단원을 한꺼번에 끌어올리는 짜릿한 순간이 있다”며 “그 맛을 경험한 사람은 퍼커션을 절대 그만두지 못한다”고 말했다.

퍼커션은 영화, 무용, 미술 등 현대예술에서도 인기다. 글레니는 영화 ‘터치 더 사운드’를 제작하고 수많은 영화 OST작업에 참여해 왔다. 박윤도 ‘괴물’ ‘분홍신’ ‘오로라 공주’ 등의 영화 OST작업에 참여해 왔으며, 현재 오스트리아 샤우슈필하우스 극단의 음악극 ‘트로이의 여인’ 공연차 빈에 머무르고 있다.

박윤은 전화 인터뷰에서 “영화 OST를 만들 때는 영화 장면을 보면서 즉흥연주하기 때문에 전자음향과 달리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는 스승 글레니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몸으로 듣는 소리=스코틀랜드 태생의 글레니는 8세 때 청각장애를 앓기 시작해 12세에 완전히 청각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귀가 아닌 피부의 진동을 통해 타악기를 배웠다. 맨발로는 낮은 음을, 얼굴 살갗으로 높은 음을 느끼며 연주한다. 영국 최고의 음대인 왕립음악원을 졸업한 그는 전 세계 작곡가에게서 143개의 곡을 헌정 받는 등 전설적 퍼커셔니스트가 됐다. 그는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마림바, 비브라폰, 차임, 트라이앵글 등 수십 개의 퍼커션을 연주하는 맥밀런의 ‘베니, 베니, 엠마누엘’(24일 콜린 커리가 서울시향과 협연 예정)을 세계 초연하기도 했다. 청각장애인이면서 어떻게 복잡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까지 할 수 있을까.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누구도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는 없다”며 “정상적으로 듣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오케스트라에서도 왜 서로 간의 소리를 완벽하게 듣지 못하며, 그들은 왜 지휘자를 필요로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그것은 소리가 단순한 흑백의 빛깔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때로는 귀만으로 듣는 것보다 온몸으로 듣는 것이 완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공연정보

▽퍼커셔니스트 박윤 리사이틀=23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 3만 원. 02-751-9607 ▽이블린 글레니 내한공연=23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2만∼5만 원. 031-783-8000 ▽콜린 커리 서울시향 협연=24일 오후 7시 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맥밀런 ‘베니, 베니, 엠마누엘’ 등. 1만∼3만 원. 02-3700-630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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