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황당한 ‘개인’ 자격 헌법소원 청구

등록 2007.06.22.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자신의 잇따른 특강과 언론 인터뷰 발언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결정한 것을 승복하지 못하겠다며 내놓은 대응조치입니다. 대통령은 선관위의 결정과 조치가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면서 ‘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개인 노무현’ 자격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입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선관위 조치로 국가공무원법상 정치활동이 인정된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에 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약당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정치활동과 선거 과정을 통해 선출된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과 반론을 제약하는 것은 선진민주국가에서 유례가 없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 대통령도 어제 전북 김제에서 열린 농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에게 선거중립을 요구하는 것을 후진적 제도라면서 선관위의 결정은 ‘후진적 제도에 의한 후진적 해석’이라고 다시 선관위를 비판했습니다.

선관위는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닙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문제 삼았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두 가지를 교묘하게 뒤섞어 단순한 사안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대통령에 대한 경고를 개인문제로 바꿔 법적 논란을 피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의 대통령 발언은 공인의 자격으로 신문과의 인터뷰, 정치 집회, 대학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장에서 한 것이지 개인 자격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당한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대통령은 공권력의 주체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는 게 법조계와 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헌재 판례들도 국가기관의 헌법소원 자격을 일관되게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은 기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왜 스스로 논란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 것일까요? 다양한 분석이 있습니다만 대통령은 법리적 비판을 무릅쓰고라도 향후 대선 정국에서 정치적 발언의 기회와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헌법소원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정국 주도권을 행사할 기회를 갖게 되고 레임덕 현상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계속 문제의 중심에 서있으면 친노-반노의 대결 양상 때문에 범여권 대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고 결국 다음 대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 8개월은 국정을 원만하게 마무리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이렇게 계속 분란의 당사자가 되는 걸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괴롭습니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헌법소원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권 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자신의 잇따른 특강과 언론 인터뷰 발언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를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결정한 것을 승복하지 못하겠다며 내놓은 대응조치입니다. 대통령은 선관위의 결정과 조치가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면서 ‘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개인 노무현’ 자격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입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선관위 조치로 국가공무원법상 정치활동이 인정된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에 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약당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정치활동과 선거 과정을 통해 선출된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과 반론을 제약하는 것은 선진민주국가에서 유례가 없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 대통령도 어제 전북 김제에서 열린 농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에게 선거중립을 요구하는 것을 후진적 제도라면서 선관위의 결정은 ‘후진적 제도에 의한 후진적 해석’이라고 다시 선관위를 비판했습니다.

선관위는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닙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문제 삼았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두 가지를 교묘하게 뒤섞어 단순한 사안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대통령에 대한 경고를 개인문제로 바꿔 법적 논란을 피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의 대통령 발언은 공인의 자격으로 신문과의 인터뷰, 정치 집회, 대학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장에서 한 것이지 개인 자격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헌법소원은 공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당한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 대통령은 공권력의 주체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는 게 법조계와 학계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헌재 판례들도 국가기관의 헌법소원 자격을 일관되게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은 기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왜 스스로 논란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 것일까요? 다양한 분석이 있습니다만 대통령은 법리적 비판을 무릅쓰고라도 향후 대선 정국에서 정치적 발언의 기회와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헌법소원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정국 주도권을 행사할 기회를 갖게 되고 레임덕 현상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계속 문제의 중심에 서있으면 친노-반노의 대결 양상 때문에 범여권 대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고 결국 다음 대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 8개월은 국정을 원만하게 마무리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이렇게 계속 분란의 당사자가 되는 걸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괴롭습니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헌법소원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권 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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